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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의 간디, 정식으로 한국땅 밟았다. 문명 5

레인

2010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문명5가 정식 발매됐다. 이슈가 된지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정식 발매된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동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웠던 게임을 이제는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순히 다이아몬드를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세기말 패왕 혹은 be 폭력주의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간디 덕분에 각종 패러디의 산실이 된 문명5는 간디 이전에도 한번 잡으면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아침이 올 정도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 있는 게임성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게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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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같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형태가 아니라 예전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삼국지 시리즈 같은 턴 방식의 게임이지만 명령을 내린 후 다음 턴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까 생각하는 맛 때문에 계속해서 저절로 다음턴, 다음턴을 외치게 된다. 오죽하면 문명이 PC에서 지워지는 날은 문명 다음 버전이 나오는 날,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 PC 사양이 낮아서 문명을 못하는 것은 신의 가호라는 말들이 나올까! 심지어는 문명 시리즈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시드마이어가 지구인을 타락시키기 위해 나타난 악마, 사탄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몇몇 사람들은 문명 시리즈가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어 세계사나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권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속으면 안된다. 현실 세계에서 로그아웃하게 만들려는 음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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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명5는 이전 버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도시를 건설해 발전시키고, 다른 국가와 외교를 하거나 전쟁을 통해 영향력을 늘려간다는 큰 맥락은 이전 시리즈와 똑같기 때문이다. 물론 최신 기술이 도입된 문명5는 이전에 비해 훨씬 보기 좋으며,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도 훨씬 늘었다. 하지만 이것이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한턴 한턴 넘기며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두근두근하며 바라보는 문명 특유의 매력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문명 시리즈는 이미 예전에 완성되어 있었으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금 더 보기 좋고, 편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게임이라는게 가장 정확한 설명일 듯 싶다.
문명 시리즈가 새롭게 발매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골수 팬이 아니라면 인식하는게 쉽지 않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보면 적지 않은 변화점이 있다. 특히 편의성 부분이 크게 향상돼 이전보다 초보자들이 손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문명 시리즈가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간디의 공이 크지만 그 배경에는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문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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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맵의 타일이 4각형에서 6각형으로 변화돼 지형의 구성이 좀 더 다채로워졌으며, 타일을 골드로 구입할 수 있게 돼 영역을 넓히는 것이 쉽게 됐다. 이전에는 자원지를 발견해도 그곳까지 영역이 확대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골드를 사용해 손쉽게 그곳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더 쉽고, 진행 역시 더 빨라졌다. 또한, 인터페이스 역시 편리해져 게임 후반부에 점령한 도시들이 많아져도 관리가 편리해졌다. 기술 개발이 완료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등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을 경우 턴을 넘기기 전에 그곳으로 화면이 옮겨서 실수로 그냥 턴을 넘기는 일을 방지해주고 있다.
전투 부분에서는 한 타일에 여러 부대를 같이 배치할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한 타일에 하나의 부대만 존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부대를 뭉쳐서 움직이는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여러 부대로 적을 에워싸는 모습의 전투가 펼쳐진다. 또한 원거리 유닛의 경우에는 타일은 건너 뛰어 공격을 할 수 있으며, 도시의 경우 원거리 공격이 기본으로 제공돼 공격 측이 함락하기 힘들어지는 등 여러모로 전쟁이 사실적으로 변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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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5의 주인공(?) 간디의 경우에는 "다이아몬드를 내놓지 않으면 유혈 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외교의 전부이지만 실제적으로 문명5에서 외교로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많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각 문명 외에 중립 도시 국가라는 개념이 생겨서 그들과의 외교가 게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립 국가들은 다른 문명처럼 적극적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주변 야만인들을 토벌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다양한 외교 활동을 벌이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마음에 안들면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점령하면 그만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점령만을 일삼다가 주변 문명이 모두 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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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문명5는 이전작보다 다양해진 콘텐츠와 보기 좋은 그래픽으로 훨씬 더 나은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 하는 점은 좋아진 만큼 요구하는 컴퓨터 사양도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크게 체감을 할 수 없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음 턴으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연히 늘어난다. 특히 CPU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문명5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근 많이 늘어난 쿼드코어 급의 CPU를 갖추는게 바람직하다. 만약 PC사양이 높은 편이 아니라면 처음 시작화면에서 다이렉트 10이나 11 모드가 아닌 다이렉트 9 버전을 선택해 실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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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전보다 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영어의 벽은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대단히 높다. 어차피 게임이라는게 몇 번 하다보면 익숙해지는 것이긴 하지만 게임의 내용을 100% 이해하고 즐기는 것도 대충 짐작하며 플레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불법인 만큼 권장하진 않지만 정 게임이 어렵다면 게이머들이 제작한 비공식 한글패치를 이용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아니면 좀만 더 어려움을 참고 기다리기 바란다. 국내 유통사에서 정식 한글 패치를 제작중이라고 하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단 이해하기 힘든 영어로 플레이할 때도 헤어나오기 힘든 게임을 한글로 제대로 즐겼을 경우 당신에게 생길 여러 가지 문제들은 당신의 책임이라는 점만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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