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기획] 게임의 영화화, 어디까지 왔을까?

'슈퍼 마리오' '바이오해저드' '파이날 판타지'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얼론 인 더 다크' '스트리트 파이터' '모탈 컴뱃' '더블 드래곤' '던전 & 드래곤즈'...

이 게임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떠오르는 답은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던 게임들이라는 점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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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더 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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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더 깊이 공통점을 찾아보면, 위에 언급했던 게임들이 모두 영화화됐던 게임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위 제목의 영화들은 게임의 인기에 비해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고, 따라서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두 편 이상의 영화로 제작된 게임도 있으며 몇 편은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의 일환으로 소설 및 만화 그리고 영화 등을 게임화 시키고 있으며, 이런 게임들은 원작의 인기와 더불어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독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들은 대부분 게이머 및 일반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기획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모탈 컴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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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탈 컴뱃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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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영화화한 작품들

1993년은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의욕적으로 선보인 해였다. 이때 선보인 작품들은 일본의 게임 개발사 테크모의 액션 게임 '더블 드래곤'을 소재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와 닌텐도의 대표 타이틀 '슈퍼 마리오'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혹은 얻고 있는 게임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켰으며 그 당시 최고의 배우를 등장시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 봅홉킨스(대표작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와 존레귀자모(대표작 '물랭루즈')가 등장한 '슈퍼 마리오'와 유덕화(대표작 '무간도') 등이 등장했던 대만판 '스트리트 파이터'가 대표적인 예.


윙커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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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커맨더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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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명 배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위의 게임들은 대부분 B급 영화로 분류될만큼 흥행에 참패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와 같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매년 게임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속속 선보였는데, 1994년에는 '반담킥'이란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인기를 얻은바 있는 장클로드 반담 주연의 '스트리트 파이터'가 개봉됐으며 1995년에는 잔혹한 게임성으로 인기를 얻은 대전 격투 게임 '모탈 컴뱃'이 하이랜더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으로 개봉됐다. 또, 1996년에는 이례적으로 슈팅 게임을 소재로한 '윙커맨더'가 공개됐으며, 2000년에는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의 대표작 '던전 앤 드래곤즈'를 소재로한 영화가 개봉돼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의 명맥을 이었다.


던전 앤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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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앤 드래곤즈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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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시류로 보면 2000년대까지는 '팬서비스'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의 영화화가 이뤄져왔으나 2001년에 들어와 순수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제작된 영화 '파이널 판타지'와 최고의 여성 게임 캐릭터인 '라라 크로포트'를 섹시 스타 안젤리나 졸리로 현실화한 '툼레이더'가 개봉되면서 게임의 영화화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게임이 영화로 변모한다는 것이 단순히 게임의 영화화가 아니라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탈바꿈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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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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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탈바꿈 속에 2002년 캡콤의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 '바이오 해저드'(바이오 해저드의 해외 발매명은 '레지던트 이블'이다) 시리즈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은 높은 제작비를 들여 게임의 내용과 연관성을 가진 스토리를 구성해 게이머와 일반 관객을 둘 다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또 최초의 흥행이라고 할만큼 인기를 얻었던 '레지던트 이블'의 성공에 영향을 받았는지 2003년부터는 '툼레이더2'를 제외하곤 여름시즌을 겨냥한 호러 게임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세가의 인기 호러 슈팅 게임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과 2004년 '레지던트 이블 2', 2005년 스파이럴 하우스가 제작한 공포 게임 '얼론인더 다크'를 소재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 등이 그 예다.


얼론 인 더 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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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인 더 다크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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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근본으로 둔 영화들, 왜 실패한 것인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게임에서 모티브만 따온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단순하게 게임의 캐릭터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상성이 안맞는 배역 설정과 게임의 내용과 전혀 다른 전개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초기 작품일 수록 더욱 심하게 드러나는데, '더블 드래곤'이나 홍콩에서 제작된 '스트리트 파이터' 및 장클로드 밴담 주연의 '스트리트 파이터' 모두 단지 주연 배우들에게 게임에서 등장하는 배역들을 비슷하게 꾸미기만 한 뒤 캐릭터 이름만 그대로 써서 전혀 다른 내용을 이끌고 간 사례로 들 수 있다.


툼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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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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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는 나은 편인 '슈퍼마리오'의 경우도 기본 설정인 배관공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어두운 배경일색에 버섯을 먹고 힘을 내는 마리오가 아닌 기계장치를 다리에 걸고 뛰어다니는 마리오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 게임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사례로 자리잡았으며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가 야심차게 영화산업에 뛰어들며 선보인 CG영화 '파이날 판타지'도 CG로만 제작된 영화라는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게임과는 판타지물을 꿈꾼 게이머의 기대와는 전혀다른 SF를 소재로한 내용 전개로 인해 게이머 및 일반 관람객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위 작품들과 더불어 최근 작품인 '하우스 오브 더 데드'나 '얼론 인 더 다크'도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지 못했고 영화의 완성도마저 떨어져 '게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는 B급이다'라는 인상을 관객들에게 심어주기 충분해온 것이 '게임의 영화화'에 관한 현 실태다.


툼레이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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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2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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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게임의 영화화는 계속된다

'게임의 영화화는 반드시 실패하는 것인가?'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유는 앞에서 말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모탈 컴뱃'은 비록 B급 영화로만 제작됐지만 3편까지 시리즈를 이어나간 바 있으며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세상이 놀랄만큼의 큰 흥행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블록버스터급 영화로서는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이런 현상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실패해서 B급으로 추락한 영화에 비해 '모탈 컴뱃'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이 영화들은 영화적인 재미에 중점을 뒀으면서, 게임과의 연관성과 게임의 분위기를 재현하는데 힘썼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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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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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요비치'나 '툼레이더'에 등장했던 '안젤리나 졸리'같이 매력적인 여성들의 화려한 액션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게임의 세계관을 충분히 구현했고, 스토리 또한 게임과 일맥상통했던 것이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게임의 그래픽이 강화되면서 영화같은 게임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게임의 영화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가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게임쇼 E3에서 선보였던 차세대 게임기용 홍보 영상에서도 드러나 듯이 게임 개발사의 컴퓨터 그래픽 능력은 영화 제작사 못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선지 오래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이는 게임들은 영화적 소재로 사용되기에 매우 적절한 요소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레지던트 이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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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2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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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전 발매돼 인기를 끌었던 '둠' '철권' '헤일로' '사일런트 힐' '데드오아 얼라이브' 등의 인기 게임들의 영화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는 지금, '툼레이더' 및 '레지던트 이블'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화사와 게임사들이 협력해 영화를 제작한다면 조만간 일반 관람객 뿐만 아니라 게이머마저도 만족할 수 있는 훌륭한 영화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는 영화, 즐기는 게임. 지난 10년간 개발자들과 영화 감독들이 이들의 접촉을 시도한 것은 이들의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제대로 합쳐졌을 때 발생하는 무궁무진한 파생효과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고, 그로 인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혹은 영화를 보고 더 재미있게 즐길 수있는 게임을 만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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