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에 보스가 되는 1인칭 액션

#PC

3D 액션게임, 모방을 넘어...
3D FPS 게임의 효시인 '울펜슈타인 3D'이후 '둠'과 '퀘이크'시리즈가 등장하면서 3D FPS 게임은 그 가능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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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게 된다. 그 후 '퀘이크2'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맡게 되는데, 이후 FPS 게임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듯, 여러 게임들이 난립(?)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퀘이크'의 모방이라는 말을 들으며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사라졌지만, 몇몇 게임들은 '퀘이크'를 넘어선 완성도를 보여주며,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준다. '언리얼'이라든가 '하프라이프' 등이 그 예가 아닐까한다. 이런 작품들을 단순히 '퀘이크'의 답습이 아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치밀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강력한 멀티플레이 기능으로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어필했다. 이런 것들을 볼 때 '킹핀' 역시 단순한 모방작이 아닌 뭔가 좀더 새로운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뒷골목 세계의 보스가 되기 위해..
'킹핀'의 세계는 뒷골목 갱스터의 세계이다. 빌딩들의 벽에는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흔적이 지저분하게 남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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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쓰레기와 오물들이 너저분하게 나뒹구는 거리를 갱들이 지배하고있다. '킹핀'은 이 세계의 보스를 칭하는 말이다. 게이머들은 이 어두운 세계의 보스가 되어야 한다. 게이머가 보스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갱을 훌륭히 조직해야 하며 조직원이 만약 배신을 하거나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철퇴를 가해야 한다. 첫장면에서 두 건장한 남자들이 한 공터에서 대화를 마치고 사라진다. 더러운 악취로 가득 메워진 그 공터에서 쓰러져 있던 주인공은 기절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일어난다. `왜 이렇게 아프지. 언제나처럼 또 맞은 건가?' 라고 중얼거리며 서서히 눈을 뜨는 주인공은 자신이 쓰레기장에 있는 것을 깨닫게 되고 너덜너덜해진 티셔츠에 붙어있는 휴지조각을 떨어낸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려 애쓰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해내지 못한다. 곁에 있는 파이프를 집어들며 할 일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데.....

뒷골목 세계를 잘 묘사한 그래픽
우선 '킹핀'의 첫인상인 그래픽을 살펴본다면, '퀘이크2'에 비해 상당한 진보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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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하긴 요즘 '퀘이크2' 엔진을 개량해서 그보다 훨씬 뛰어난 그래픽을 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일 정도로 일반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뛰어난 것은 확실히 뛰어난 것이다. '퀘이크2'에서는 전체적으로 사람이라기 보다는 육면체의 상자들이 모여서 어느 정도의 곡선을 그려가면서 만들어진 집합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어설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킹핀'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정말로 사람이라고 생각할 만큼 인간과 흡사한 동작과 외형을 보여준다. 물론 이른바 뒷골목의 세계를 그린 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한 덩치'하는 건달들로 그려져 있다. 게다가 놀라울 만한 사실은 각각의 모델이 15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부위별 데미지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특정한 신체 부위의 명중시 변하는 텍스처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부위는 3개의 텍스처로 설정되어 있기도 한다. 게다가 배경 그래픽은 '킹핀'의 분위기에 맞게끔 잘 표현되어있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과 폐차장, 골목마다 지펴놓은 화톳불, 그리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건달들. 바로 이런 것들이 '킹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다.

분위기에 딱 맞는 힙합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은 바로 음악. 재미있는 힙합풍의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킹핀의 음악 제작에는 갱스터 힙합 그룹인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이 참여했는데 그들의 음악 자체가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그들이 쉴새 없이 뱉어내는 랩과 힙합은 게임의 분위기와 묘하리만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음악을 감상해보고 싶은 게이머들은 킹핀사이트(www.planetkingpin.com ) 에 가보면 wav, ra 등으로 코딩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무언가 색다른 요소들!
사실 '킹핀'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그래픽과 사운드보다도 중요한 것을 얘기해야 한다. '킹핀'은 '퀘이크'류의 게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바로 롤플레잉의 성격과 함께 어드벤처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킹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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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재미있게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대화를 잘 진행해야 한다. 게이머는 NPC와의 대화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게이머의 캐릭터나 명성에 영향을 끼친다. NPC들은 게이머의 명성에 반응을 보여 게이머가 돌아다니면서 좋은 명성을 쌓으면 NPC는 우호적이 되고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게이머가 악동으로 소문나면 NPC들은 공격을 가한다. NPC들을 보호해주거나 아니면 NPC의 부탁으로 열기 힘든 금고를 여는 등과 같은 임무를 처리했을 때 조직에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가 싫다면 적들을 죽여버려도 상관은 없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액션 게임에서도 NPC의 역할이 상당히 부각된다. 보통의 1인칭 3D 게임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최근의 게임 추세가 약간 바뀌어서 중간에 인질을 구하는 등 약간의 상황이 주어지지만 기본적으로 적들은 쉽게 구별이 가능하며, 인질들은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킹핀에서는 다르다. 어차피 킹핀에서는 주인공도 깡패이고 적들도 깡패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또는 인질의 구별은 없다. 중요한 것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적들 중에서 살려 두었을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게임들처럼 게이머를 도와줄 사람들이 꼭 선량하게 생겼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그들 역시 게이머가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에 따라서 공격을 하기도 하고 우호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이들을 구별하는 것은 게이머의 몫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얼쩡거리는 깡패들을 돈을 주고 고용해서 게이머와 함께 싸울 수도 있다.

돈이 필요해!
이러한 돈의 개념은 무기를 구할 때에도 적용된다. 이런 게임에서는 보통 무기나 총알이 땅에 널려(?)있거나 적들을 죽여서 떨군 것을 우리가 사용하지만, '킹핀'에서는 이런 것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바로 무기상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다. 돈은 죽은 시체를 뒤져서 가질 수 있고 그 돈을 맵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무기상에게 건네주고 무기를 사야한다. 또한 무기 상점에서 아머나 아이템을 팔거나 교환할 수도 있다.

퀘스트를 진행하자!
그리고,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은 마구잡이로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처럼 퀘스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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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물론 해결방식은 딱히 이렇다고 정해져 있지 않다. '데이빗'을 바텐더에 데리고 가는 방법으로 그를 살려놓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데이빗'을 죽이고 데이빗의 머리만을 들고 가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초반에 부랑자에게 파이프를 얻는 방법에서는 그에게 돈을 주고 파이프를 얻은 후 그 파이프로 그를 죽여서 돈을 빼앗아도 된다. 여기는 뒷골목 깡패 세계이다. 조금 비열해도 어쩔 수가 없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보스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걱정...
하지만, 자칫 이러한 어드벤처 요소들이 게임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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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야 하는지 모를 때도 있고, 그렇게 헤매다가 끝날 수도 있다. 특히나 내용을 놓쳐버리면, 길찾기가 까다로워진다. 이렇게 복잡한 부분은 자칫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긴 로딩과 중간중간 화면의 끊어짐이나, 그래픽이 좋아서 그런지 사양이 꽤 높다는 것 등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요소는 게임의 소재. 뒷골목의 세계를 묘사해서 그런지 노골적으로 속어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뻑X). 게다가 지나치게 적나라한 폭력의 묘사. 목잘린 시체라든가 적들의 신체부위에 따라 데미지 판정이 달라져서 그에 반응하는 시체. 게다가 사람들을 죽여 돈을 뺏는 것등. 물론 인스톨에서 그런 것을 배제시킬 수 있는 옵션을 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말 하는데 삐 소리가 나거나 하는 등 자칫 잘린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아무래도 이 게임을 만든 제작자들은 성인 대상으로 게임을 만든 듯 하다.

독특한 멀티플레이!
요즘 게임들 추세가 대부분 멀티플레이를 지원해서인지 이 게임도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데스메치도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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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고, 이 게임만의 독특한 방식인 'Bagman' 도 지원한다.'Bagman'이라는 게임은 CTF(Capture The Flag)라고 하는 '깃발 뺏기'와 유사하지만, 좀 더 전술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는 정해진 액수만큼의 돈을 모아서 금고에 채우는 것인데, 깃발이 아닌 돈을 모은다는 점이 전혀 다른 재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각 지도마다 돈이 떨어지는 곳은 정해져 있고, 개인이 운반할 수 있는 돈의 액수 역시 정해져 있다. 또한 게이머는 상대방 진영에 있는 금고 문을 열고 상대방의 돈을 훔쳐 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팀플레이를 도입할 수 있다. 상대방이 목표 금액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야하고, 게다가 상대방 금고에 들어 있는 돈까지 훔쳐 내오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금고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잘하건 못하건 팀의 일원으로써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고 같은 팀원들과 연계해서 팀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맥스페인' 에 영향을 준게 아닐까?
'킹핀'은 지금까지의 단순히 쏘고 판깨는 게임과는 조금 다른 게임이다. 뒷골목을 누비며 돈을 모으고( 빼앗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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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맞는 말이지) 이것으로 무기를 사고, 부하를 고용하고.. 궁극적으로는 보스가 되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한다. 그와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퀘스트를 해결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사실 소재 자체가 워낙 불건전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접할지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뛰어난 그래픽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랩과 힙합풍의 음악, 그리고 적절한 시나리오와 독특한 시스템과 함께 뛰어난 네트워크 플레이는 '킹핀' 역시 3D 액션게임에서 수작으로 분류할 수 있게끔 해준다. '킹핀'은 '맥스페인'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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