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PC게임 5대 뉴스

2002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PC게임 시장이 올해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둠3' '하프라이프2' 등 몇 년 동안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왔던 대작 게임들의 출시로 인해 게임시장이 조금은 회생의 기미가 보일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 여지없이 빗나간 것.

'둠3'의 경우 불법복제로 인해 1만장 정도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참담한 실패로 유통을 맡은 YBM시사닷컴이 게임 유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으며 작년부터 국내 PC방을 먹여살렸던 '카운터스트라이크'도 밸브의 PC방 유료화를 선언으로 인해 PC방에서 배척당하게 됐다. 이로 인해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하프라이프2' 역시 PC방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1. 비벤디-밸브 '카스' 분쟁, 밸브 승리로 끝나

2년 넘게 이어져온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이하 비벤디)와 밸브 소프트웨어(이하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관련 법적공방이 금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8월부터 12명의 변호사가 200여건의 서류가 오가며 법적 공방을 벌었던 세계 게임계 최대분쟁으로 밸브는 오프라인 유통판권만을 가지고 있는 비벤디가 PC방에도 게임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으며 반대로 비벤디는 밸브에서 제작된 게임의 개인용이나 상업용 판권들에 대한 것은 자신들의 권한이기 때문에 밸브가 온라인 게임 서비스 '스팀'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었다.

지난 11월 29일 미국 시애틀 지방 연방 법원은 '밸브사에서 개발한 게임에 대해 오프라인 유통판권만 가지고 있는 비벤디가 PC방에 게임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밸브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치열했던 분쟁은 결말을 짓게 됐다.

이에 따라 밸브는 이번 재판 결과에 의해 PC방에 '스팀' 서비스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비벤디는 밸브사 PC방에 기존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스팀'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GNA소프트(구 스타일네트워크)와 PC방 연합회가 마찰을 빚어 왔으며 지난 7월 31일 밸브가 '카스'의 무료서버인 '원넷'을 폐쇄했을 때 PC방 연합회는 불법 서버를 돌리는 사태까지 발생시키기도 했다.


2. 올해 불법복제 최대의 희생양은 '둠3'

지난 8월 5일 국내 출시된 '둠' 시리즈의 최신작 '둠3'도 게임계의 고질병인 불법복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사건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린 '둠3'가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 못지않게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와레즈를 통해 불법복사본이 돌아 판매량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

업계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내에 이 게임이 발매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1만장 정도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 이 게임을 즐긴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에 '둠3'와 더불어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던 '하프라이프2'는 불법복제를 어느 정도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게임은 '둠3'와 다르게 싱글 플레이도 밸브의 인터넷 서비스인 '스팀'에 인증하지 않으면 플레이할 수 없도록 만들어 크랙 버전의 유포를 막았으며 컴퓨터에 크랙 버전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 게이머들의 '스팀' 계정을 모두 삭제하는 초 강경수를 둬 결국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3. '역사 왜곡', 게임 등급 심사에 새로운 걸림돌로 떠올라

전세계적으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역사 왜곡' 문제가 게임 등급 심사에 새로운 걸림돌로 떠올랐다.

지난 10월4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윤원호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출한 '해외게임 역사왜곡 문제 심각성'에 대한 자료에 의해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심의 기준이 강화된 것.

이로 인해 10월 말에 출시가 예정돼있던 일본 코에이사의 '삼국지10'의 경우 4번에 걸친 심의 보류를 받고 게임 내용을 수정해 지난 23일에야 겨우 심의를 통과했으며 유비 소프트의 '고스트리콘2'는 아직까지도 심의 통과가 불분명한 상태다.

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국지10의 경우 현재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그 위치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는 '낙랑' 지역이 등장하는 것이 문제가 돼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며 '고스트리콘2'의 경우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보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까지만 해도 중동 지역의 분쟁을 소재로 하는 밀리터리 관련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으나 중동 지역의 분위기가 완화됨에 따라 한반도가 마지막 분쟁지역으로 떠올라 앞으로도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많이 출시될 예정. 하지만 영등위의 심사기준 강화로 인해 이런 게임들의 국내 출시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4. 스타크래프트의 아버지 '빌로퍼', 한빛소프트와 손잡다

울티마 시리즈의 아버지 리차드 게리엇과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의 개발자 존 반 카니헴이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은데 이어 금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아버지 빌로퍼가 한빛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6월 7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플래그십 스튜디오즈 핵심개발진 방한 조인식'에서 빌로퍼를 비롯해 '블리자드'의 주요 개발자들이 나와서 설립한 플래그십 스튜디오(이하 플래그십)의 차기 게임에 대한 아시아 지역 퍼블리싱 및 운영계약을 체결했다.

빌로퍼는 국내에서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스타크래프트'와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어낸 '디아블로' 시리즈의 개발을 담당했던 전 '블리자드'의 최고 개발자.

빌로퍼가 플래그십에서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디아블로2'와 같은 느낌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싱글플레이가 가능한 멀티플레이 기능이 대폭적으로 강화된 새로운 방식의 게임이라고 밝혔다.

한편, 빌로퍼는 플래그십이 한빛소프트를 퍼블리싱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블리자드에 있을 당시 한빛소프트와 맺어온 신뢰와 그동안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유통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마케팅 능력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5. 일본 성인 미소녀 게임 국내 상륙

올 하반기 일본 성인용 미소녀 게임이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해피팩토리(대표 김경실)에서 국내 처음으로 일본 밍크사의 PC용 미소녀 게임 '미션 오브 머더'를 지난 11월 26일 발매한 것.

해피팩토리는 지난 2002년 '프린세스 나이츠' '홍색관' 등의 타이틀의 국내 출시를 시도했던 동원마도카가 회사명을 변경한 곳으로 그 당시 주인공이 학생이라는 점과 강간 장면 등 국내법에 위반되는 부분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광고비, 한글화 비용 등 큰 손해를 봤었다.

이번에 출시된 '미션 오브 머더'는 야한 장면이 삭제되지 않은 완벽한 성인용 게임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사실 이전에도 일본 엘프사의 '동급생2' 등 대표적인 미소녀 게임들이 국내에 출시됐었으나 성인용 미소녀 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의 장면이 삭제돼 국내 게이머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미션 오브 머더'의 경우 문제가 되는 장면을 원작 회사인 밍크사에서 직접 수정해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의 출시로 인해 앞으로 성인용 미소녀 게임의 출시의 길이 열렸으며 해피팩토리에서도 2005년에는 2002년에 실패했던 '프린세스 나이츠' 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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