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게임 페어플레이 정신 보고 배워야'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인해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여야가 국회가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선의의 대결을 펼쳤다.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온게임넷 메가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다음과 함께 하는 팡야! 세기의 대결' 대회에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과 열린 우리당의 김영춘 의원이 각각 당을 대표해 온라인 골프로 대결을 펼친 것.

평소 자녀들을 통해 '팡야'를 접한 두 의원은 경기시작 전 원 의원이 "선거에서는 져도 게임에서는 질 수 없다"고 선언하자 김 의원이 "레벨은 내가 낮지만 시합은 해봐야 하는 것이다"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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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속 캐릭터 복장을 한 자녀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시작된 개인전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김 의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정확한 어프로치 샷을 통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김 의원이 한 타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 반면 원 의원은 첫 시합이라 긴장이 된 듯 본래의 실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마지막 버디 퍼팅에서 실수를 해 한타 차이로 아쉽게 패배했다.

프로게임단 감독들과 팀을 이뤄 펼쳐진 팀 전에서는 SK텔레콤 T1의 주훈 감독과 팀을 이룬 원의원이 승리를 따냈다.

원 의원은 세 번째 홀에서 주훈 감독의 어이없는 OB샷으로 한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네 번째 홀에서 극적으로 '알바트로스'를 성공시켜 승기를 잡았다.

반면 한빛스타즈의 이재균 감독과 팀을 이룬 김 의원은 첫 번째 경기에서 보여준 정확한 어프로치 샷을 여전히 선보였으나 두 번째 홀에서 힘조절 실패로 인한 OB샷과 다섯 번째 홀에서 이재균 감독의 퍼팅미스로 인해 아쉽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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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을 마친 후 원의원은 "사법고시때도 이만큼 떨리지 않았다. 게임속 캐릭터가 신경안정제를 먹을 일이 아니라 내가 먹었어야 했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의원도 "타이거 우즈도 1미터짜리 퍼팅에 실패할 수 있으니 이재균 감독을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말해 관객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한 두 의원 모두 "게임에서는 규칙과 벌칙이 있어 멋진 승부가 연출되고 또 채팅창을 통해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데 정치권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도 게임에서 많은 모습을 배워야 한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오는 13일 게임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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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두 의원과의 일문일답

사이좋게 1승씩 나눠가졌는데 경기를 끝낸 소감은?

김 의원 : 원 의원보다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플레이 한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원 의원 : 긴장 때문에 손이 떨려 본래의 실력을 다 펼치지 못했다. 게임 속 캐릭터가 신경 안정제를 먹을 일이 아니라 내가 먹었어야 했다.

서로의 플레이를 평가하자면?

김 의원 : 원 의원이 실수를 많이 했는데 너무 고난이도의 기술을 선보이려다 긴장을 많이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원 의원 : 김 의원이 게임중에 선보인 어프로치 샷은 상위 레벨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대단했다.

경기 중간에 프로게이머 단장들이 큰 실수를 했는데 그 때의 심정이 어땠나?

김 의원 : 마지막 홀에서 이감독의 퍼팅 미스를 말하는 것 같은데 타이거 우즈도 1미터짜리 퍼팅에 실패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원 의원 : 주감독의 OB샷 때는 앞이 캄캄했지만 실력을 믿었다. 결국 4번째홀에서 주감독의 멋진 티샷 때문에 알바트로스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시합을 대비해서 얼마나 연습을 했나?

김 의원 : 3달 전에 아들에게 처음 배웠는데 시간이 없어 주말에만 가족모드를 잠깐씩 플레이하다 이틀 전부터 시합을 대비해 맹렬히 연습했다.

원 의원 : 아이들과 함께 두 달 정도 꾸준히 연습을 했다. 시합모드에서 18홀을 다 돌면 15언더 정도 친다.

온라인 게임과 정치를 비교하자면?

김 의원 : 게임에는 규칙과 벌칙이 있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게 되는데 정치는 게임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아쉽다. 게임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정치권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원 의원 : 게임에서는 채팅창을 통해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간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화가 단절되어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리고 상대의 실수를 통해 승리하는 것보다는 서로 최선을 다하는 경기가 감동을 안겨주듯이 정치도 상대방의 실수를 이용하기 보다는 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 단체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셧다운 제도'를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의원 : 전적으로 가정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정 내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일을 국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원 의원 : 밤 10시 이후 청소년의 PC방 이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를 가정까지 확대시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가정에서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e-sport 및 게임산업의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김 의원 : 아이부터 어른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놀이문화라는 긍정적인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유망사업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원 의원 : 게임산업은 세계에서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는 유망사업 중에 하나다. 아직 음비게법 등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업계가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정부에 요구를 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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