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04년 PC게임시장 결산

2004년 PC게임시장이 2003년도에 기록한 -43.1%의 성장률에 버금가는 급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1월까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PC게임이 2003년도 심의를 통과한 628개의 절반을 조금 넘는 381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겨울방학 시즌을 노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타이틀을 감안하더라도 2003년도에 비해 30%이상 감소된 것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될수록 신규제품이 줄어드는 현물시장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

이처럼 PC게임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대박 타이틀의 불법복제와 역사왜곡 문제, 국내 PC게임 제작 및 유통사들의 온라인 업체로의 전환 등을 꼽을 수 있다.

불법복제

PC게임시장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불법복제는 정품게임이 국내에 발매되기 전 와레즈, P2P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됨으로서 시장자체를 축소시켜 놓았다.

특히 올해 PC게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예상됐던 '둠3'은 국내출시 이전부터 이미 P2P사이트에 유출돼 불법복제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영웅전설6'도 작년 '이스6' 불법한글패치 유출사태가 원인이 돼 국내에서는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수입된 국외 게임은 작년과 비교해 200개나 감소한 355개만 출시됐다. 즉 검증된 대작 게임만 출시되는 것. 이마저도 해외판이 직수입되거나 매뉴얼만 한글화되어 출시되는 등 기현상을 낳고 있다.

이 같은 기현상으로 인해 정품과 불법복제판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고 게이머들도 정품 구매 의욕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용산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버윈터 나이츠' 등 출시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정품 패키지 재고물량이 7000원 정도의 헐값에 팔리고 있을 정도다.

또한 용산의 게임총판인 '비엔티'의 판매순위에 따르면 올해 3주 이상 20위권내에 위치한 타이틀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카운터스트라이크:컨디션 제로' 등 PC방 구입물량이 많은 타이틀뿐 개인 판매 비중이 높은 타이틀은 전무하다시피 해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 왜곡 문제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 이후 PC게임시장의 또 하나의 걸림돌로 '역사왜곡 문제'가 등장했다. 윤원호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해외게임 역사왜곡 문제 심각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장년층에게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삼국지10'이 거듭된 등급보류로 언제 발매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으며 북한을 소재로 한 '고스트 리콘2'와 '스플린터 셀3:카오스 씨어리' 역시 발매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 밀리터리 관련 게임들이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쟁지역인 한반도를 대부분 시나리오로 채택하고 있어 밀리터리 게임들이 국내 출시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게임 유통사들이 '게임은 게임만으로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한번 엉켜버린 문제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르고 있다.

PC게임사들의 온라인 업체로의 전환

2004년 영등위의 등급심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도 심의를 통과한 국내 PC게임은 총 22개로 이는 2003년도의 68개에 비해 1/3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가 온라인 게임 개발사로 선회한 것을 나타내는 것.

이 같은 현상은 PC게임의 경우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국외게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힘든 반면 온라인 게임은 불법복제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으며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더' '겟앰프드' 등 캐주얼 온라인 게임은 비교적 적은 비용과 인원만으로도 개발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더 빠르게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망

PC게임시장의 축소는 200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PC게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동용 게임시장에서 대작이라 평가받는 '롤러코스터 타이쿤3'과 '주타이쿤2'가 연말 시장을 노리고 발매됐지만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된다.

또한 올해 최고 기대작이라 평가받던 '하프라이프2' 역시 '둠3'와 마찬가지로 불법복제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 '삼국지10' '고스트리콘2' '스플린터 셀' 등의 대작 타이틀도 역사 왜곡을 이유로 발매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국내 패키지 시장을 주도해오던 EA, 비벤디 등 해외 배급사들이 온라인 쪽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EA의 관계자는 "EA의 경우 '심즈2'같은 대작 타이틀이나 '피파' 'NBA' 등 스포츠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판매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대작 타이틀이라 평가되는 타이틀은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지만 '피파 온라인' '메달 오브 아너 온라인' 등 온라인 사업에 더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도 영등위 등급 심사 통과 현황



2004년도 영등위 등급 심사 통과 현황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