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술유출 '눈뜨고 당한다'

"연봉 1억원 줄테니 실력 확인해 보자"

"개발자금 제공 할테니 기술진 보내라"

"우리 회사로 옮기는 이적료로 1억원, 연봉 1억원을 주겠다. 대신 실력을 확인해야 하니 그동안의 작업 결과를 보여 달라."

국내 게임업체 P사에 근무하던 개발자 A씨는 9월 중국인 브로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와 함께 이런 요구를 받았다. A씨는 개발 중이던 게임 프로그램을 CD에 담아 갔고 중국인 브로커는 확인만 하겠다며 A씨 몰래 CD 내용 전체를 자신의 노트북에 복사해 갔다.

A씨는 얼마 뒤 중국의 한 게임에 자신의 기술이 적용된 것을 보고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에 중국과 대만 등 후발국 게임업체가 접근해 기술을 빼내거나 한국의 고급 인력을 데려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인력을 빼내기 위해 높은 연봉으로 유혹하는 것은 기본. 자금난을 겪는 작은 게임업체들을 골라 접근하는 회사도 있다.

최근 한 음반사에 인수된 게임개발업체 R사는 지난해 대만의 게임업체 G사와 게임 공급 계약을 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완성된 게임만 G사에 넘기면 됐다.

그러나 G사는 약속된 시간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R사의 일정이 지연되자 도리어 일정 지연을 핑계 삼으며 R사의 개발진 전부를 대만으로 불러들였다.

R사의 한 개발자는 "G사 직원들이 대만에 오피스텔을 마련해 그곳에서 작업할 것을 강요했다"며 "회사 사정이 급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완성 게임뿐 아니라 회의 내용부터 개발 노하우, 프로그램 소스까지 고스란히 G사에 넘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김진석 과장은 "게임산업은 사람이 가진 노하우가 기술의 대부분이지만 아직까지 인력 유출을 제도적으로 막기 힘들다"며 "정부 차원에서 인력을 관리하고 게임업계 종사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해킹으로 한국 게임업체의 컴퓨터에 접근해 프로그램을 빼가는 경우도 심해졌다.

게임업체 N사는 개발자들에게 컴퓨터를 2대씩 나눠줬을 정도. 인터넷에 연결된 자료검색용 컴퓨터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게임 개발용 컴퓨터로 나눠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게임업체 CCR의 장언일 개발본부장은 "특정 게임업체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돌기만 해도 당장 중국과 대만에서 시간당 수십 건의 해킹 시도를 벌인다"고 말했다.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sanhkim@donga.com
정동범 게임동아 기자blackbird@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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