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도 에스파다' 좌충우돌 체험기

'라그나로크의 아버지' 김학규 대표의 신작이라는 이름만으로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 '그라나도 에스파다'(이하 'GE')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시범 서비스 시작 전부터 고시에 버금가는 엄청난 테스트를 통해 테스터를 선발했기 때문에 정답지가 인터넷에 도는 황당한 일이 생기기도 했고 테스트에 떨어진 게이머들은 도대체 떨어진 이유가 뭐냐고 게시판에 항의 글을 도배하는 일도 있었다. 게임이 아니라 테스터 모집만 가지고도 엄청난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니 그야말로 명성에 걸 맞는 화려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번 'GE'의 테스터 모집에 대해 '대작인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거만하게 구는게 아니냐'는 불만어린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비공개 시범 서비스에서는 테스터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면식을 갖고 자세한 메뉴얼을 제공하는 등 이례적이라고 할만큼 치밀한 준비를 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필자로서는 거만한 인상 보다는 김학규 대표의 게임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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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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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럭 시스템과 멀티 캐릭터 컨트롤 시스템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속으로 들어 가보도록 하자. 게임을 실행시키면 맨 처음 가문 명을 정하고 캐릭터 3명을 만들게 된다. 3명을 만드는 이유는 GE에 채택된 '배럭 시스템' 때문인데, 배럭 시스템이란 한 명의 게이머가 여러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 시스템이다.

즉, 'GE'는 배럭 시스템과 함께 채용된 MCC(멀티 캐릭터 컨트롤)을 통해 3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종하게 되어 있으므로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골라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꼭 3명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니라 1명 또는 2명만으로도 게임을 시작할 수 있으며 필드에서 게임을 그만뒀을 경우에는 이전 팀 시작이라는 메뉴를 통해 이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차후에는 게이머들끼리 캐릭터를 사고파는 거래 시스템까지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캐릭터 만드는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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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으로 팀을 만들어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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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만든 다음 마을을 벗어나 전투 필드에 나가면 본격적으로 MCC 시스템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근접전 캐릭터인 '파이터'와 총을 사용하는 캐릭터인 '머스킷티어', 마법을 사용하는 '워록'을 선택했다. 몬스터를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리면 먼저 '파이터'가 뛰어가 정면에서 공격을 하고 후방에서 '머스킷티어'와 '워록'이 지원 사격을 한다. 보통 온라인 게임에서 파티 플레이를 통해 추구하게 되는 협동 공격을 게이머 혼자서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은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한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도 이런 협동 플레이가 된다.


컨트롤 없는 MCC는 오토 마우스에 불과하다.

필자가 전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컨트롤의 어려움이다. 3명이나 되는 캐릭터를 조종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실제로 접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된 키 배치는 캐릭터는 F1~F3로 선택을 하고 F5~F9키를 가지고 스킬을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이 키 배치를 쓰게 되면 전투에서 필요할 때 스킬을 제대로 사용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즉, 캐릭터를 선택한 후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키보드에서 떼고 키를 눌러야 하는데 간격이 너무 멀어서 키보드를 보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전투에서도 스킬을 사용하는 컨트롤의 재미가 살아나지 않고 보조 캐릭터가 사냥을 다하는 즉, 오토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만 받게 된다.


그냥 자동 공격 모드로 이동시키면 알아서 잘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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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사용하는게 상당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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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단축키를 빠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가락만 움직여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므로 숫자 키 1, 2, 3, 4와 그 밑에 있는 Q, W, E, R 키 정도를 사용하는 게 가장 편할 것 같다. 물론 이런 키 배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킬마다 키가 지정되어 있는 현재 방식이 아니라 4개의 빈 슬롯을 주고 그곳에 자주 사용하는 스킬을 집어넣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냥 글을 입력한 후 엔터를 누르면 글이 올라가는 채팅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데 그것은 엔터키를 눌러서 채팅창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될 것 같다.


공격 자세에 따라 또 스킬이 다르니 초보자들이 적응하기 상당히 힘든 편.


MCC 최대의 적, '랙'


맨 처음 'GE'가 발표됐을 때 가장 염려되던 부분은 바로 랙(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한 화면 멈춤 현상) 문제였다. 게이머가 한명의 캐릭터만을 다루고 있는 다른 게임에서도 랙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3명의 캐릭터씩 조종을 하니 당연히 우려될 수 밖에 없는 상황. 필자가 게임을 직접 즐겨보니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인 마을이나 필드에서 느려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MCC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를 즐기다보면 약한 몬스터들은 그냥 가만히 나둬도 보조 캐릭터들이 알아서 다 사냥을 하지만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면 캐릭터를 변경하면서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랙이 발생할 경우 스킬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정말 0.1초, 1mm 단위의 컨트롤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수준까지는 안 되더라도 캐릭터들이 명령을 바로바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사냥할 때 몬스터가 등장할 때 렉이 걸리기 때문에 갑자기 몬스터에게 둘러 쌓여 스킬 한번 사용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MCC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몬스터들이 강해서 여러 번 스킬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식으로 랙이 많이 발생한다면 게이머들이 강한 적들을 상대하기보다는 스킬을 별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약한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레벨업에만 치중하는 그런 결과가 발생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랙 때문에 원하는 상황에 바로바로 스킬이 발동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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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들의 랙 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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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역시 김학규다!

MCC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이래저래 불만을 털어놓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필자를 김학규교의 신자로 만들기 충분했다. 중세 시대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와 복장 및 무기, 그리고 낙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화려한 도시, 그리고 음침한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던전까지 보이는 것 모두가 다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 뿐만 아니라 몬스터까지도 개성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스킬 및 마법의 화려함도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사운드 역시 '라그나로크'에서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게임 내내 필자의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마을 및 던전의 BGM 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타격감이 잘 살아있어 음악 듣는 재미로 게임을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단지 캐릭터 이동할 때 나오는 '예스'라는 복명음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임시로 넣은 것에 불과하고 또 다음 테스트 때에는 '비트매니아' 시리즈의 쿠보타 오사무씨의 실력이 본격적으로 표출될테니 다음 테스트에서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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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장면 모두 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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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귀족 선남선녀들의 댄스 파티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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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가다를 하지 않고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섬세하고 매력적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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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보이는 '라그나로크'의 흔적

필자가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라그나로크'의 3D 버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라그나로크'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는가? 토끼 머리띠? 귀여운 캐릭터? '라그나로크'를 한번이라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게이머들이 던전에서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GE'도 똑같다. 게이머들이 한 자리에서 죽치고 않아서 사냥을 한다. 이 것뿐만이 아니다. 필드를 이동하는 방식도 지정 포인트로 가야만 다음 필드로 이동할 수 있고 잡템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해서 잡템전설이라 불렸던 라그나로크와 마찬가지로 'GE'도 잡템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던전에 가면 거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고 그것을 사냥하면 특별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니 '라그나로크'의 3D 중세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직까지도 '라그나로크'를 최고의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지만 '라그나로크'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던 상대방의 몬스터를 스틸하는 문제와 아이템만 먹고 다니는 먹자 문제도 똑같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자리잡고 사냥하는 게이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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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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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보스 몬스터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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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필드로 이동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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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무려 2년여를 기다려 접해본 'GE'는 너무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실망스러운 부분도 살짝 엿보였다. 무엇보다 걱정했던 랙 문제가 단순히 마을에도 돌아다니기 힘든 수준이 아니라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MCC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필자는 'GE'가 앞으로 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할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 도시 하나와 던전 하나, 그리고 MCC 시스템만 공개됐을 뿐 앞으로 등장할 재미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지 않는가! 그리고 이번 테스트에서도 몇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한 테스트이니 당연한 결과인 듯. 어떤 일이던 간에 처음 시작하는 선구자는 힘든 길을 걷게 마련이니 이번 테스트를 통해 발견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고 다음 테스트에 더욱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김학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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