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 되어 바다를 지배해보자!

#PC

모험을 꿈꾸는 사람이여!
커다란 범선을 타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꿈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커다란 돛을 펄럭이는 범선을 타 보는 것은 모험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멋진 일이다. 게다가, 범선을 타고 갈 곳은 드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넓은 바다. 은빛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치는 고요한 저녁노을이 지는 바다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폭풍처럼 울부짖는 성난 파도와 회오리로 가득한 잔인한 얼굴을 한 바다도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를 소재를 한 게임이 그동안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게임이 '항해시뮬레이션' 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출시되었지만 그중에 정말 만족을 주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2003년, 같은 해에 개봉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와 때를 같이 하여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또 하나의 항해를 소재로 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과연 이 게임은 얼마나 게이머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저주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나다니엘 호크라는 이름의 해적선장이 되어 17세기의 정취가 넘치는 카리브해를 모험하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곳곳에서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제작을 지원한 디즈니의 영향인지 디즈니의 스타일이 많이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되는 색감이 부드럽다든지, 캐릭터의 움직임이 조금씩 과장되어 표현된다든지 하는 점이 바로 디즈니가 주로 선호하는 부분인데, 이 게임에도 그런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 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텍스쳐는 요즘 유행하는 고화질의 텍스쳐를 이용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일부 장면은 사진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게이머는 이 게임에서 칼이나 17세기 스타일의 총을 장비하고 육상과 해상을 넘나들며 모험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7대양을 항해하거나 광대한 지역을 탐험할 수는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이름답게 배경이 카리브 해라서 절대로 카리브 해를 벗어날 수 없고, 나오는 지역도 별로 넓지 않다. 항해를 주로 하게 되는 게임에서 넓은 지역을 항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조금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게임에는 블랙 펄의 저주 이전에 또 하나의 저주가 존재하는데, 그건 바로 이 게임이 완벽하게 영어로만 되어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영어교과서 정도는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아주, 심각하게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이 게임은 디즈니에서 제작을 지원한 만큼 다분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한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린 연령대의 게이머는 접근하기 어렵고 다른 연령대의 게이머들에게는 조금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단점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화가 별 필요 없는 단순한 게임이라면 언어의 문제는 크게 관련이 없겠지만... 이 게임은 대화가 필수적인 시뮬레이션 요소가 많이 들어간 롤플레잉에 가까운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임무를 맡을 때나 상거래를 할 때, 아니면 술집에서 시비가 붙을 때 등 모든 경우에 대한 설명은 영어로 되어있다. 뭐 글자 크기는 상당히 크게 되어 있어 미국이나 영국에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상당히 편리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발매되었으면서 한국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런 식의 게임발매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인터페이스는 아동취향을 목표로 한 듯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표현되어있어, 오히려 무슨 뜻인지 판독이 불가능한 것도 존재한다. 도대체 캐릭터의 레벨과 함께 표시되어있는 빨간 화살표와 파란 화살표는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분노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어로 되어있는, 영어권 아동을 겨냥한 게임을 그대로 한국에 발매해 버린 것이다. 대화가 필수적인 롤플레잉에서 이건 정말 치명적이다. 최근 한글화가 굳이 필요 없는 간단한 게임조차 한글화가 되어 발매되는 추세로 볼 때 이건 뭔가 게이머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역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게임에는 또 다른 저주가 존재하는데, 그건 바로 불편한 인터페이스다. 마우스 왼쪽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전진,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공격 이런 식으로, 기존에 1인칭 액션 게임에서 주로 이용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여기에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이런 것은 키를 재 설정함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게임에서 이미 선보인 편리한 기능, 또는 이제는 당연하게 있어야 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기능을 이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점이다. 예를 들어,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현재위치를 표시해주는 지도 같은 시스템이 없어서 길을 잃었을 경우 어떤 방법으로도 현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면 어쩔 수 없이 하나하나 헤매면서 찾아야만 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아닌 도시 안을 걸어다닐 때도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도시에서는 한참을 돌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심지어 17세기 당시 실제 존재했던 위도나 경도를 확인하는 장치 같은 것도 없어서, 배로 바다에 나갔을 때도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목표지점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폭풍을 만나 침몰되는 일도 자주 생긴다. 애초에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그다지 넓지 않아서 나중에는 익숙해질 수 있겠지만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고난을 겪어야 한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지상에서 전투를 할 때, 대부분 1인칭 액션에 존재하는 옆으로 걷기가 없다. 그래서 검을 이용해서 전투를 하는 중에 옆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면, 앞으로 전진한 후에 방향을 약간 틀어 뒤로 후진하는 식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기서 언급한 것만이 끝이 아니고, 이와 비슷한 자잘한 부실함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게임 내적인 요소를 보기도 전에 게임 외적인 요소가 게이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막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안타까워 지기까지 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영어로 된 아동취향 인터페이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이템 설명도 완벽한 영어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나오는 정보는 아동취향 그림 아니면 영어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대화도 당연히 영어

대단한 그래픽과 사연 많은 출생내력
필자는 처음에 이 게임을 대할 때, 영화의 이름을 등에 업고 좀 떠 보려는 얄팍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동취향의 인터페이스나, 많은 버그가 존재하는 게임 시스템 같은 것을 볼 때마다 그 이미지는 점점 더 강해졌다. 하지만 바다로 출항했을 때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아름다운 바다의 그래픽을 보고 나자 감동 같은 것이 두 배로 밀려오면서 뭔가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배 아래에서 돌고래가 쫓아오고 있었고, 바다는 햇빛에 반짝거리면서 바다 속에는 거대한 바위와 산호초가 보였다. 그러면서 커다란 범선이 물살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정말 의외로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대부분 부실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에 비해 이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필자는 따로 조사를 해 보았고, 그 결과 이 게임은 원래 "시독2" (Seadog:해적) 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던, 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이 제작되던 중에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면서 영화의 제작사인 디즈니의 제안에 따라 시독2 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게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물론 시독2 라는 이름의 게임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으니 여기에서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나중에 발매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그것이 이 게임의 곳곳은 부실하지만 이상하게 완성도가 높은 부분이 존재하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즉 시독2를 위해 오랜기간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 이 게임을 비교적 짧은 기간 제작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 게임은 상당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최근에는 그래픽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그래픽이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래픽이 대단한 게임이 많이 출시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 출시 된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대단하다고 평가받기보다는 그래픽 카드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 게임 역시 상당한 컴퓨터 사양, 정확히는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를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32MB의 비디오메모리를 가진 그래픽카드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모든 유저가 갖추고 있을만한 사양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 정도 그래픽이라면 꽤 좋다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 그 이유는 이 게임이 단순히 화질만이 아닌, 세세한 표현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인칭 화면에서 길을 걸어갈 때, 풀숲을 지나가면 풀이 흔들리고, 풀숲에서 생쥐나 도마뱀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곤충과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 물 속에서 돌고래나 상어가 헤엄치는 모습 같은 것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곤충은 플레이어가 다가가면 부리나케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것은 자기도 모르게 게임에 조금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해안에서 접전을 벌일 때, 침몰된 배가 바다 속에 가라앉는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경외심 같은 것마저 생기기까지 한다. 그 외에도 비나 안개 등 각종 날씨와 해가 뜨고 지는 모습 같은 자연환경 또한 세밀하게 잘 묘사되어있어 이 게임을 단순히 영화의 이름을 업고 출시된 게임으로만은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하늘 그래픽이 멋지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 달빛이 내리고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가라앉은 배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멋진 교회의 모습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럴싸한 교회 내부.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하늘에는 새도 보인다.

---|---|---

형편없는 사운드
그러나, 그래픽에서 벗어나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역시 그 사연 많은 출생내력답게 급조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까지 디즈니가 사운드에 많은 신경을 써왔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이 게임의 사운드는 정말 형편없다. 예를 들어 바다 위에서 폭풍을 만났을 때 나오는 사운드는 그냥 잔잔한 바다에서 비 올 때 나는 소리와 별로 다르지 않고 모래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잡음이 섞여 '뿌드득' 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뿌드득거리는 소리는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에나 어울릴 것 같다. 그 외에 칼 부딪힐 때 나는 소리, 총 쏘는 소리 등 효과음 같은 것도 정말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효과음을 내는 수준밖에는 안 된다. 대화를 할 때도 처음 말을 할 때 뭔가 영어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혹시 모든 대사가 음성으로 녹음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하지만, 처음 말할 때 나는 소리는 거의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을 찍었을 때 나는 소리처럼 별 의미 없는 소리일 뿐이다. 모든 사운드가 이런 식이다. 5.1채널을 지원하거나 소리를 빼면 시체라는 말까지 나오는 최근의 게임에 비해 이 게임은 아예 스피커를 끄고 해도 그다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짜임새 없는 이야기 전개
급조한 흔적은 사운드에서 그치지 않고 롤플레잉에서 필수적인 스토리 진행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이 게임에서는 영화에 등장했던 블랙 펄이라는 유령선을 만날 수 있고,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이야기라고 봐야할 만큼 영화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 요소인 '잉카인의 저주가 내린 메달'도 이 게임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게임에 나왔던 장소같은 것은 볼 수 없다. 거의 영화의 몇 가지 요소를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는 영화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뭔가 기대를 가진 뒤에 이 게임을 하는 게이머라면 무엇을 기대하던지 반드시 실망할 것이다.
이야기 전개가 짜임새 없는 이유는 비단 억지로 영화와 연관성을 가지게 만들려고 한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뭐랄까... 전체적인 흐름이, 미국식 롤플레잉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식 롤플레잉의 냄새가 난다. 다시 말해, 게임에 나오는 지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부분은 미국식 롤플레잉 같은데 퀘스트는 별다른 자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그렇다고 일본식 롤플레잉처럼 짜임새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나마 나오는 등장인물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성향 같은 것을 드러내는 요소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고, 등장인물간의 관계 같은 것도 그냥 몇 마디 간단한 대화로 끝나버린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그냥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몇 마디 대사로 설명될 뿐 단조롭기 그지없다. 무슨 슈팅게임에나 나올법한 간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제대로 표현이 될까? 그리고 미국식 롤플레잉으로 보려고 해도 롤플레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무색할 정도로 역할(Role)을 맡아 즐기는(Playing) 게임답지 않게 별로 할 것도 없다. 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해상전, 상거래, 퀘스트다. 해상전과 상거래는 뭐 항해를 다룬 게임에서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고, 나머지 퀘스트라는 것은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로 나눌 수 있는데 메인퀘스트는 이 게임 전체의 주요 이야기 진행과 관련된 임무를 말하는 것이고, 서브퀘스트는 메인궤스트와 별 관계없는 작은 이벤트 정도이다. 서브 퀘스트 중에는 물품운송이나 연약한 상선을 호위하는 경호 임무 같은 것도 있어 그나마 좀 색다르다고 하겠으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한마디로 이야기도 단순하고 별로 즐길만한 것도 없다. 그래서 이 게임은 3일 정도만 플레이 해보면 질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암벽에 지어진 요새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17세기 스타일의 통나무요새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단순한 미니맵 모드

---|---|---

버그, 버그, 버그
급조한 티는 이 부분에서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로 버그다. 한국 패키지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오던 그 버그를 이제 외국게임에서도 마음껏 만나볼 수 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서 큰 버그까지, 정말 어느 하나를 놓치지 않는 충실한 버그는 절로 욕이 나오게 만드는 기가 찬 부분이다. 사소한 예로, 게임 중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돈을 빌리는 것은 최고 한번에 15000 골드까지 가능하지만, 여기에 버그가 존재해서 돈을 여러 번 빌릴 수 있게 되어있다. 즉, 돈을 한번에 몇 억 골드를 빌릴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버그는 돈을 갚는 건 한번만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즉 15000골드를 10번 빌린 후에 갚을 때는 15000골드를 한번만 갚으면 된다. 이것 참 서민들의 생계를 생각한 은행의 배려에 눈물이 난다. 이런 식으로 이 게임에는 자잘한 버그가 수도 없이 많다. 조금 큰 버그로는 게임 도중에 아무런 에러메시지 없이 그냥 게임이 종료되어 버리는 것이나, alt-tab을 눌러 바탕화면으로 나가면 다시 원래 화면으로 복귀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바탕화면으로 갔을 때 다시 게임화면으로 복귀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다른 작업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메신저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놓았을 때 메시지가 오면 자동으로 바탕화면으로 나가게 되는데 , 그 후에는 다시 게임으로 복귀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는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고 그 덕분에 수많은 좌절을 쓸데없이 맛봐야만 했다. 게임이 마음대로 종료되어 버리면 게이머는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그동안 세이브도 하지 않고 진행한 수많은 시간은 어쩌란 말인가.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골짜기에 만들어진 작은 항구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물빛이 반짝인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해가 지는 성벽

---|---|---

백미, 해상전
다른 부실한 점과는 너무나도 차이 나게, 해상전은 대단하다. 그 특유의 놀라운 그래픽을 잘 살린 해상전은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건질만한 것이다.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선박이라는 커다란 이동수단을 이용한 전투를,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서 다양한 전략을 세우면서 마음껏 경험해볼 수 있다. 이 게임의 다른 부분에서 보여주었던 부실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이 부분만은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이때까지 배가 등장하는 게임 중에서 이렇게까지 멋진 전투를 연출할 수 있는 게임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배라는 것은 다른 기동성 있는 육지의 이동수단과는 달리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거대한 이동수단이다. 그래서 그 움직임도 상당히 무거운데, 이 게임에서는 배를 움직일 때 거대한 배가 스르르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무게감 있게 잘 표현되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에 나오는 배는 17세기의 범선이어서 돛이라는 바람에 의존하는 동력원을 이용하고 있고, 특히 이와 관련된 모습이 잘 표현되어있다. 예를 들면 전진할 때에는 돛을 펴고, 정지할 때에는 돛을 접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며,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는 아예 전진할 수 없는 식으로 표현된다. 또한 상대의 포격에 맞아 돛이 찢어지면 속도가 나지 않는다. 덧붙여, 포탄이 날아오면 포탄이 지나간 자리에 구멍이 뚫리는 등 여기서도 그래픽은 뛰어나다. 이렇게 세밀한 표현은 그만큼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항해와 관련된 부분을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게 큰 만족을 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사실적으로 배를 움직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이런 사실적인 방식만 가능하다면 이 게임은 정말 매니아 취향의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 게임에서는'아케이드 모드'라는, 배를 좀 더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편리한 모드도 마련해두고 있다. 이 아케이드 모드를 이용하면 마치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처럼 가속이나 감속이 좀 더 자유롭고, 제자리에서 배의 방향을 바꾸는 것 역시 가능하다. 또 하나, 운항시에 게이머의 편의를 배려한 요소로 '시간 빨리 가기' 모드도 있다. 배는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그만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 모드를 이용하면 2배로 빠르게 해상전을 치를 수 있어 속도감 있는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이 게임은 참 배와 관련된 부분은 이렇게 잘 만들었으면서 다른 부분은 부실한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이다. 아케이드 모드나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모드 같은 것은 초보 게이머들이 더 편리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편의 시스템으로 이 게임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 정도로만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 외에 직접적인 전투 부분 역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배는 17세기 범선답게 대포가 배에 고정되어 있어 상대를 공격하려면 대포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배를 돌려야 한다. 물론 대포도 어느 정도 각도를 조정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배를 돌리지 않으면 상대를 공격범위 안에 넣을 수 없다. 그래서 상대를 공격하려면 자주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 움직임도 상당히 무겁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포격이나 근접전같은 기본적인 전술 외에도 상대의 배에 불을 질러버린다던지, 아예 상대의 배 중간부분을 들이 받아 버린다던지 하는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고, 포격에서도 단순히 쇠로 된 대포알만을 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선원을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산탄이나, 상대의 돛을 찢어버리는 특수한 형태의 포탄, 아예 상대의 배에서 폭발해 버리는 폭약으로 가득 찬 포탄 등 여러 가지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등장했던, 항해 도중에 갑자기 닻을 내려서 순식간에 배의 방향을 180도 틀어버리는 것 같은 다양한 항해기술도 존재하기 때문에 항해전의 재미가 한층 더해진다. 이 게임에서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배에 관한 것이나, 바람, 파도 같은 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어있고, 다양한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게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육중하고 속도감 있는" 해상전은 이 게임에서 반드시 해보아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정말 육상에서 칼을 들고 하는 전투는 80년대의 고전게임 페르시아 왕자, 딱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해상전은 너무나 놀랍게 만들었다. 정말 이 게임에 나오는 육상전과 해상전은 너무 차이가 난다. 이런 좋은 시스템으로 잘도 이런 상태의 게임을 만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블랙펄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진형을 갖춘 함대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상대의 배에 올라탔다

---|---|---

가능성만을 보여준 채로
게임시스템은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배의 그래픽이나 조작감에 신경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함대전과 배를 운항하는 부분도 상당히 괜찮다. 그러나 이야기의 짜임새는 너무나 엉성하다. 곳곳에 버그가 있고 왠지 모를 어색함도 보인다. 그건 다른 이름으로 제작되던 게임을 영화와 함께 출시하기 위해 모습을 개조한 게임이라는 이 게임의 출생내력과 잘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다.
시스템이 아깝다. 하지만 디즈니의 요청으로 영화와 함께 발매하기 위해 다분히 급조한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게임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만약 후속작이 이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기대해 볼 만 하겠다.
이 게임은 엘더스크롤과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을 많이 보이기 때문에 엘더스크롤의 모든 점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게이머라면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자유도 높은 미국식 롤플레잉이나, 짜임새 있는 일본식 롤플레잉을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별로 손대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 그리고 게임역사상(사실 배라는 소재가 많이 다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이 게임의 해상전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주저하지 말고 이 게임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

#PC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