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을 제대로 표현한 게임

#PC

밀리터리 게임의 명가에서 나온 베트남전의 모습
"맨 오브 발러(Men Of Valor)"는 미국인들이 떠올리기 싫어하는 베트남전 소재의 밀리터리 FPS 게임이다. 실패한 전쟁이란 딱지가 항상 붙어 다니는 베트남전을 이렇게 줄기차게 영화로, 게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실패도 교훈으로 남기고자 하는 미국인들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 게임을 즐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베트남전이 치러지고 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을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게임의 기획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제목인 "맨 오브 발러"가 뜻하는 것은 '용기 있는 자들'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고 게임이 추구하는 바도 실패한 전쟁의 고통을 떠올리기 보다는 성공한 작전들을 중심으로 용감히 자유를 위해 헌신한 전쟁 영웅들에 무게를 두자는 것이다. 표지부터 UH-1 헬기에서 내려 논을 지나 달려오는 미군들의 모습이 사진처럼 그려져 있어 게임 속에서 겪게 될 수많은 베트콩과의 전투를 암시한다.
이 게임을 만든 2015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달 오브 아너'를 만들었던 제작사이다. 여기서 일부 개발자들이 나와서 '콜 오브 듀티'를 만들었고, '메달 오브 아너'의 후속작은 EA Games가 맡아 '퍼시픽 어썰트'란 이름으로 발매가 된다. 2015는 이처럼 태생이 비슷한 게임들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전쟁물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베트남전을 다룬 "맨 오브 발러"이다. 게임의 계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냥 어중간한 제작사가 만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밀리터리물을 만드는 제작사가 개발했다는 점에서 먼저 호감이 간다. 물론 뒷 배경이 어찌 되었건 게임의 뚜껑을 열어보아 잘 만들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지만, 오히려 제대로 만들겠다 싶은 제작사의 게임이 실망스러울 경우에는 더 많은 질타가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인지라 우선은 조심스레 게임의 탄생 배경을 둘러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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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메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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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초반에 볼 수 있는 주인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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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장의 톰슨 기관총. 게이머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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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세워진 아군의 A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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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을 다룬 최고의 게임이고 싶다.
"맨 오브 발러" 는 앞서 얘기했다시피 '메달 오브 아너'의 제작진들이 만든 게임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메달 오브 아너'를 만든 후 베트남전을 다루게 될 차기작 계획이 알려지면서 여기에 수긍하지 못한 핵심 개발진이 따로 떨어져 나가 '콜 오브 듀티'라는 걸작을 만들어냈으니 2015에서 "맨 오브 발러"를 만든 제작진은 이 핵심 멤버 외의 다른 개발자들이라고 봐야 맞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2차 대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전쟁터를 묘사한 점에 있어서 이 게임은 탁월하다. 월남전 한가운데 총 한 자루만 쥐어주고 내동댕이 쳐진 미 해병대원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가혹한 평을 하기보다는 괜찮은 편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도 있고 생각보다 뛰어난 점도 있어서 어느 면으로 봐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줄 수는 없다. 실제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임은 몇 안 된다. 단지 베트남전이라는 소재를 얼마나 잘 묘사하고 소화해 냈느냐를 생각하면서 게임을 즐긴다면 최소한의 만족감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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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훈련 받는 신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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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9의 사용법을 배우는 훈련소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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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게임플레이 사이 사이에 보이는 월남전 당시의 상황들은 바로 그때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잡혀 온 베트콩들을 심문하는 모습, 부상당한 동료를 치료하는 위생병, 땅굴 앞에 쓰러져 있는 베트콩들의 시신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당시를 잘 재현해 냈다. 그리고 수시로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헬기와 팬텀기들은 전쟁터 분위기를 내는 데는 딱 적당한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포격이 있을 때 근처에 있던 동료가 산산조각이 되어 하늘로 치솟는 모습도 볼 수 있고 팬텀기가 네이팜탄을 떨어뜨리면 숲이 온통 불바다가 되기도 한다. 또 벙커에 수류탄을 던지면 비명을 지르면서 전사하는 적들의 모습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반전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폭력성의 표출은 이 게임이 왜 미국에서도 17세 이상가를 받았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거꾸로 얘기하면 실제 전쟁터라는 것이 그 정도로 치열하고 이성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라는 뜻도 되겠다. 그래서 이 게임은 가감 없는 전쟁터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부상당한 베트콩을 사정없이 쏴 버리는 장면이라든가 막사에서 대마초를 피우며 정신 없이 헤롱거리는 병사들의 모습도 그런 면에서는 별로 이상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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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전투 장면. 화염을 더 똑똑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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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기가 네이팜탄을 떨어뜨리면 주변이 불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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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베트콩들을 심문하는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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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콩의 부비 트랩에 전사한 아군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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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언급할 부분은 최고의 정글 묘사다. '메달 오브 아너'나 '델티포스' 시리즈 등에서 보아오던 정글이나 숲의 묘사와 비교해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풀, 그리고 산과 들판 등의 묘사가 수준급이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먼지 나는 헬기의 이동 등이 더해지면 시각적으로는 꽤 만족할만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정글전의 갑갑한 느낌이 이 수려한 나무 표현 때문에 더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더운 베트남의 정글을 경험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임은 없다. 총을 쏘면 나무가 부러지는 그런 효과가 없는 대신에 폭파 씬에서 산산조각 나는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옆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함께 같은 꼴을 당하는 것도 볼 수 있다. '펑펑' 터지는 폭파 장면을 좋아한다면 게임 속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RPG 로켓포를 쏘아대면 된다. 건물의 파편이 쏟아지고 흙이 산더미처럼 솟아 올랐다가 다시 쏟아지는 광경을 보면서 실감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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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34 헬기가 공중에서 지상 공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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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는 새들과 푸른 하늘.
전쟁만 아니면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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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종료 후 나오는 스코어 화면.
이 화면을 볼 때까지 게임을 끝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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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격포를 쏘고 있는 당시 고증 필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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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감과 AI 그리고 사운드
총기의 조준은 편리하며 정확한 편이다. 흔들림이 거의 없고 좁아지는 십자 조준선을 가지고 있어 중앙부에 맞추면 대부분 킬 샷이 가능하다. 그래서 조작 편의성이나 감도에 있어서는 무척 평이한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아케이드적이라고 해야 하겠다. 총을 쏜다기 보다는 오락실에 있는 건슈팅 게임의 총기류를 들고 있는 기분이다. 여기에 퍽퍽한 사운드까지 더해져서 총 쏘는 기분은 한마디로 '꽝'이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 부분을 정조준하고 쐈을 때 퍽하고 터지는 듯한 느낌은 섬뜩하면서도 평이한 타격감에서 의외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설정은 총을 쏴서 맞췄을 때 피가 나고 살점이 일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는 하지만 쓰러진 시체는 정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 그리 잔인하다고는 볼 수 없다. 팔다리가 날아가고 머리가 짓이겨지는 극사실성을 바라지는 말자. 어느 정도 여과해 줘야 그나마 비현실적이라 생각하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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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몸을 숨기고 공격해 오는 베트콩 게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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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가운데 구출 작전을 수행하는 아군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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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위에 폭탄이 떨어지고 RPG 로켓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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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산만한 미션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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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부분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총소리 때문인데, 마치 총기 사운드만 따로 노는 것처럼 들린다. 총 쏘는 소리만 녹음해서 따로 저급의 이어폰으로 듣는 기분이랄까. 뭐 별로 큰 신경 안 쓰고 게임에만 열중한다면 그런대로 들을 만 하겠지만 '콜 오브 듀티'에서의 총기음에 따른 긴장감 유발 효과 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고 보면 된다. 총 소리가 모든 기종에서 '퍽퍽' 하는 소리로 들린다고 하면 조금 과장되겠지만, 실제로 거의 그런 기분으로 들린다. 음 분리도 부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돼서 적의 발자국 소리나 총 소리 등으로 방향을 확인 하는 상황은 별로 없다. 반면에 배경 음악은 수준급이라고 하겠다. "맨 오브 발러"의 음악은 아이넌 저(Inon Zur)가 맡았는데, 이 사람은 이미 게임 쪽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 작곡가이다. 최근의 '쉐도우 옵스: 레드 머큐리'를 비롯해서 '발더스 게이트', '폴아웃 택틱스', '아이스윈드 데일' 등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TV 시리즈 '스타트랙'의 음악도 이 사람 작품이다. 게임의 영화적인 요소로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본다면 2015가 배경음악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기대만큼 게임 속에서도 음악의 효과는 실로 놀라울 정도로, 장면마다 주옥 같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사운드트랙 작업은 워너 브로스사의 Eastwood Scoring Stage에서 했는데, 매트릭스와 해리포터, 배트맨 등의 영화 사운드트랙을 녹음한 곳이다.)아무튼 배경 음악만큼 효과음이 받쳐주지 못해 플레이 중에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AI의 경우 그냥 '적당한 정도'라는 표현으로 말하고 싶다. '메달 오브 아너:퍼시픽 어썰트'나 '라이징썬'에서 볼 수 있는 악랄한 적병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류탄을 던지고 몸을 숨기는 정도도 아니어서 사람과 비슷한 AI라고는 볼 수 없다. 일례로 2차 대전 게임들을 6,70년대에 만들어졌던 2차 대전 영화들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개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죽이고 죽고 하는 어색함이 게임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얘기다. "맨 오브 발러"는 이런 부분은 다소 보완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줄줄이 이어서 나오는 적병들과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아군과 적군의 AI들이 엑스트라로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하는 멀티플레이 정도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게임 속 베트콩으로는 별 손색이 없는 AI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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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격포를 쏘는 동료 대원들. 세밀한 주변 묘사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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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한 분대장 옆에서 흐느끼는 대원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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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발러" 만의 매력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폭발이 있을 때 화면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혹 그래픽 카드가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폭파가 옆에서 있을 때 머리가 흔들리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을 그대로 재현해 낸 그래픽 효과이다. 몇몇 게임에서 사운드가 '윙~'하는 소리로 바뀌면서 고막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과 비슷한 트릭이라고 보면 되겠다. 카메라 모드에서 화면 전체가 흔들리면서 화염이 일면 정말 정신 없는 상태가 되어 상당한 긴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부분은 전장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꽤 수긍이 가는 효과라고 하겠다.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맵의 완성도에 있다. 이 게임 역시 일자형 구도로 되어 있어 자유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각 미션마다 등장하는 맵이 크고 완성도가 높은 편으로, 비슷한 장소에서의 지루함은 최소한 탈피하고 있다. 전반부와 중반까지는 정글에서, 후반부는 진지와 시가지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어 적절한 장소 조합도 미션을 좀 더 흥미롭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좁은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진지를 따라 벌이게 되는 야간 전투의 경우는 머리 위로 탄알이 날아 다니고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어 전투의 묘미를 느껴보는데 부족함이 없다.(팬티만 입고 달리는 동료들을 보면 얼마나 위급한 순간인지를 알 수 있다.)시가지 전투는 건물의 파편이 날아다니고 화염방사기 탱크 등의 등장으로 기본 전투보다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몸을 최대한 숨기고 전투를 하게 되어 한층 긴장감이 더하다. 각 창문마다 베트콩과 월맹군들이 있어 저격 모드로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부족한 탄약과 함께 피 말리는 전투가 내도록 이어진다.
이처럼 논과 밭, 숲 속, 그리고 시내와 진지, 벙커 등을 오가면서 베트남전을 치르게 되어 다양한 장소를 경험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작전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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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파편이 함께 튀어 오르는 폭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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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베트콩을 향해 지상 사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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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에서 말해야만 하는 단점은 상당수에 이른다.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적어보자.
1. 높은 난이도 – 정말 난이도 부분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피해를 입었을 때 잠깐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F키가 있지만, 체력게이지가 많이 떨어졌을 때는 별 효용이 없다. 메딕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기지 등에 떨어져 있는 구급함으로 체력을 채워야 하는데 그리 많이 떨어져 있는 편이 아니라서 적의 공격 몇 발이면 바로 사망통지서를 봐야 한다. 분대원들이 있어도 자신들의 방어에 급급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위급한 상황이 되어도 큰 도움이 안 된다.
2. 어중간한 최적화 – 최적화 부분은 고사양의 컴퓨터가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콜 오브 듀티'와 같이 크게 사양을 타지 않는 게임을 선호하는 것이다. "맨 오브 발러"는 최적화 부분에 있어서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 아니다. 수많은 수풀과 전투 장면이 혼합되어 있어 그래픽적으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강물이 흐르고 넓은 지형이 나오고, 또 거기에 많은 수의 베트콩들이 첨가된다면 한마디로 화면이 버벅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옵션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쾌적한 게임플레이를 위한 최적화 부분이 제대로 적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3. 세이브 포인트의 압박 –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서의 재시작을 미리 염두에 두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한다. 세이브 포인트가 정해져 있고, 이 세이브 포인트를 지나지 않으면 그나마 진행했던 부분들까지 새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는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또 세이브 포인트를 지났다고 해도 새로 게임을 빠져 나갔다가 들어와 보면 나눠져 있는 미션의 가장 처음 부분만 저장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버그와는 다르지만 마치 버그처럼 보인다. 때문에 실제로는 플레이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길이의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재시작 때문에 상당히 오래 플레이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퀵세이브가 가능한 '콜 오브 듀티' 등과 비교해 볼 때 사실적인 면에서는 당연한 부분이라 해도 게이머의 편의성 입장에서는 아주 고약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4. 캐릭터 움직임의 엉성함 – 캐릭터의 행동은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다. 총을 어깨 위로 해서 들고 간다든지, 담배를 피우는 모습, 피로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 등은 그간의 게임들에 비추어 볼 때 무척 획기적인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 행동들의 세밀함에 비해 각 동작의 이어지는 부분이 너무 딱딱해서, 마치 셀이 모자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땅 위를 걸을 때도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걷는 모습이 많이 보여 사실감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점프가 없는 것도 단점이다. 낮은 언덕이나 턱이 있는 곳도 점프가 없기 때문에 쉽게 지나지 못한다. 이것 역시 사실성 부분 때문에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토끼 뜀 뛰듯이 점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FPS 게이머라면 땅에 자석처럼 달라붙은 발이 무척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5. 답답한 총기 사운드 – 앞서도 지적했듯이 콩 볶는 듯한 소리를 내는 꽉 막힌 총기 사운드는 불만 사항이다. 아직 적당한 패치가 나오지 않았고 제작사나 팬들 역시 이 게임에는 큰 관심이 이제는 없어 보여 새로운 총기 사운드 패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M16이나 칼빈이나 M60이 큰 차이 없이 '딱꽁딱꽁'하는 소리를 낸다면 타격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냥 무시하고 게임을 하기에는 꽤 답답한 구석이 많다.
6. 로딩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구식 폰트와 메뉴 인터페이스의 부족함 – 월남전 당시를 회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딩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문구들의 폰트가 무척이나 구식이다. 마치 도스 시절의 게임에서 보는 그런 폰트를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메뉴 인터페이스도 게임을 다 만들고 난 다음에 날림으로 만든 것처럼 성의가 없어 보인다. 마치 립버전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외부의 치장에 신경을 안 쓴 것은 그만큼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미션마다 3~4개씩 들어있는 중간 로딩도 맥을 끊는 부분이다. 맵을 부분 부분 나눠서 프로그래밍 했는지는 몰라도 몰입하는 중에 중간 로딩이 있어 무척 산만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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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모아를 설치하면 많은 수의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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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오르는 마을. 이런 식으로
베트콩 본거지를 불태우는 작전이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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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수상 가옥들을 공격하는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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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연결된 벙커 속을 돌아다니는 미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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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없는 멀티플레이
싱글플레이를 마치고 멀티플레이 부분을 경험해 보기 위해 게임스파이에 접속했더니, 딱2개의 서버만이 뜬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일까? 그것도 하나의 서버에는 4명만이 있어서 그냥 맵 구경하러 왔다는 생각만이 든다. 며칠 틈을 주고 접속해도 여전히 그런 상황이 계속되어 제대로 된 멀티플레이를 느껴보기 힘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비인기 게임인 셈이다. 맵은 모두 16개가 제공되고 있고, 싱글 미션 중에 나왔던 장소와 그렇지 않고 멀티플레이만을 위해 새롭게 만든 곳도 있다. 기본적인 데쓰매치 외에도 문서 뺏기나 수색 섬멸, 전선 등의 모드 들이 있어 다른 게임에 비해 멀티플레이 방식이 색다르다. 이 중에 특히 수색 섬멸은 흩어져 있는 박격포 조각들을 찾아서 조립한 다음 적진에 포격하는 모드로, 보물찾기와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
"맨 오브 발러"의 멀티플레이가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상대역을 하게 되는 월맹군 때문이다. 2차 대전 게임에서는 독일군이라는 걸출한 상대역이 있지만, 베트남전의 월맹군은 그리 매력적인 상대가 아니다. 특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이라크전 게임에 이라크군으로 분해서 미군을 공격하는 입장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리 썩 내키지가 않을 것이다.
썰렁한 서버를 보면서 그저 싱글플레이로 만족해야 하는 게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같이 놀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멀티플레이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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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옵션의 서버 생성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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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진영의 캐릭터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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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맹군 진영의 캐릭터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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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지 맵. 무척 좁은 통로로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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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맵의 로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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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맵에서의 정글 속 촌락.
어디서 베트콩이 나타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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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을 제대로 표현한 게임
이제 간단한 장단점과 함께 결론을 정리해 보자.
장점: 베트남전쟁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폭파 씬 등이 실감난다. 맵이 넓은 편이고 영화적인 스토리와 배경음악 등이 몰입감을 높여준다.
단점: 난이도 높고 퀵세이브 없고 총기 사운드가 평이하다. 최적화가 덜 되어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결론: '콜오브듀티'나 '메달 오브 아너'의 기대감으로 게임을 대하면 실망하지만 베트남전의 참전 용사가 되어 본다는 의미로 접근한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짧은 결론이지만 말 그대로다. '메달 오브 아너'를 만든 2015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대하면 실망할 게임이고, 그렇지 않고 베트남전을 다룬 또 하나의 밀리터리 FPS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꽤 잘 만든 게임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전쟁 역시 2차 대전과 마찬가지로 지금 플레이 하는 어떤 플레이어도 겪어보지 못했을 거란 거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을 진짜와 똑같다고 하는 것도 우습고,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 주로 바라본 게임을 접하는 것도 그렇다. 필자 역시 베트남전이 시작될 때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들'은 비단 미군뿐만이 아니라 자국을 지키려 했던 베트남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베트남전 이후 전 국토가 공산화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근 30여 년 만에 현재 미국과 한국과도 활발한 교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전쟁의 아픔이 치유되는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맨 오브 발러"는 입이 딱 벌어지는 그런 뭔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도(그래도 시가전 장면에서 정신 없이 쏟아지는 파편 더미 속을 달리는 것은 한 번 경험해 볼만 하다.)중립적인 시각에서 베트남전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면 적당히 평균대 위를 걷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졸작도 수작도 아닌 범작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리뷰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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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보게 되는 전사통지서.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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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맹군의 화염방사 탱크. RPG 몇 발로 공격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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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지나간 자리.
아련한 화약 연기가 치열했던 전투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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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후 볼 수 있는 마지막 화면.
끈끈한 전우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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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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