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디아블로를 외치다

#PC

포스트 디아블로
블리자드에서 개발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 2를 모르는 게이머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0년에 발매된 이 게임은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대작 중에 대작이다. 이 게임은 차별화된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 접두사, 접미사 시스템 등 여러 가지 획기적인 시스템을 선보여 이후에 등장하는 많은 롤플레잉 게임에 큰 영향을 줬으며, 발매 된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덕분에 디아블로 이후 모든 액션 롤플레잉 게임들이 포스트 디아블로를 외치며 등장했다. 이번에 필자가 리뷰를 쓴 타이탄 퀘스트 역시 디아블로의 아성에 도전하는 게임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게임은 디아블로 2의 아성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게임이다. 그동안 포스트 디아블로를 외쳤던 게이머들이 아류작에 지나지 않았다면, 타이탄 퀘스트는 사람에 따라선 디아블로 2보다 나은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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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Q 정감가는 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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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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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직업군-캐릭터 육성의 재미
액션RPG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에 있어서 게이머를 즐겁게 만드는, 혹은 몰입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사랑과 우정, 배신과 반전이 들어간 흥미진진한 스토리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그래픽도 좋지만 필자 생각엔 '캐릭터 육성에 관한 부분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있는가' 인 것 같다.
타이탄 퀘스트는 시작부터 직업을 가지진 않는다. 대신 8개의 고유 직업 마스터리중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마스터리를 선택하면 그것으로 직업이 갈리는 방식이다. 8개의 직업 마스터리는 각각 워페어, 디펜스의 전사 계열과 스피릿의 네크로맨서 계열, 네이쳐의 드루이드 계열, 로그, 헌팅의 도적계열, 어스, 스톰의 마법사 계열이 있다. 직업 마스터리는 2레벨, 8레벨에 한번 씩 자신이 원하는 마스터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직업 마스터리의 조합에 따라 최종 완성된 캐릭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워페어+어스=배틀메이지 스피릿+스톰=오라클로 직업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특별한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직업 마스터리의 조합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해나가는 타이탄 퀘스트의 시스템은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클래스의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머로 하여금 엔딩을 본 후에도 게임에 계속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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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의 선택이 플레이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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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 또한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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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타이탄 퀘스트만의 육성 시스템은 스킬 포인트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가 레벨업 할 때마다 3개의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얻게 된다. 스탯 포인트는 체력, 에너지, 힘, 민첩, 지능의 5가지 능력에 투자할 수 있고, 스킬 포인트는 직업 마스터리와 스킬 모두에 투자할 수 있다. 이중 스킬 포인트는 스킬을 배워 나감에 있어 다른 게임들처럼 화려하고 멋진 고급 스킬을 배우기 위해 소위 말하는 스킬 트리를 따라 한 계단씩 밟아가는 것이 아니라 레벨업을 통해 확보한 스킬 포인트를 직업 마스터리에 투자해 하위 스킬을 배우지 않고 고급스킬만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레벨업 시 주어지는 3개의 스킬 포인트를 스킬에 직접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 마스터리에 투자할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다른 게임과는 다른 캐릭터 육성 방식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직업 마스터리를 올리면 각 직업 마스터리 성격에 맞춰 능력치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스피릿, 어스, 스톰과 같은 마법 계열은 에너지와 체력이 올라가고, 워리어, 디펜스와 같은 전사 계열은 체력과 힘이 올라간다)직업 마스터리만 잘 선택하면 나머진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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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 버튼이 직업마스터리 포인트
왼쪽의 그림들이 스킬포인트다


8개 직업 마스터리 조합에 따른 28개의 직업, 스킬 포인트를 활용해 직업 마스터리는 물론 스킬도 올릴 수 있는 등 캐릭터 육성에 자유도를 높여 게이머들은 타이탄 퀘스트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에 상당한 중독성을 느낄 수 있다.(그만큼 재밌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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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 등장하는 강력한 몬스터 키클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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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등장하는 만티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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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이템-육성의 재미를 한층 높인다
타이탄 퀘스트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디아블로와 매우 흡사하다. 몬스터들을 사냥하다보면 '헤라클레스의 힘'이나 '독수리의 깃털' 등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것들을 모아서 무기나 방어구에 장착하여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치 디아블로의 소켓시스템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장착아이템은 종류마다 결합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있고, 같은 장착아이템끼리 결합하면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템의 등급을 글자의 색으로 구분하는 것 또한 디아블로를 생각나게 한다. 파란색아이템은 희귀, 보라색 아이템은 에픽 급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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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이템의 착용에 따라 캐릭터의 모습도 변화한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배경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에 관한 부분을 파헤쳤으니 이번에는 타이탄 퀘스트의 무대가 되는 배경과 그래픽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디아블로 2를 플레이할 때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스토리'였다. 메피스토, 디아블로, 바알 삼형제를 둘러싼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탄 퀘스트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은, 가상의 세계인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도 좋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나 유럽의 역사도 배경 스토리로 좋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나 신화의 경우 신뢰를 주기 때문에 게임의 배경에 대해 유심히 살피는 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최근 인기를 끌었던 PS2용 액션 게임 갓 오브 워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타이탄 퀘스트의 배경은 그리스와 이집트다. 게이머는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그리스에서 이집트 그리고 최종 목표인 오리엔트까지 이동하며 장엄한 스케일에 숙연한 느낌이 들 정도다. 풀3D 그래픽과 옵션설정을 통해 흩날리는 작은 수풀들에서부터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건축양식 표현이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사티로스나 켄타우로스 같은 몬스터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물론 높은 사양과 큰 용량이 부담스럽지만, 타이탄 퀘스트의 그래픽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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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부분까지 많이 신경쓴 듯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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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효과와 광원효과 또한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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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멀티플레이
디아블로 2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틀넷'이라는 안정적인 멀티플레이가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타이탄 퀘스트 또한 게임스파이를 이용한 멀티플레이를 제공한다. 그러나 블리자드의 배틀넷과 비교하자면 여러 부분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일단, 타이탄 퀘스트의 멀티플레이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한 고유 계정을 통해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싱글플레이에서 자신이 키우던 캐릭터를 불러와서 멀티플레이를 하는 방식이다.(디아블로의 오픈배틀넷을 생각하면 될 듯)이러한 멀티플레이 방식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지만 자신의 캐릭터에 무제한적인 에디트가 허용되며, 그것도 부족해 트레이너까지 사용이 가능해 재미를 반감시킨다. 물론 이러한 에디트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1레벨부터 차근차근 스토리를 진행해가며 즐겁게 플레이하는 필자 같은 게이머들도 많겠지만,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방에 난데없이 무지막지한 아이템을 장착하고 주변을 쓸어버리는 다른 게이머들을 보면 허탈감에 빠진다.
필자는 액션 RPG의 화끈한 액션도 좋지만 정통 RPG나 SRPG가 취하는 것처럼 스토리의 전개 및 진행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멀티플레이가 고유의 계정이 아닌 싱글플레이에서 육성한 캐릭터를 불러오는 방식이라면 탄탄한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즐길수 있는 타이탄 퀘스트는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에디트와 트레이너가 난무하는 게임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방을 개설해놓고 다른 플레이어가 입장하면 순간 프레임이 심하게 저하되는 경우 또한 빈번하며, 엔터키를 이용한 채팅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타이탄 퀘스트에서는 Y키를 눌러서 대화창을 띄우고, 할말을 적은 뒤 마우스로 X버튼을 눌러서 닫는 방식이라 심히 불편하다. 또한 '하마치'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CD키를 소유하지 않은 불법 사용자들도 자유롭게 멀티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제작사나 국내유통사의 불법 복제에 대한 방책이 없음에 아쉬웠다.
필자 개인적으로 타이탄 퀘스트의 멀티플레이는 너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며 아이언 로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좀 더 안정적이고 고유의 계정을 지원하는 멀티플레이 였으면 이 게임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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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1레벨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 성장한 게이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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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퀘스트는
게임스파이를 통한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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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한글화-진정 옳은일인가
이미 그 시장이 많이 작아진 PC게임 시장이지만 대작들의 꾸준한 한글화 발매는 여러 게이머들이 환영할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게임성을 인정받은 시리즈도 아니고 독자적 타이틀인 타이탄 퀘스트는 국내 발매에 있어서 판매량에 꽤나 의구심이 드는 타이틀 이었나보다. 현지화 없이 발매된 타이탄 퀘스트는 결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체 한글화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얼마 후 아마추어 한글화 팀에서 만든 한글화 패치가 웹사이트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 아마추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폰트와 매끄러운 모습은 많은 게이머들이 타이탄 퀘스트를 다시 플레이 하거나 더 오래 플레이 하게 붙잡아 두었고, 필자 역시 한글화 패치 후 다른 캐릭터를 더 키웠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영문판 게임보다는 깔끔하게 한글화 된 게임이 좋긴 하지만, 아직 국내 발매가 되지 않은 타이탄 퀘스트의 확장팩 임모탈 쓰론까지 이미 한글화가 돼있어 할 사람들은 이미 다 했다. '게임계에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은 불법복제를 한글화가 부추긴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글화가 되기 전엔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 건이었는데, 한글화가 된 이후 200만 건으로 늘었다면...? 게이머 자체 한글화는 게이머들의 즐거움엔 한 몫 하겠지만, 분명 안그래도 줄어만 가는 PC 게임 시장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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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가 매우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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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몰입하기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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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유저한글화는 옳은일일까?

마치며
타이탄 퀘스트는 아주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 틀림없다. 사양이나 용량 등의 문제나 멀티플레이의 부실함은 외적인 부분일 뿐이다. 필자 역시 정신없이 즐겁게 플레이한 몇 안 되는 게임 중에 하나였다. 디아블로2가 출시 된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 후속작을 기대하거나 더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게이머들에게 타이탄 퀘스트는 정말 좋은 게임이 될 것이다.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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