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성회]'와우', 서버편중화 현상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아직도 시끄러운 걸 보면 사안이 꽤 중대한가보다. 옮기려는 이유야 많겠지만 사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몰려도 너무 몰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 국민의 반절에 가까운 인구가 단 하나의 도시와 그 반경 몇 십 킬로미터 안에 몰려있는데 잡음이 없다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너무 몰려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나랏일만이 아닌가 보다. '와우' 역시 몰려서 탈 많기는 매한가지.

'와우'는 오픈 베타서비스 이후, 증가하는 동시접속자(이하 동접자)에 비례해 서버 숫자가 늘어나 현재 전쟁서버 47개, 일반서버 18개 등 총 65개 서버를 가동시키고 있다. 서버 수가 10개 미만인 온라인 게임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개수만 보더라도 대단해 보이지만 실상 내용은 그리 알차지 못하다.

소수 상위 서버의 경우 ①피크타임에는 접속인원이 수용 가능인원을 넘어 접속대기에만 몇 분 이상이 소요되고 있는데 반해 하위서버의 게이머들은 인구부족으로 인해 ②파티플레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ui프로그램인 ③'하늘아리'를 이용한 양 진영 인구통계이다. 제 1서버 아즈샤라 서버와 하위 서버인 프레스톨 서버의 비 피크타임(오후 3시 경) 인구통계를 비교해 보았다. 아즈샤라의 경우 양 진영 통산 2천명을 훨씬 상회하는 사용자수를 보이는 반면 프레스톨 서버의 경우 3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 재미있는 것은, ④얼라이언스와 ⑤호드의 인구비율은 평균 1.5:1에서 2:1정도를 보이는데 인기 서버로 갈수록 격차가 줄어들고 비인기 서버로 갈수록 벌어진다는 사실. 최고 인기 서버 아즈샤라의 경우는 아예 비율이 역전되어 있다. 비인기 서버의 호드가 인기 서버의 호드로 이주함에 따라 생기는 서버 빈익빈 부익부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아즈샤라 서버 얼라이언스 진영 동접자: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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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샤라 서버 호드 진영 동접자: 1187
아즈샤라는 거의 유일한 호드 우세 서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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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톨 서버 얼라이언스 진영 동접자: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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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톨 서버 호드 진영 동접자: 62
양진영 인구비율 3.6:1. 인구 불균형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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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개학 이후라고는 하지만 프레스톨 서버의 호드 진영 동접자는 두 자리에 불과하다. 전 서버의 인원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이 정도라면 '와우' 세계의 광대한 넓이를 고려했을 때 ⑥피아를 구분하고 필드에서 플레이어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 될 만한 수준이다. 반면 피크타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즈샤라 서버에서는 ⑦대기표를 발급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은 집에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유료화 전환율 예측 실패다. 예측이 빗나간 가장 큰 원인이 게이머의 기대를 상회하는 요금과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기인해 촉발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유료화 전환율 예측 실패는 인구수 대비 적정수를 초과한 서버수를 보유하게 만들었고 이는 일부 ⑧서버 공동화(空洞化) 현상의 빌미가 되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유료화 직전에 시행됐던 일부 서버의 1주일간 장기간 서버다운이다. 장기점검에 해당된 서버의 게이머들 중 상당수는 서버를 옮겼고 이때부터 서버간 인구 수 에 다소간의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서버간 인구 차이는 유료화 이후 점점 더 큰 격차를 보이게 되었다.

'블리자드 스케일'을 내세우며 파티 플레이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와우'였기에 인구 수 와 재미가 비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는 서버 인구수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했다. 사람이 많은 서버는 대기표 때문에 많은 대로 불편해하고 있고 적은 서버의 유저는 불만의 수준을 넘어 서버 이주, 혹은 재결제 포기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원인과 현상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안이 있어야 할진대, 사실 일개 게이머가 쉽사리 대안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⑨서버통합이다. 실제로 하향세를 보이는 온라인 게임들이 취하는 대부분의 방법이지만 '와우'가 서버통합을 행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서버통합'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 때문. 상기했듯, 서버통합은 '게임이 하향세를 보이며 서버운용 비용 대비 게이머 수를 따져 적자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때'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서버를 통합한다는 것은 '와우'의 한국시장 연착륙 실패를 대외적으로 자인하는 것이 되고 이는 회사의 주가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현재 '와우'가 당면한 문제는 게이머의 감소세도 감소세지만 '편중화'에 비중이 크므로, 문제의 포커스를 '편중화'보다 심각한 '감소세' 쪽으로 돌리는 자책을 범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유료화 이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버 통합은 아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인기 서버의 넘치는 인원을 비인기 서버로 이주시키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겠지만 이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템이나 골드 등 적절한 보상과 함께 캐릭터 자체를 그대로 이주시켜준다고 해도 길드와 인맥 등 무형의 재산을 고려하면 쉽게 이주를 결정할 게이머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다른 유명 온라인 게임 '에버퀘스트'의 경우 일정액의 현금을 지불하면 초기화 없이 서버를 이주시켜주는 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는데, 그간의 신용을 이용해 아이템과 머니를 잔뜩 빌려 타 서버로 이주해버리는 등 악용사례가 속출했다고 한다. 하물며 현금을 받아도 악용사례가 생기는 판에 자의적인 서버 이주 허용은 자칫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과밀 서버에서 비인기 서버로 옮길 때만 서버이주를 허용하는 등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쉬운 문제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얼마 전 행정수도 특별법의 국회통과 이후 한 야당이 큰 내홍을 겪고 있다고 한다. 뭐가 뭔지 정치판의 일은 언제나 복잡하기만 하지만 몰리고 쏠린 것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온라인 게임이라고 같지 않으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서버 편중화 현상에 대한 블리자드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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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우주닷컴 e-sports팀

1997~2000 월간 게임파워
2002~2003 월간 넷파워
현재 우주닷컴 e-sports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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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피크타임 : 온라인 게이머들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을 일컬음. 주로 22시~04시 사이를 말함

②파티플레이 : 온라인 게임 플레이 중 게이머가 여럿이 모여 한가지 목적을 위해 동맹관계를 맺고 함께 행동하는 것.

③하늘아리 : 온라인 게임 '와우' 전용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프로그램으로 사용자 동접수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④얼라이언스 : 인간, 나이트엘프, 드워프 등 유사인간으로 이뤄진 진영, 게임상에서는 선의 진영에 속하는 캐릭터들을 일컬음.

⑤호드 : 언데드, 트롤, 오크, 타우렌 등으로 몬스터과에 속하는 종족으로 이뤄진 진영, 게임상에서는 악의 진영에 속하는 캐릭터들을 지칭함.

⑥피아(彼我) :①그와 나 ②저편과 우리편 ③남과 자기(自己), 게임에서는 적군과 아군을 지칭함.

⑦대기표 : 사용자가 포화상태인 서버에 들어가기 위한 순번표.

⑧서버 공동화(空洞化) 현상 : 특정 서버의 게이머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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