'포가튼사가 2 온라인', 최고수는 47세 아줌마

강덕원 campus@grui.co.kr

얼마 전, ㈜위자드소프트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포가튼사가2온라인' 내에 게임의 최고인 레벨99 캐릭터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김미영'씨.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 사용자는 올해 한국나이로 47세인 57년생.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아래는 그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1. 포가튼사가2온라인(이하 포사2)에 입문하신 시기는 언제시죠? 2001년 10 월 초쯤. 2. 포사2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맨 처음 딸이(23)이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서 뭘 하나 봤더니 토끼(게임 내의 사냥감)를 잡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어휴 넌 밤마다 토끼 잡아서 토기탕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그러냐?"고. 근데 딸이 화장실가면서 제게 마우스를 맡긴 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가끔 컴퓨터로 고스톱이나 치는 컴맹 수준에 가까운 저였는데, 잠깐 봐준다는 게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이후로 잠깐씩 잠깐씩 한다는 게 벌써 최고 레벨이 됐네요.(웃음) 그 이후로는 남편한테도 가르쳐줘서 같이 게임을 하게 됐죠. 3. 최고 레벨인 99까지 업그레이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어떠셨습니까? 정말 힘들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레벨 99를 위해 필요한 경험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인데요. 같이 게임하시는 분들(제 기억으로는 7명 정도)이 몬스터를 제게 계속 몰아주시면서 격려해주시고, 파티(게임 내외 동맹시스템)를 맺은 마법사 캐릭터 한 분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모두들 내 일처럼 거들어주시더군요. 결국 99로 레벨업하는 순간에는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게시던 분들도 제 일처럼 기뻐해주시더군요. 4. 레벨 99까지 업그레이드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번은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려고 다른 아이템 다 팔고, 있는 돈 긁어 모아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광물을 구입해서, 대장장이(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 : Non Playable Character)한테로 갔는데, 그 무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게임 내의 무기 업그레이드는 광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공확률이 존재해 실패할 경우에는 아이템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 동안 공들여서 업그레이드도 해왔고 계속 사용하던 무기라, 막상 사라지니까, 순간적으로 의욕을 잃게 되더군요. 그때 남편이 다른 무기를 사주면서 위로를 해주더군요. 그리고 길드원들이 돈(게임머니)을 모아 업그레이드도 해주더군요.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그 길드원 분들은 아직까지도 실제로 만난답니다. 직접 집으로 초대를 한 적도 있고요. 비록 저보다 나이 어린 분들도 있지만, 제가 이 온라인게임 아니면 어디서 이런 나이어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어요?(웃음) 5. 가족들도 포사2를 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분들이시며 각각 레벨은 몇이신지? 딸과 남편 모두 같이 하는데, 남편은 가끔 하는 편이고, 제 딸은 시간 날 때마다 하는 레벨 39짜리 도둑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6. 요즘엔 하루 평균 몇시간이나 포사2를 하시나요? 요즘은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하고 있습니다. 7. 포사2를 접하고 나신 후 생활에 변화된 것이 있다면? 우선 가장 단순한 변화는 컴퓨터로 타자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길드원이나 다른 유저하고 채팅을 자주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실력이 늘었더군요. 아마 제 나이 또래 중에는 저보다 빠른 사람 찾기 힘들걸요(웃음). 그리고 평상시 대화하는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일반 기성세대들이 보기엔 약간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게임상의 대화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상시 대화할 때도 제 나이에 비해서는 젊은 느낌을 준다는군요. 나이 어린 길드원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마 그 덕분인 듯 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실제로 만난 어울리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도 포사2를 알게된 후, 변화된 모습입니다. 8. 요즘 온라인게임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게 현실입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뭐랄까요, 게임도 사회에 축소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케릭터에 그 사람의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드러납니다. 게임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40대 무력한 우울증에 빠지신 주부님들에게 이 작은 게임 속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시라고 권하고도 싶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금방 누나. 이모,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게 게임이고 업그레이드했을 때의 그 기쁨, 무기가 업그레이드 실패했을 때의 좌절, 상대방에게 아이템을 나눠주는 등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의 뿌듯함, 강력한 몬스터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희열감 등은 온라인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편과 게임과 관계된 얘기를 할 때,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다가도, 길드 전쟁할 때는 부부가 서로 합심해 대결하는 다정함도 있고요.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동창 모임보다 동네 아줌마들 모임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길드원들 모임이죠. 나이 층도 20~40 대까지(결혼한 분들은 부부동반)로 다양하고, 비록 알게 지낸 시간은 짧지만 실제로 만나면 아주 오랫동안 만나오던 사람들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이 분들을 제가 게임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어요. 다른 모임에서는 볼 수 없는 공통된 화제가 있어서 분위기도 너무너무 화기애애해요. 게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게임과 함께 사랑합니다.포가튼사가 홈페이지게임 게시판으로 가기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