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의 공포를 느낀다

#PC

어드벤처의 새로운 시도들
한 때를 풍미하던 어드벤처 장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인기가 급속히 하락하는 듯 한 느낌이다. 아이템을 찾고 인물들과의 대화 속에서 실마리를 찾고, 퍼즐을 푸는 어드벤처. 추리력뿐만 아니라 직관력, 그리고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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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까지 중시하는 어쩌면 정적이기도 한 이 장르는 순발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실시간 전략물과 3D카드의 보급으로 현란한 그래픽과 액션으로 무장한 액션 게임에 많이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드벤처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툼레이더 같은 게임이 그 예이다. 잠깐 97년을 돌아보자. 그 때 호러 어드벤처인 'D'의 성공은 어드벤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2시간의 플레이 시간 제한과 세이브가 없는 시스템, 그리고 개발당시의 최고의 3D 그래픽과 게임 속 3D 인물들의 자연스런 움직임에 힘입어 당시 게임 매니아 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었다. 게임 스토리와 연출 모두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것이어서 어드벤처도 잘만 요리하면 된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D'를 만든 '워프' 사가 내놓은 '에너미 제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주선 속에서의 고립
'에너미 제로'는 D의 식탁의 주인공이었던 로라가 등장하지만 스토리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된다. 시대는 미래, 먼 우주 속을 여행하는 '아키(Aki)'라는 이름의 수송선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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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안에서 6명의 승무원과 함께 냉동수면 상태에 있던 로라는 갑작스런 충격(보이지 않는 적의 침입)에 의해 전 승무원과 함께 눈을 뜨게 되고 상황 파악을 위해 네트워크 컴퓨터로 선내를 탐색한다. 그리고 승무원 중 한 명이 괴생물체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냉동 수면실에서 나온 로라는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나서인지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인다. 로라는 네트워크 컴퓨터의 다른 승무원이나 여러 가지 데이터 베이스로 게임의 진행 방법이나 아키호의 상황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 제한적인 비디오 통신만이 유일한 연락 방법이며, 고립된 자신을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 어쩌면 3류 SF물같은 스토리이지만, 좀 더 의미를 부여해 보자. 에너미 제로는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에너미 제로는 디지털의 슬픔이 모티브가 된다고 한다. 디지털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현대.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슬픔과 공포가 이 게임 안에서 표현되고 있다.

약간 아쉬운 그래픽
게임의 그래픽을 살펴보면, 일단 새턴용 게임을 완벽하게 이식하였다. 일단 CG 무비를 사용한 화려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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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에너미 제로'는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Search Mode와 실제 적과 전투를 벌이거나 장소를 이동하게 되는 Active Mode의 두 가지 화면 모드로 게임이 진행 된다. Search Mode는 동영상으로 화면이 전환되므로 정해진 포인트로의 이동만이 가능하고,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게임 진행에 필요한 단서를 찾는 장소에서 진행되는 모드를 가리킨다. Active Mode는 일반적인 1인칭 액션게임에서와 같은 형식으로 화면이 나타나며, 방에서 통로로 나가게 되면 자동으로 이 모드로 전환이 된다. Active Mode에서는 다른 장소로의 이동과 적과의 전투가 진행된다. 문제가 있다면 이식한 게임들 대부분의 문제인데, 동영상 부분이 새턴 것을 그대로 쓴 것이라 그런지 화질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동부분은 D3D를 지원해 상당히 깨끗하다. 그래도 화면이 좀 작은 것은 흠이라 할 수 있다.

소리를 이용하여 적을 찾아라!
사운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을 살펴 보아야 한다. 게임의 진행방식은 퀘이크나 둠과 비슷하다. 즉 주인공의 시점과 게이머의 시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자신이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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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느낌을 준다. 따라서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 말할 부분이 이 게임의 사운드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 미지의 적 생명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스토리 설정만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게임 중 적이 눈앞에 있더라도 행동과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악하는가? 바로 소리를 이용해서 파악해야 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음악이 나오지 않고 문 열리는 소리 등 효과음만이 난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귀에 부착할 수 있는 VPS라는 아이템을 찾아서 사용하게 되면, 전방에 적이 있을때 높은 음조를 내고 측면에 적이 있을 때는 중간 음조, 후방에 있을 때는 낮은 음조를 낸다. 따라서 소리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도 만만치 않다. 만일 게이머가 다이렉트 3D 사운드를 지원하는 사운드 카드를 사용한다면 적의 위치에 따른 3D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이브의 제한
이런 특징 말고도 역시 'D'를 만든 게임답게 세이브 제한도 있다. 이 게임의 세이브는 음성기록 장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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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이용, 로라가 메시지를 남기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음성 기록 장치의 배터리 양이다. 이 배터리 용량은 한정되어 있으며, 기록이나 재생시 배터리를 소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게이머는 한정된 세이브나 로드 회수를 갖게 된다. 제공되는 배터리 용량은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며, Hard 모드의 경우 약 3번의 세이브 로드만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고, 좀더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독특한 것은 로드를 하면 로라 자신의 지금 상황을 들려줌으로서 게이머가 어디까지 게임을 진행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쉽게 게임을 하기 위해
'에너미 제로'는 액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어드벤처이다. 따라서 액션을 잘 못하는 게이머들에게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난이도나 단축키의 배려가 세심한 편이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오프닝에서 보여 줌으로서 게임을 더욱 쉽게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거기다가 트레이닝 모드가 준비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 적을 없애는 방법을 연습시켜 주기까지 한다. 적들을 상대하기가 녹녹치 않기 때문에 귀를 상당히 단련시켜 둬야 할 것이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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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D'를 만든 워프사답게 이 게임에서도 게이머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게임의 연출과 구성은 게이머의 긴장감을 최대로 고조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써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적, 완만한 움직임을 보이는 로라의 3인칭 시점에서 순간적으로 빠른 상황 진행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게임 연출, 세이브의 제한으로 오는 부담감, 어둡고 협소한 공간에서의 전투와 VPS의 짧고 반복적인 펄스음…. 비무장 상태에서 사방으로부터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VPS의 펄스음은 게이머의 소름을 돋게 하기에 충분하며, 이 게임은 절박한 상황을 준비해 게이머를 몰아 부친다. 게다가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세기말적 소재. 그대 등뒤의 식은땀을 원하는가? 그럼 주저없이 이 게임을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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