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기행기 2부

- 공돈 벌다.. -
빨간 물약을 열심히 빨면서 엘더 윌로우를 잡긴 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예하트님과 가람님께 받은 10만 제니 (Z-라그나로크 화폐단위)도 이것 저것 잡다한 아이템들을 사느라 거의 떨어진 상태. 레벨을 29정도로 올려놓긴 했지만 덱스와 바이탈이 형편없이 낮은 필자에게 물약없는 사냥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약은 떨어져가고…돈은 없고…정말 절체절명의 상태였다.

그러나 필자에게도 행운의 여신이란 것이 존재했나보다.

어떤 이: 야 바보
얼음과 불의 노래 : 어 누구셔용?

이름 모를 이에게서(아이디 공개 거부로 XX라 칭하겠다) 귓말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대뜸 필자에게 아는 척을 하더니 무조건적으로 고맙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얼음과 불의 노래 : 으씨 너 누구야!
XX : 니헤헤헤헤- 넌 오빠도 못 알아보냐 바보바보바-보야

……유치하다고 필자의 오빠를 욕하지 말라. 원래 이런 인간이다. 암튼 필자는 의아함에 그에게 귓말을 보냈다.

얼음과 불의 노래 : 고맙긴 뭘 고마워! 해 준 것도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XX : 기다려봐라 아그야. 프론테라 12시 방향 성 앞으로 와라.

웬지 급한 듯한 말투에 필자는 엘더를 때리던 손을 놓고 황급히 프론테라로 달려갔다. 프론테라 12 방향 성 앞. 그 앞에는 귀여운 여상인 한 명이 바닥에 터프하게 앉아서 필자에게 아는 척을 했다. 바로 필자의 오라버니…ㅡㅡ 그녀는 거만하게 앉아서 필자에게 거래요청을 했다.

[XX님이 거래를 요청하셨습니다]

거래창에 띄워지는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돈 꽤나 나간다는 희귀 아이템들. 하나 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몬스터 카드가 이십여 종이나 되었고, 특수 아이템인 오시리스의 인형과 꽃잎등도 하나 씩 교환창으로 굴러 들어왔다. 게다가 플러스로 500만 제니! 필자는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얼음과 불의 노래 : 어 이거 어디서 났어? 다 합해서 2000만 제니는 될 것 같은데?

XX : 열심히 해서 상으로 주는 거야. 오빠 캐릭이 케이아스 섭 지존이잖니. 2000만은 금방 버니까. 이왕 사 준거 잘 써라. (이런걸 세간에서는 자화자찬이라고 하더라;;)

아 이럴수가... 감동의 물결이 필자의 가슴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곧장 서버를 나갔고 충격에 가만히 있던 필자는 재빨리 정신을 차린 후 장비를 차 보기 시작했다. 상인의 지존 무기인 +8 윈드 체인과 그린 부츠, 몹 메일등, 평소에는 꿈도 못 꾸었던 무기들이 이렇게 즐비하다니... 장비까지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기사들의 낙원이자 중렙들의 천국이라는 이즈루드 던전으로 슬슬 사냥이나 가 볼까. 뭐 돈과 아이템은 남아도니까 남은 건 렙업뿐이다. 옆에 있던 카프라 아가씨에게 카트를 대여한 후, 빨간 물약 800개 정도를 챙긴 뒤 필자는 위성도시 이즈루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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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루드 위쪽에 있는 항구에 먼저 가서 배를 타고 바이아란섬(일칭 해골섬)에 도착. 다른 던전이나 사냥터와는 달린 약간 한산한 듯한 섬 풍경은 열렙의 욕구에 불타 올라있던 필자의 가슴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흥분한 나머지 해골섬 정 중앙에 자리잡은 이즈루드 던전의 입구로 곧장 달려가 보았더니.. 보이는 몬스터들은 레벨 50이 넘어가는 고렙들만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괴한 모습을 지닌 것들뿐. 그 모습에 필자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막상 때려보니 데미지가 꽤 높게 나와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상당해서 물약 소비가 굉장히 심했지만 레벨업 퍼센트가 팍팍 오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걱정도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보통 상인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기본 레벨 45 까지 여기서 노가다를 한다고 하던데... 필자의 현재 레벨은 29. 45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다. 아…역시 솔로 플레이는 재미없고도 힘들다... (균등 및 라그앤 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