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장석규] '롱런' 게임들의 특징

'파이널 판타지' '슈퍼로봇대전' '위닝 일레븐' '삼국지' '울티마 온라인'. 이 게임들은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은 게임이며, 지금도 꾸준히 후속작들이 출시되고 있는 게임이다. 어떤 점들이 이 게임들을 오랫동안 사랑 받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하는가? 이 점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우선 배경 스토리가 튼튼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위닝 일레븐'과 같은 스포츠 시뮬레이션은 예외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 즉 이야기 구조가 튼튼한 게임이 오래 사랑 받는다.

정사 '삼국지'를 각색한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고에이의 '삼국지'의 경우, 천(天), 지(地), 인(人) 이라는 세계관에 맞게 특징을 둔 게임을 내놓고 있다. 하늘의 때를 강조한 '삼국지4'에서는 기상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의 양상이 바뀌도록 제작됐으며, 조직원의 화합을 중시한 '삼국지5'에서는 각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따라 인재 등용을 비롯한 외교 활동이 중시됐다. 지리적 이점을 강조한 '삼국지6'에서는 자기 지역의 일부가 다른 나라에게 빼앗기게 되면 자기 지역임을 표시하는 깃발이 꺾인 채로 나오게 된다.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 및 만화를 모티브로 한 '슈퍼 로봇 대전'은 기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 새로운 로봇과 시나리오를 첨가해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처럼 게임 시나리오, 즉 이야기가 튼튼한 게임은 그 이야기에 맞춰 시스템과 그래픽의 변화를 주면서 사용자로 하여금 그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것은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ce multi use)라는 멀티미디어 속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해석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세계관이나 소재를 활용하여 게임을 만들어서 사용자로 하여금 그 게임에 몰두하게 만들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상공간 안에서 현실감을 충실히 살렸다는 점이다. 가상공간 안에서 또 다른 내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게임의 내용이 되는 '울티마 온라인'은 가상공간이지만, 그 안에 현재 우리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위닝 일레븐'과 같은 스포츠 시뮬레이션도 가상의 '축구장' 안에서 축구를 하는 분위기와 선수들의 몸동작을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상공간 안에서 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다 보면 어느새 게임에 깊이 몰입되어 있고, 전작에서 살리지 못한 시스템이나 움직임을 보완해서 다음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의 성능을 끝까지 활용했다는 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와 같은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래픽까지 최대한 구현하여 마치 실제 움직임을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특징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라고 본다. 소설이나 영화도 기본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듯, 게임도 기본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게이머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시나리오나 기획 작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재미 있으려면 그것은 현재 사회를 구성하는 것들 - 역사, 철학, 문화, 예술 등 - 에 대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시나리오가 나오고, 기획이 나와야 한다. 그랬을 때 정말 10년 이상 장수하는 게임이 나올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게임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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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규 게임스쿨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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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쿨 교육부 소속

게임스쿨 교육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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