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인정한 한국의 만화가 고진호'

게임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한 일본, 그중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과 PSP로 일본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니에서 만든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을 한국인이 담당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PSP용 액션 롤플레잉 게임 '천지의 문' 남녀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만화가 고진호씨.

'천량열전'이라는 만화로 유명한 인기 만화가 박성우씨의 첫번째 문하생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1995년 '스크램블'이라는 작품으로 데뷰한 뒤 10년동안 '광마' '서유기 플러스 어게인' '딘 블러드 테페스'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중견 만화가다.


그가 '천지의 문'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소니측에서 서울문화사에 방문했을 때 그의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어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소니측에서 요구한 것은 일본적인 색채가 가미되지 않은 동양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화려한 분위기보다는 불필요한 장식이 많이 배제된 절제된 분위기를 좋아하더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소니측에서 세계관 부터 캐릭터 복장의 분위기, 색깔 등을 모두 지정해서 보내줬기 때문에 캐릭터를 상상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한 캐릭터당 10번 이상 수정될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전체 작업시간은 한 10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외국 기업이라는 점이겠죠. 아무래도 말이 안통하다보니..."

게임 캐릭터 디자인도 처음이라는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게임에서는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으며 또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의논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래 '천지의 문' 만화가 먼저 연재되고 게임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작업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렸다는 문제와 일본과 한국의 조율 문제로 인해 현재 '천지의 문' 만화 계획은 중단된 상태다.


"3D로 표현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라...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제 캐릭터가 게임에서 등장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구나'하고 감탄했죠"

그는 "이번 작업이 많이 힘들었지만 게임 일러스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만화가 일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에 게임에 관련된 일은 맡을 생각이 없지만 정작 의뢰가 들어오면 해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이번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소니 측에서 높게 평가해준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만 앞으로는 만화가의 길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고진호씨. 즉석에서 게임 캐릭터를 그려달라는 기자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는 그를 보면서 게임 캐릭터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그의 실력을 앞으로 다른 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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