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게 만드는 골프 게임 시리즈

#PC
한경환 hanbob@hananet.net

골프라는 스포츠를 접할 때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그다지 남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골프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더불어 게임도 좋아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이 접하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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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상황과는 다르게 언제부터 골프라는 스포츠가 우리에게 상당히 가깝게 다가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다들 알다시피 박세리라는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태어난 이후 LPGA의 상위랭커들이 한국여자선수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필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비바람 몰아쳐도 ~ 끝내 이기라라'던 양희은의 노랫가락과 어우러진 박세리의 맨발 투혼은 매스컴을 통해 IMF체제라는 힘든 터널을 통과하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었고, 골프라는 스포츠의 대중화라는 실제와는 동떨어진 약간 이상한 기류에 동참한 계기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분위기 좋아진 스포츠 골프와는 다르게 골프게임들은 적어도 침체된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얼마 전 EA에선<타이거우즈 PGA Tour 2004>(이하 타이거우즈 2004)를 출시했다. 분위기야 어떻든 상당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그 진위를 밝혀보기로 하자.

신선함보다는 원숙함이 돋보인다.
몇 년 전 필자가 잡지사에 몸을 담고 있을 때, 잡지사에 EA로부터 문의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은 골프선수 박세리에 대한 것으로 압축됐는데, 정확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박세리를 모델로 게임을 만들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나 추측했었다. 물론 다들 아는대로 박세리를 모델로 한 게임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대신 얼마 후 타이거우즈를 내세운 게임이 발매됐지만 말이다.

<타이거우즈 2004>는 골프게임으로서는 비교적 늦게 시작된 시리즈지만 이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MS의<링크스>(Links) 시리즈와 함께 PC를 기반으로 한 골프게임의 양대산맥이다. 사실 지금 PC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은 두 가지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다행스럽게 두 게임 모두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보다 시뮬레이션 적인 MS의<링크스>와는 달리<타이거우즈>시리즈는 게임으로 쉽고 재밌게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 다를 것 같다. 물론<모두의 골프>시리즈와 같은 비디오용 골프 게임보다는 실제 게임에 가깝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최신작<타이거우즈 2004>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무얼까? 눈에 띄는 점은 아마도 직접 마우스를 움직여 스윙을 한다는 의미의 '트루스윙'이 아닐까 한다. 이 시스템은 전작인<타이거우즈 PGA TOUR 2002>(이하 타이거우즈 2002)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수직 혹은 수평으로 마우스를 이동함으로써 나름대로 진짜 골프 스윙과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 시스템이다. 단순히 마우스클릭만으로 스윙을 했던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사용자가 실제 골프의 느낌을 갖도록 해주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골프 스윙에 변화를 준 게임은<타이거우즈 2002>가 처음은 아니다. 왕년에 잘나갔던 프로골퍼인 '게리 플레이어'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 게임에서는 '마우스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시스템이 채용되기도 했었다. 또,<타이거우즈>시리즈의 실제 개발사인 '라이온헤드'의 전작들에서 이미 비슷한 개념이 도입되기도 했었다.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시스템으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골퍼가 샷을 날리기 위해 백스윙을 하면서부터 임팩트 그리고 팔로우드로까지의 일련의 움직임을 마우스로 비교적 충실히 재현해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마우스를 움직이는 거리에 따라 스윙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훅과 슬라이스도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 골프게임에서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아마도 의도하지 않은 훅과 슬라이스일 것 같은데, 이는 골퍼의 스윙방법 혹은 습관에 따라 공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휘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마우스의 움직임에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된다. 이 '트루스윙' 시스템은 샷 뿐만 아니라 퍼팅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익숙해지는 것은 좀 힘들다.

전작인<타이거우즈 2002>에서는 마우스를 움직여 파워만 적당히 맞추면 거의 모든 홀에서 버디(1언더파)를 기록할 수 있었다. 예로 파5홀에서 필자는 이글(2언더파)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과거는 모두 잊어버려야 될 것 같다. 전작은 공에 훅이나 슬라이스를 주는 것이 어디까지는 사용자의 선택사항으로 화살표 키를 이용해서 진행이 됐기 때문에 공을 다루기가 쉬웠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2004에서는 '트루스윙'도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으로, 사용자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기존 게임방식인 '2클릭'이나 '3클릭' 방식의 스윙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루스윙'의 매력에 빠지면 누가 '2클릭'이나 '3클릭'의 스윙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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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런 버그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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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릭 방식을 이용하면
화면 하단에 원모양의
게이지가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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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위해 모셥캡쳐를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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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확인, 표지의 문구 맞나?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코스'라고 박스 겉면에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스코틀랜드의 유명골프장에 가 본 한국 사람(뭐, 외국사람이라고 해도)이 얼마나 있을까? 다만 필자가 보기에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은 훌륭한 수준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 갤러리들의 박수소리와 바람소리 등이 게임에 잘 녹아있는 듯하다. 물론, 이제는 스포츠 게임의 기본이 되어버린 캐스터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온통 영어라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문제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멘트를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특정부분에서 똑같은 멘트를 지겹게 반복하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또한 타이틀롤인 타이거우즈의 움직임은 TV를 통해서 보던 그대로의 모습인 것 같다. 더불어 스윙을 하기 전후의 습관이나 장갑을 끌어올리는 소소한 모습도 자연스레 재현한 모습은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그러나 실제 타이거우즈에 비해 약간 통통해진 모습이 불만이긴 하다). 더욱이 타이거우즈 뿐만 아니라 PGA 투어 선수 중 상위 랭커인 '비제이 싱'이나 '존 댈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유명선수의 수도 늘었고 모습도 잘 재현해 놓았다. 특이한 것은 단 한 명뿐이지만 여자선수도 선택해 성(性)대결도 할 수 있다.

<타이거우즈 2004>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아마도 새롭게 추가된 '커리어 모드'가 아닐까 한다. 이는 골프에 육성의 기능을 첨가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자신만의 캐릭터를 생성해 커리어 모드를 진행하면<타이거우즈 2004>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캐릭터 생성은 겉포장의 문구처럼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지만 상당히 다양한 얼굴과 외형 그리고 악세서리를 이용해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하는 방법은 세가의<판타지스타 온라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본적인 인간형을 바탕으로 문신을 포함해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 도전해 볼 수도 있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레슨을 받을 수가 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 돈이 오간다는 점이 게임을 좀 더 흥미롭게 해준다. 선수로서 유명용품회사가 스폰서가 될 경우 그 용품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약간의 문제점이 보이긴 한다. )레슨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특별히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한 번 정도만 스윙을 하면 끝이 나게 되어 있다.( 이래서 무슨 레슨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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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여자선수인
나탈리 걸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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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최장타자인
존 댈리의 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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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을 끝낸 후 장갑을
끌어당기는 타이거우즈의
버릇을 그대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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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당연한가? 다양한 멀티플레이 게임들
국민게임<스타크래프트>의 성공신화 배경에는 인터넷 서버를 통한 다른 사람과의 대전이 있다는 것이야 뭐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라이브니 뭐니 하면서 수선을 떠는 비디오게임 업계에 비하면 PC 게임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있어서는 상당히 여유로운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만큼<타이거우즈 2004>도 기본적으로 다양한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는데, 랜을 통한 플레이는 물론이고 EA스포츠에서 만든 서버를 통해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타이거우즈 2004>를 플레이하기 위해 EA온라인게임의 아이디를 만든 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이 게임이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서버를 만드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내에 한글이라고는 단 한 줄도(케이스와 매뉴얼 제외하고)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서버를 통해서라도 한국사람들과 게임을 해보길 기대했었지만, 그럴 순 없었고 결국 아쉬운대로 미국쪽 사용자들과 라운딩을 즐길 수 있었다. 영어 실력이 짧은 덕에 그다지 긴 대화를 하기는 힘들었지만 짤막한 단문들을 통해 그들의 게임에 대한 생각들을 일부나마 읽을 수는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게임을 해본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타이거우즈 2004>를 통해서 해본 멀티플레이 게임은 새로운 느낌을 주게 했다. 골프라는 게임의 특성상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두고 채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게임플레이나 몇 가지 세팅 방법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는데, 아마도 골프라는 게임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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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의 온라인 서버 로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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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홀이 시작될 때
화면 왼쪽 위와 같은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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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저의 고유캐릭터.
잘 만 꾸미면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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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은 좀
필자가 지금까지 해왔던 많은 골프게임들에 부록 비슷하게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있는데, 사용자가 골프코스를 직접 설계하고 게임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툴이 그것이다. 물론, 그 수많았던 게임들이 이런 툴을 이용해 골프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랑은 해놨지만 정작 그 툴의 사용법이 자세히 적인 매뉴얼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유명골퍼들은 나이가 든 후에는 시니어 대회에 나가서 옛 추억을 기억하는 팬들과 다시 교류를 하지만 많은 수는 골프장 설계로 돈을 벌기도 한다. 훌륭한 선수일 수록 코스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에 아놀드 파머나 잭 니클라우스 등에게 골프코스 설계를 맡기는 것이다. 각설하고<타이거우즈 2004>에도 '2004 Course Architect'라는 툴이 제공되지만 44쪽 짜리 흑백으로 인쇄된 매뉴얼에는 변변한 설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어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도 텍스트 위주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 미흡한게 아닌가 한다. 골프게임이라는 장르가 그다지 인기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데, 잘 만들어진 게임에 비해 이런식의 매뉴얼은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 타이거우즈 2006>을 기다리며
<타이거우즈 2004>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존하는 가장 괜찮은 골프 게임이 아닌가 싶다. 그다지 흠잡을 데 없는 게임구성과 플레이 방식 등이 골프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을 보는 눈은 저마다 틀리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시뮬레이션 골프에 한정해서라는 단서는 붙여도 상관은 없다. 사실 필자는<모두의 골프>와 같은 게임도 좋아하기 때문에 각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다 같이 존중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타이거우즈 2004>는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아, 게임에 관해 덧붙이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 안에 캐디를 두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캐디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외국프로들과 함께 하는 캐디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골퍼들의 클럽을 날라주는 보조원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프로골퍼들과 캐디를 배와 비유하자면 선장과 항해사로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둘 사이는 중요한 관계이다. 좋은 캐디를 만나는 것은 좋은 게임과 직결되는데, 분명 캐디도 감춰진 유명인들이 있고 이들에 의해 탄생된 골퍼들도 적지 않다. 이런 캐디의 역할을 게임에서는 약간 간과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최소한 2년의 공백기간을 두고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겠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싱글플레이어 게임에 이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인데, 바람이 있다면 한국골퍼들과의 라운딩도 기대해본다. 'go go go', 'gg' 이제는 지겹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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