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게임 범람, 해결책은 없는가’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최종배 게임동아 기자 (jovial@gamedonga.co.kr)

'둠3'를 유통한 YBM시사닷컴의 비극적인 게임사업 철수,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의 국내 유통사들의 수익감소에 따른 대폭적인 사업 축소 등 국내 패키지 시장의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이미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5만장 판매는 대박'이라는 얘기는 옛말이 됐으며 '5000장 판매=대박'이라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을 정도로 판매는 바닥을 기고 있다.

또한 국내 하드웨어 보급량이 얼마 되지 않는 엑스박스와 게임큐브 패키지 게임 판매량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에 100만대가 보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PS2와 4000만대를 훨씬 넘어서는 PC의 전용 패키지 게임조차 판매량이 5000장을 넘지 못한다는 건 패키지 게임 산업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발사는 개발사대로 패키지 게임 개발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유통사는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타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관론자들은 국내 게임 시장이 조만간 완전히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을 정도다.

이런 참담한 현실은 국내의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에 특화된 시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에서 과도하게 퍼져있는 불법복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IMF시절부터 새롭게 대두됐던 중고 패키지 게임의 문제와 함께 불법복제가 패키지 게임의 암적인 존재로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이다. 이 사실이 게임계에서 어제 오늘 지적됐던 문제는 아니지만 누구 하나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해결책이 없어 모두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게임동아는 불법복제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성장 둔화의 촉진제, 콘솔 하드웨어 불법개조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하드웨어의 불법개조다. 이미 불법개조 자체가 국내 게임시장 역사에 일부라고 할 만큼, 불법개조의 뿌리는 우리 게임문화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하드웨어 불법개조의 전형적인 형태는 게임 '불법복제'가 실행되도록 '전용 칩'을 하드웨어에 달아 설치하는 것이다. 이 '칩'을 설치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게임기의 '정품인증' 기능을 저하시켜 하드웨어가 복제매체도 인식하게 된다. XBOX, PS2, 게임큐브 등 최신 비디오 게임기 외에도 과거 정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세가새턴이나 PS시절부터 '전용 칩'을 설치한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하드웨어 개조가 게임기의 렌즈를 쉽게 마모시킬 뿐만 아니라 기기 자체에도 무리를 주게 되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더욱이 요즘은 발달된 인터넷 때문에 하드웨어 개조만 하면 게임파일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되어버렸으며 굳이 인터넷을 통해 찾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나 저렴한 복사게임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복사게임 중에는 한국에서 출시되지 않은 게임까지 다수 포함되어 있어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개조된 M사의 비디오 게임기의 경우 코드프리 DVD플레이어로 사용할 수 있어 너도 나도 앞다투어 개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용 시장을 좀먹는, 롬을 통한 불법복제

비디오 게임기들이 불법개조를 통한 복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 휴대용 게임기는 유출된 롬을 통해 복제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대표적인 휴대용 게임기로 알려져 있는 D사(유통사)의 G게임기 경우, '닥터'라는 게임복제 애뮬 롬 시스템이 대중화되어 있어 신작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량이 몇 백장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닥터'를 활용하면 인터넷 상에 떠도는 '롬' 파일을 받아 실제 게임기에서 즐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G모 게임기의 경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닥터'를 활용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중국이나 대만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합팩'이 정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어 고질적인 복제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합팩'은 한 개의 롬에 5~6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까지의 게임이 하나로 묶어져 있는 것으로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정품 1개의 70% 정도의 가격이면 수십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합팩'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애뮬롬을 통한 복제시스템도 비단 현재의 G모 게임기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가장 인기있는 비디오 게임기였던 '슈퍼패미컴' 시절부터 '패왕'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형태의 복제 시스템이 기승을 부린 적이 있다.

또한 현재의 G모 휴대용 게임기에 이어, 최근 선보인 NDS나 PSP 또한 이런 애뮬롬을 통한 복제 기술에 대한 얘기가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PC게임의 적, 와레즈

많은 게이머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와레즈를 통한 PC게임의 불법 복제 문제는 지속적으로 계속되어 왔다. '둠3'의 경우 발매되기 전날 와레즈를 통해 약 20만건의 다운로드가 있었다는 비공식 기록이 있는 반면 정품의 판매는 채 만장이 안되는 수준인 것을 보면, 국내의 불법복제가 어느 정도나 뿌리깊게 잠식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불법복제는 '둠3'를 유통했던 YBM시사닷컴이 게임사업을 접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와레즈를 통한 불법 복제는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문제로 국내의 PC 게임 시장을 완전히 침체기로 만든 원동력이 돼 왔다. 이미 많은 개발사들이 PC게임의 개발을 포기하고 있으며, 일부 유통사만이 소량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담한 국내 패키지 게임시장, 불법 복제가 원인

이렇게, 본지는 국내 패키지 게임시장의 불법복제에 대해 비디오 게임기, 휴대용 게임기, PC에 따라 구분해서 나열해봤다. 국내의 패키지 게임시장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다양한 루트의 불법복제를 통해 병들어왔으며, 지금과 같은 참담한 게임시장 상황을 만들어왔다.

불법복제물을 통해 정당한 대가가 게임 개발사에게 돌아가지 않는 현 시스템은 개발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유통사들 또한 점차적으로 침체되어 사라지고 있다. 또 그 여파는 게임 소매점이나 용산, 국제전자상가 등의 대규모 단지마저도 흔들리게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법 복제에 대해 정부나 올바른 의식을 가진 게이머들이 대규모의 단속이나, 자체적인 불법복제 척결운동 등 많은 노력을 행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 상황에 맞서, 게임동아에서는 다음회를 통해 불법 복제를 위한 대책과 근절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좀 더 세부적이고 폭넓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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