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기행기 5부

- 전투블스의 길을 향하여…! -
이즈루드에서 죽어라 노가다 한 것이 벌써 며칠 째. 뭐 지겹긴 했지만 경험치를 많이 줘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솔로플의 길이 너무나 험난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ㅠㅠ 아무튼 어찌 어찌하여 잡렙이 40이 맞춰졌을 때의 그 기쁨이란! 정말 말로 다 표현 못할 감동이 필자의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흑..살 길 잘했다..ㅠㅠ

아무튼 전직을 하러 가야하는데... 옆에서 열렙중이신 블스님에게 물어보니 블스 전직은 마법도시 게펜의 바깥원 5시 방향 건물에서 한단다. (게펜은 도시가 원형으로 되어 있는데 안쪽 원과 바깥 원이 따로 있다.) 재빨리 게펜으로 이동! 블스전직은 아무 조건없이 잡렙 40이 되면 이루어지는 거라고 전직해 주시는 아저씨가 말했다.

그리곤 곧바로 전직...을 했는데, 갑자기 모습이 바뀐 것은 물론이거니와 HP와 SP가 상인때에서 거의 두 배로 늘어나 엄청 놀랐다. 확실히 블스와 상인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게다가 저 모습이란! 상인 때와는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다..;;)

블스로 전직하자 예전에 예하트님이 말씀해 주신 것이 생각났다.

[전직하시면 길드 넣어 드릴게요^^]

훗훗… 때마침 나이스 타이밍으로 예하트님에게서 귓말이 날라왔다. 필자는 황급히 두 분의 집결장소(?)인 프론 서쪽 꽃파는 소녀가 있는 공터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고급 펫인 데비루치를 데리고 한가하게 앉아있는 저 아리따운 프리스티스는 분명 예하트님일 터…! 신수에님 또한 그 옆에 앉아서 필자를 기다리고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중, 잡마 상인을 키우고 계시는 신수에님이 필자에게 스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다.

신수에: 스킬 어떤 거 올리셨어요?
얼음과 불의 노래: 에 뭐 이것저것…
신수에: 뭐뭐 올리셨는지 말씀 좀 해 주세요.

아무래도 라그온에 대해선 필자보다 한참 선배인 신수에님인지라 필자는 스킬 포인트를 어떻게, 얼마나 올렸나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신수에님과 예하트님이 필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셨다.

예하트: 헉..! 그 스킬을 올리시다니…
신수에: (경악);;;; 그 쓸모없는 것을 올리시다니…!
얼음과 불의 노래: (헉 어떻게 해!)……;;;;;;;;

두 분의 말씀인즉, 필자가 스킬 포인트를 영 엉망으로 분배해 줬단다. 쓸데없는 스킬을 9까지 올린 것은 물론이고 진짜 쓸모없는 방어 스킬까지 1 포인트나! 올렸으니…; 두 분이야 그렇게 최악은 아니라고, 스킬재분배 풍문도 있으니 괜찮을거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다고 "괜찮아요^^"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냐!;; 절망에 빠져 허덕이는 필자에게 신수에님과 예하트님이 친절하게 앞으로 올릴 스킬에 관해서 대강의 정리를 해 주셨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스킬포인트를 그냥 내비둘 걸…….ㅠㅠ 때늦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인지라…어쩔 수 없이 블스 잡마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웬지 어색해져 버린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두 분이 이런 저런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셨으나 필자는 부유령상태….=ㅅ=!! 그러나 예하트님의 행동 하나로 완전히 부활되었다.

[OOO길드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때마침 딱 길드 가입 권유를 하신 것이었다.. (흑흑 예하트님 알럽♡;;) 당연히 오케이쥐….ㅡㅡv 재빨리 버튼을 누르고 길드에 가입했다. 길드이름은 Millenium_◐nline™.(쓰기 무지 힘들다..ㅡㅡ) 길마이신 예하트님과 신수에님의 합의하에 필자의 직위는 아주 멋지게 바뀌었다…!;

뭐 그렇게 예하트님과 신수에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분은 먼저 나가시고 필자 혼자 열렙을 하기로 했다. (길드원 중에 필자가 제일 저렙이었더라는..ㅠㅠ) 그나마 물약도 좀 덜 들고 빨리 렙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이즈루드 던전뿐인지라, 약간 지겹긴 하지만 발걸음을 옮겨 해골섬으로 향했다.

열심히 이 몹 저 몹 때려잡던 중, 입구 근처에서 귀여운 법사 아가씨 한 분과 척 보기에도 그럴싸해 보이는 어쌔씬 한 분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아가씨는 몹에게 맞아서 기절한 상태……ㅡㅡ;; 마침 필자에게 이그잎(이그드라실 잎: 기절한 캐릭터를 부활시키는 회복 아이템.비싸다..ㅠㅠ)이 있어서 법사 아가씨를 살려 드렸다.

그러자 그 옆에 계신 멋진 어쌔씬님이 연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힐을 걸어주시더라… 첫 눈에 굉장히 예의 바르고 멋진 분이신 것 같았기 때문에 마침 SP가 다 떨어진 필자는 그 분 옆에 앉아 SP회복을 하기 시작했다. 법사님과 어쌔씬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시는게 굉장히 재미있어서 필자도 이런저런 이야기에 껴 들어보았는데 그 때마다 어쌔씬님이 하나하나 대꾸해주시는 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어쌔씬님은 게임 쪽에 관심이 많은 분 같았는데, 그 때문에 필자와 이야기가 정말 잘 통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게임의 장단점을 잘 꿰뚫고 계신다는 점과 유저들의 비매너적인 행동을 꼬집으셨던 것이다. 게다가 현재 게임 웹진을 비롯한 게임 잡지의 기자들은 게임의 근본을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많아서 굉장히 아쉽다고 하셨다. (뭔가 이게 진짜 게이머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분이다..)

◀도플갱어▶: 라그온은 초반에 게임 자체의 밸런스 등은 참 잘 해 놨지만, 새로 패치가 나올 때 마다 그 밸런스가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죠. 그것도 문제긴 하지만 더 문제인 건 그 때마다 집회다 뭐다 해서 마을을 시끄럽게 만드는 유저들인 것 같아요.
얼음과 불의 노래: 그건 그렇죠…
◀도플갱어▶: 기본적으로 비판을 하려면 유저들이 점잖게 비판을 해줘야죠. 동네 시장터처럼 맵 시끄럽게 해 놓으면 개발사들이 알아서 머리 굽히는 줄 아나….
얼음과 불의 노래: 어린 유저들도 많으니까요^^;
◀도플갱어▶: 그도 그렇지만 이건 같은 유저로서 좀 부끄럽거든요. 유저라면 유저답게 개발사에게 비평을 할 권리가 있겠지만 그 이전에 비평을 할 수 있는 태도부터 익혀 놔야 할 것 같아요.

뭔가 말씀을 들어보면 꼭 도플님이 개발자인 것 같아서 필자는 대화 내내 "혹시 운영자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뭐 아무튼 그 외에도 만화대여점의 문제점이라던지, 고전 게임이라던지 등의 이야기를 도플님과 필자 둘이서 장장 1시간 동안(!)나누었다. 필자와 취향이 잘 맞으시는 분이어서 대화할 소재는 끝이 없이 많았지만 옆에서 계속 가자고 조르시던 유진님에 의해 대화는 어느 정도 끝을 맺었다.

◀도플갱어▶: 그럼 나중에 귓말 보내세요. 세컨 캐릭으로 어쌔씬 키우실거면 제가 몸빵이라도 해 드릴게요.
얼음과 불의 노래:ㅎㅎ ㄳ ㄳ 즐라 득템 하세요^^
◀도플갱어▶: 다음에 또 뵙죠. 즐라^^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도플갱어님과의 대화..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정말 너무 멋진 분이었다..

---|---

잠시간의 만남이었지만 필자에겐 라그온을 시작한 후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예의 바르시고 타인을 배려해주시는 분이시며, 게이머라는 이름이 한치도 아깝지 않았던 분. 보통 고렙들은 저렙과 중렙을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도플님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겸손함을 지니고 계신 멋진 분이었다. 또 같이 계신 유진님도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셨다는…^^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도플님 감사해요^^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