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귀환? 아님 구작의 답습? 콜오브카오스

명작이나, 또는 명품은 세월이나 세대를 뛰어 넘어 사랑 받는 작품이나 물건을 뜻한다. 사람들은 비싸지만 그 가치를 위해 기꺼이 명품 구입에 돈을 쓰며, 2008년 5월5일 타계하신 故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처럼 어떤 순간에도 만나도 변함없는 느낌을 주는 책에 빠져든다. 물론 이런 거창한 명작이나 명품들과 1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온라인 게임을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미디어의 발달과 여러 가지 여건을 생각해본다면, 국내 게임 시장이 형성한 지금의 모습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MMORPG의 발전을 알린 대단한 시발점이 아닐까. 8월26일 오전, 엔플루토의 신작 콜오브카오스가 공개 서비스에 돌입했다. 오랜 기간 다양한 변화를 겪어온 MMORPG 시장 내에서 변화 대신 정통과 재미를 이어오겠다는 뜻으로 개발된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 2만7천명이라는 기록과 함께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거창한 결과에 비해 이 게임 어딘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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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정통 RPG 콜오브카오스, 온고지신(溫故知新) 노린다
옛 것을 알면서 새 것도 안다는 뜻의 온고지신 사자성어은 콜오브카오스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에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재미를 최대한 계승하면서, 최근 그래픽 기술로 포장, 재미와 볼거리를 모두 만족 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콜오브카오스의 기본적인 게임성은 리니지와 매우 흡사하다. 초반에 기본적인 게임을 배울 수 있는 부분부터, 성장 방법, 그리고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고, 여러 경제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 마지막으로는 군주의 입장에서 게이머를 모으고, 다른 길드와 전쟁을 한다는 설정은 리니지의 3D 귀환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 그러면서도 저사양에서도 특유의 깔끔한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적화 한 점은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다. 단순히 쿼터뷰로 시점을 고정한 것도 아니고, 필요 여부에 따라 시점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다. 물론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리 큰 불편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진행도 수월하다. 간단하게 마우스 하나면 굳이 키보드에 손을 옮기지 않고도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몇 개의 단축키를 더하면 더 쉽게 게임 속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 굳이 어려운 부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거창한 레이드 몬스터나, 레벨에 신경 쓰지 않고도 어느 정도 이상의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건방진 NPC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면 후다닥 바람처럼 뛰어와 게이머를 제압하는 멋진 경비병도 만날 수 있다. 항구를 통해 이동하거나, 사람들간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시스템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리니지와 흡사하고 또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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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靑出於藍)을 기대했지만... 기대가 너무 컸나?
이런 익숙함은 게임 내 전반적인 부분에서 표출된다. 덕분에 이 게임은 별 다른 튜토리얼이나 설명 없이도 한참을 푹 빠져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게임이 주는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손쉽게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이는 게임을 오래 즐긴, 또는 관련 업체에서 오랜 시간을 소요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본다면 콜오브카오스는 요즘 세대, 흔히 말하는 지금의 10대층이나 이제 막 주민등록증을 받고, 두 눈에 펼쳐진 캠퍼스를 보며 "나도 이제 대학생이야"라고 외치는 나이대의 게이머들에겐 그야말로 불편 그 자체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게임은 학원 대신 아버지에게 혼나면서 배우는 운전 교육처럼 난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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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점은 개발자들이 타협점을 찾지 않은 이유다. 온고지신도 좋지만 게이머들이 기대한 점은 청출어람이 아니었을까. 기자 입장에선 리니지나 고전 RPG 들이 가진 재미를 최신의 기술과 조금은 편해진 환경 등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10년 퇴보한 것처럼 고전의 맛만 보여준다. 물론 이 고전의 맛은 확실히 좋다. 타격감이나 진행의 간소함도 잘 살렸다. 사양이 낮아 넷북이나 노트북, 그리고 최근에 나온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컴퓨터에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돌아간다. 우리가 고전 뮤지컬을 보기 위해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게임은 그렇게 게이머에게 익숙하면서도, 친숙한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게임이 너무 옛 것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3D로 진화했다면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고, 리니지가 발전하는 것처럼 다소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개선해서 공개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엔플루토는 이에 대한 부분은 개발하는 동안 크게 고려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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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명작의 귀환이 될지, 아니면 구작의 답습으로 시장 내 남게 될지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판단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개발사 입장에서 지금이 향후 서비스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라는 점이다. 명작으로 남기 위해 개발자들은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지만, 과거 향수를 답습하는 과정이라면 더욱 예전 RPG가 주는 재미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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