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日 휴대용게임기는 지금 비장르 게임 열풍

1부에서 언급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용 타이틀 '닌텐독스'와 '뇌를 단련하는 어른의 DS'의 두 가지 게임의 경우 획기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성과 적절한 타이밍으로 제작된 게임의 위력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일본 게임업계가 비장르 게임의 인기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발전시켜가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장르 게임의 선두주자 닌텐도

닌텐도는 다양한 콘텐츠 연구 및 아이디어 공모를 통하여 참신한 게임 제작에 몰두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붐을 일으키며 게임계를 뒤흔들어놓은 '메이드 인 와리오' 등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게임들로부터 시작해 최근 내놓은 '뇌를 단련하는 어른의 DS'까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비장르 게임은 스토리를 따라 게이머가 플레이 하게 되는 일반적인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나 각기 참신한 게임성을 통해 여느 게임 못지않은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 아트'라는 생소한 장르를 표방하면서 발매된 '일렉트로 플랑크톤'의 경우를 보자.

이 '플랑크톤'을 소재로 한 게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자를 움직이는 플랑크톤을 교육시키면 그들만이 가진 소리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기획자인 토시오 이와이 씨는 이 게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이 게임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시켜 두어 자기가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 그것에 대한 반응에 대하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마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느끼던 그런 기분을 이 게임을 통해 전달했으면 한다"

토시오 이와이씨가 말하고 있는 그 느낌이라는 것은 게임 자체의 복잡한 시스템과 화려하고 찬란한 그래픽 적인 요소가 아닌, 신기함, 참신함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조작감이다(사실 이 게임은 방향키를 이용한 조작은 없으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며 부가적으로 마이크도 대응된다). 게임을 처음 접했던 시기의 그 신기한 반응을 통해 그리고 조작을 통해서 전달되는 음악이라는 요소와 접목시켜 게이머를 즐겁게 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최대 특징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의 즐거움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둔 게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닌텐도는 이제는 장르의 파괴 및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을 제작해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말 게임인가?

최근 일본 게임계에는 게임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16일에 일본에서 발매된 'DS 낙인사전'과 6월 30일에 발매된 '부드러운 두뇌 학원(やわらかいあたま塾)' 등의 게임들이다. '낙인사전'의 경우는 일일 사전을 바탕으로 일영사전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한문을 읽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한문 독음까지 담고 있다. 또 '부드러운 두뇌 학원'의 경우는 1부에서 소개했던 '뇌를 단련하는 어른의 DS'의 어린이용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둘 다 장르는 뇌 활성화 소프트.

그러나 이 소프트웨어의 특징은 보다 게임에 접근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이며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통신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 최대 8명까지 동시에 퀴즈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며 2개의 액정을 사용해 문제 제출 및 채점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게임과 같은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이런 게임의 등장은 '장르의 개선'과 '기종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칭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사전의 경우를 따져 보면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는 전자 사전이 적게는 20만원에서 비싸게는 40만원 가까이 되는 가격대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낙인사전'의 경우 소프트웨어 자체의 가격은 4800엔(약 4만8000원)으로 본체인 NDS의 가격 15000엔(약 15만원)을 포함하더라도 일반적인 전자사전보다는 싸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실제로 이 전자사전이 전문 전자사전의 기능까지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미 NDS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본체는 가지고 있고 전자사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기종의 기능을 썩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라는 개념 자체가 이번 비장르 게임의 성공이 된 요인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 형태

지금과 같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발매되어 적지 않은 수치의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게임 업계로써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로써도 보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과연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그것이 저절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발 빠른 대응으로 구매자의 입맛에 맞는 그리고 사회적인 흐름에 맞춘 소프트웨어들은 시기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된다. 그렇다면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어떤 형태의 게임들이 나올 것인가가 큰 문제가 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뇌를 활용하는 게임을 한 개 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새로운 게임이 나온다 한들 이미 구입한 게이머는 구입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장르가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미 구입한 게이머는 소프트웨어로써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결국 현재의 비장르 붐에 안주하지 않고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된 새로운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가지 중요한 점으로 구매자는 게임기의 기능을 200%이상 활용할 수 있는 타이틀을 원한다는 것이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게임기와는 연관성이 없는 활용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일본의 게임시장은 전성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침체기에 빠져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야말로 더욱더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구매자를 확보해야 하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일반인에게까지도 소프트웨어를 팔 수 있게 한다는 뛰어난 생각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비장르 게임 전략이 단지 휴대용 게임에서만 그치지 않고 보다 폭넓은 부분에서 개발되고 등장하길 바라며 이러한 부분이 새로운 게임 장르와 게임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본 기획기사를 정리하고자 한다.

일본 = 김규만 게임동아 일본 특파원 (meckle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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