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도, 계속 지켜보고 싶은 게임. 허스키 익스프레스

필자는 요즘, 게임업계의 동향을 볼 때마다 참 무섭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이머들의 눈은 높아졌고 까다로워 졌으며, 조금의 실수도, 약간의 지루함도 용납하지 않고 외면합니다. 그리고 몇 몇 게임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개발사들은 테스트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초기 서비스 단계부터 100%의 개발력을 쏟아 게이머들에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모든 개발사들이 이렇게 하다보니 당연하게도 게임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게임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어떻게든 치고 박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살아남고 이런 게 정당해야 하는 것이 '밸런스'이고, 결국 밸런스가 잘된 게임들이 살아 남는 게 현재 게임의 현실입니다.
그런 살벌한 게임 판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끄는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눈, 설원, 개 썰매, 탐험, 분양... 그렇습니다. 요즘 게임 치고는 다소 생소한 키워드들입니다. 전투가 없는 게임! 아기자기한 게임!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게임! 지난 8월 11일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넥슨 데브켓 스튜디오의 허스키 익스프레스(이하 허스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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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없는 MMORPG?
여성을 겨냥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임일 것도 같고, 썰매를 끈다니 레이싱 게임일 것도 같습니다. 데프 캣 스튜디오의 신작이라는 점을 봤을 때 전작 마비노기와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허스키의 실체는 온라인 게임에서 추구하는 전투라는 요소를 과감히 빼고, 위에 열거한 키워드처럼 눈 내리는 하얀 설원 속을 배경으로 개 썰매를 타며, 탐험하고 성장하는 게임입니다.

기본이 튼튼하다
게이머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허스키의 강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이 튼튼하게 설계된 집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쾌적한 환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필자의 노트북은 요즘 나온 게임 하나 돌리기 버거운 아주 저질 컴퓨터입니다. 하지만 허스키에서는 아무런 버벅거림 없이 게임이 가동되는, 아주 쾌적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단지 사양만 쾌적하냐? 그렇다면 이 게임의 강점이 될 수는 없겠죠. 아주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허스키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의 시각적 표현에는 전혀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즉, 눈 내리는 바람 부는 설원의 배경, 낮, 밤, 새벽 등 기후적 변화에서 오는 시간의 흐름,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의 표현력 등이 저 사양에서 돌아간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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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화려한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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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주인을 향해 왈왈 짖어대는 모습들은 아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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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다른 게임처럼 "xx에 xx사양이 아니면 우리 게임은 꿈도 꾸지마"식의 주객전도식 서비스 방식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렇듯 저 사양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보여주는 한편, 그래픽적으로도 다른 게임 못지않은 시각적 표현을 무리 없이 보여주는 것. 이것이 허스키의 장점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허스키의 두 번째 강점은 아주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 모드를 들 수 있겠습니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튜토리얼 모드가 상당히 잘 구성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조작방법 및 게임 설명을 충실하게, 빼놓지 않고 잘 설명 했다라는 의미보단, 게이머가 튜토리얼에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는 데까지의 과정, 게임의 목적성, 당위성을 잘 구성 했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타 게임처럼 캐릭터를 못 움직이게 세워놓고 "옆으로 이동해봐 잘했어 이제 뒤로 이동해봐 잘했어"식의 성의 없는 전달 방식이 아닌, 주인공이 왜 게임의 주 배경이 될 설원으로 향하는지부터 거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강아지는 왜 끌고 다녀야 하는지, 이 게임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단계별로 하나씩 친절하게 풀어나가면서 재미있게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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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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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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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구출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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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먹이를 주는 장면

위에 열거한 두 가지 강점을 통해 호감과 더불어 기대심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허스키의 첫인상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 위에 열거한 내용들로 인해 허스키를 처음 접하면 기존 게임들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이 숨어있을 거라는 기대심을 갖게 됩니다.
가령, 초반 튜토리얼 모드에서 나오는 귀여운 강아지들, 훈련을 시키면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플레이 해봤다면, 이 게임을 통해 명견을 키우고 후에는 새끼도 낳아 오순도순 행복한 썰매 가족을 만들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되며, 마찬가지 튜토리얼 모드에서 장애물을 가뿐히 뛰어넘는 xx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썰매를 끌며 내 명견이를(강아지 이름)훈련시켜서 썰매 대회에 출전한 뒤 1등을 하겠다는 상상도 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에이 그런 건 차차 업데이트 되겠지. 그런 것보단 우선 자유도가 높을 거야! 끝도 없이 보이는 이 설원을 배경으로 여기 저기 남들이 발견 못한 지역을 탐험해 최고의 북극 탐험가가 될 거야" 라는 다소 무리하다면 무리한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이렇듯 기존 전투, 사냥에 치중된 MMORPG를 탈피한 허스키만에 참신한 시스템들이 잘 구축 되어있는, 허스키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다른 MMORPG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의 주된 진행방식은 NPC에게 또는 팝업 창을 통한 원격(무전)을 통해서 임무를 수행을 하게 되고 임무를 수행하면 일정의 돈과 경험치를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여부에 따라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지역과 갈 수 없는 지역이 분리됩니다. 즉,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퀘스트 위주의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퀘스트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퀘스트의 내용 구성이나 이야기 전달력은 우수합니다. 직관적이고 눈에 잘 들어오는 각각의 버튼이나 글자 폰트, 미니 맵 위치 정보 등 전체적인 인터페이스가 잘 배치되어 있고 각각의 핵심적인 정보들을 팝업 이미지와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퀘스트를 의뢰 받고 나서도 자칫 지나 칠 수 있는 텍스트, 귀찮아서 넘긴 텍스트도 퀘스트 정보 창에 해당 퀘스트의 핵심적인 부분만 잘 정리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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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전달이 명확한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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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가 눈에 잘 띄게 설계 되어있다는 것도
허스키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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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의 문제는 이런 퀘스트 하나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퀘스트를 축으로 모든 게 따라 온다는 점이 문제라는 겁니다. 보통 퀘스트 위주로 레벨 링이 된 게임들의 경우 퀘스트에서의 전달하는 스토리적 내용이 지루해도 사냥에 대한 심심함을 덜어준다거나. 성장에 보탬이 되는 일종의 시너지 효과용으로나마 퀘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즉, 사냥하며 경험치도 높이고 거기에 따라 필요 없는 아이템을 수집해 퀘스트를 완료, 경험치+아이템도 얻고 1석 2조의 효과)그러나 허스키의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매꿔 줄 만한, 풀어줄 만한 콘텐츠가 없습니다. 오로지, 배달, 대화가 주류이며, 가끔씩 사진을 찍는다거나 광석을 캔다거나, 삽질을 한다거나 정도로만 퀘스트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50%도 못쓰고 있다 보니 게임을 진행할수록 지루할 수 밖에 없게 되고. 퀘스트를 통한 피로감 등은 다른 게임의 두 배를 달하게 됩니다. 게임 외적으로 선보인 그리고 게임 초반 진행에서 선보인 첫 인상이 앞서 말한 그런 류(퀘스트 위주의 진행방식)의 게임이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도 크게 작용됩니다. 자유도가 높을 것 같은데 오직 퀘스트라는 족쇄에 묶인 것 마냥 퀘스트를 한다는 느낌이 들고 그러니 '게임이 할게 퀘스트밖에 없다'라는 게임성 자체의 반감은 더욱 커집니다.
물론 이것은 꼭 퀘스트 문제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퀘스트는 많은데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레벨 대비, 성장 대비, 맵이 너무 부족합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진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어려운 지역으로 올라가야 성장의 맛도 나는데 플레이 타임, 레벨, 그리고 퀘스트 클리어 수 횟수는 증가되고 있는 반면 다음 맵으로 넘어가야 하는 맵은 속도가 더딥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자리에 맴돌고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교역, 퀘스트에서 반복적으로 끝에서 초반지역으로 가야 하는 역주행 현상들.(개들 체력이라는 게 있어서 한번에 갈 수도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쉬어 가야 합니다)그리고 다시 초반 지역에서 또 바로 끝으로 가야 하는 짜증요소들이 빨리 빨리를 외치는 게이머들을 더욱 지루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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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들에게 죄다 물품 전달, 배달하러 여기 저기
동네방네 돌아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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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가는 몬스터를 때려잡으면 화풀이라도 할 수 있지...
이건 죄다 배달만 해주니 택배원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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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다른 부분들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주인공만큼 중요한 개들의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개들마다 각기 다른 특기라는 게 내포되어 있습니다. 긴 점프를 하는 개가 있는가 하면, 교역소(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음식)들을 감별하는 능력을 가진 개들도 있고, 음식을 사이 좋게 나눠먹기를 좋아하는 착한(?) 개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개들마다 특수한 성향이 특기입니다. 하지만 개들은 실제로 이동 수단으로 밖에 쓰이지가 않습니다. 개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점은 썰매를 탈 때 속도가 향상되는 것 외에는 퀘스트 진행시 해야만 하는 음식감별 정도 말고는 실제로 필요한 능력치는 단지 이동 수단에 필요한 체력뿐이 없습니다. 필드를 계속 돌며 썰매를 끌다 보면 알아서 레벨이 올라가는 식입니다. 체력만 잘 관리하면 알아서 잘 크는 식으로 성장을 합니다. 싱글 게임을 방불케 하는 커뮤니티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퀘스트를 풀어나갈 때, 채집을 할 때, NPC들을 통해 교역을 할 때, 게임의 모든 요소들이 싱글로 진행이 됩니다. 게이머들간에 거래 하는 모습은커녕 서로 채팅 하는 모습 조차 보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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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싱글 게임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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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개랑 대화를 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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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허스키가 등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 뭔가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다른 장르의 게임을 해보자'하는 마음 가짐(?)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만큼 기대감도 컸고, 실망도 있었습니다. '전투가 없는 게임이 OBT를 한다?'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전투만 없는 게임'이 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허스키에서 내세운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의도, 공감하고 있으며 그러길 바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유만 있고, 웃음은 없는 게임'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섭섭할 뿐입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는 것. 그 만큼 너무도 힘들고 위험한 도전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용기가 없으면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허스키는 어쩌면 올바른 행선을 밟고 있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하나의 절차일지도 모릅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웃으며' 기다려 준다면, 그리고 개발사는 정말로 초심을 잃지 않은 허스키 익스프레스로 전진해준다면 전투도 없는 온라인 게임이 상당한 재미를 가진, 새로운 장르의 온라인 게임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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