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 PSP vs NDS(1부)

"앞으로 1년 뒤면 현재 콘솔 게임기들의 수명은 다 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때는 휴대용 게임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죠"

얼마전 일본 닌텐도를 방문해 'NDS'의 가격 흥정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대원의 손찬호 씨는 소니 'PSP'와의 격돌을 각오하고 있는 것처럼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NDS'의 미래를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소니의 공세가 시작되다

소니가 1996년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이라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를 발매했을 때 그땐 아무도 PS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또 예상외의 선전으로 'PS'가 폭풍처럼 시장을 평정했을 때에도 닌텐도는 긴장하지 않았다. 이유는 가장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장악한 닌텐도에게 소니의 'PS'는 별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괴물' 소니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바쳐 'PSP'를 개발,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 때 닌텐도가 '수퍼패미컴'으로 장악했던 가정용 게임기 분야를 손에 넣더니 이제는 닌텐도의 왕국이자 마지막 안식처인 휴대용 게임기 시장까지 장악하고자 나선 것이다.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더 이상 소니에 밀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인지 닌텐도는 'NDS'를 예상가(3만엔)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50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발표했다. 어이없는 일격을 당한 소니의 타격은 심각했다. 지난 9월 21일 'PS브리핑'에서 발표한 '미니 PS2' 탄생이 아무런 빛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이 'PSP'에 등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이때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소니의 대응은 신속했다. 소니는 'PSP'을 도저히 믿기 힘든 가격인 1만9800엔으로 책정해 발표했다. '액정만 해도 1만엔에 가까운 'PSP'를 이해할 수 없을 수준의 가격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은 일부 전문가들에게 소니가 'PSP' 한대를 팔 때마다 10000엔은 손해볼 것이라는 우려를 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닌텐도의 주가가 반토막 난 것도, 일본과 미국의 휴대용 게임기 개발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니 소니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게임 소프트의 향방은?

'NDS'와 'PSP' 모두 게이머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의 가격으로 산정된 지금, 이제 논쟁의 핵심은 게임 소프트로 번졌다. 누가 더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 내느냐가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소프트에서는 닌텐도가 한수 위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300만장은 거뜬히 팔려나가고 있는 '포켓 몬스터', 닌텐도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마리오', 휴대 게임으로서는 최고작이라 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와리오' 등 메가톤급 타이틀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까지 휴대용 게임기의 제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GBA'와의 게임 호환은 매우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NDS'는 'PSP'와는 다르게 두 개의 스크린을 제공한다. 그중 하나는 터치 스크린으로 되어 있는데 게이머가 터치 스크린에서 그림을 그리면 밑에 있는 스크린에 그 결과가 반영되는 등 지금까지는 나오지 않았던 획기적인 개념의 게임을 만들어 게이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전략이다.

반면 기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소니는 이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택했다. '움직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기존 'PS2'용 인기 게임들을 'PSP'로 옮긴 것이다. 즉 'NDS'보다 우위에 있는 하드웨어 성능과 커다란 액정 스크린을 이용해 '진삼국무쌍' '모두의 골프'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 등 인기 'PS2' 게임들을 'PS2'버전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선보여 'PS2' 게이머들을 휴대용 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또한 기존 휴대용 게임기의 그래픽보다 한차원 높은 그래픽의 게임을 계속 제작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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