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재미가 그래픽과 사운드만은 아니다.

차세대 게임기는 컨트롤러의 혁신으로 시작하는 닌텐도
필자 개인적으론 올해 도쿄 게임쇼 2005의 진정한 승자는 닌텐도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도쿄 게임쇼에는 한번도 부스를 만든 적이 없는 닌텐도였지만 올해 도쿄 게임쇼가 끝난 후 게이머들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나 SCEI도 아닌 닌텐도였다.( 동의하지 않는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그렇다..^^ )닌텐도가 게이머들에게 이슈가 된 것은 이와타 사장의 기조 강연 때문으로 이와타 사장은 이번 기조 강연을 통해 꼭꼭 숨겨놓았던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를 공개했다.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는 이미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알고 있겠지만 과감하게도 리모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약 20여년 동안 게임기의 컨트롤러는 양손으로 쥐는, 패미컴 이후의 컨트롤러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는 과감하게도 한손으로 쥐는 리모콘 형태이며, 여기에 추가로 서브 컨트롤러를 확장할 수 있다. 컨트롤러를 한손으로 쥔다는 것과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리모콘 형태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획기적이지만, 이미 20여년 동안 닌텐도는 다양하고 기발한 컨트롤러를 꾸준하게 개발해 왔다. 패미컴에서 슈퍼 패미컴으로 발전하면서는 현재 모든 게임기가 사용하는 L, R 버튼이 최초로 사용됐고, 이후 발매된 버추얼 보이는 입체적인 영상을 재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비록 버추얼 보이는 흑백 영상이라는 단점과 소프트의 부족 등으로 실패했지만 입체적인 영상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돋보였다.
이후 발매된 닌텐도 64는 과감하게도 아날로그 스틱을 기본으로 사용, 기존의 디지털 버튼과는 다른 조작감을 선보였다. 아날로그 스틱을 통해 걷기나 대쉬 등을 스틱의 강약 조절만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SCE가 플레이스테이션의 컨트롤러에 2개를 탑재하면서 지금의 듀얼 쇼크 2의 디자인이 됐다. 또한 닌텐도는 아날로그 스틱을 최초로 공개했던 95년 가을 이후, 96년에는 닌텐도 64에 부착하는 진동팩을 발표했다. 이 팩을 닌텐도 64의 컨트롤러에 삽입하면 게임 도중 컨트롤러가 진동하는 것으로, 이 역시 SCEI가 다시 자신의 컨트롤러에 포함시켜 버린다.
이러한 컨트롤러의 변혁은 닌텐도가 자신의 게임기인 닌텐도 64의 장점으로서 내세운 것이었지만, 경쟁사들이 카피하면서 닌텐도는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쉽게 카피당하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하다. 이후 발매된 게임큐브의 컨트롤러에서는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고, 닌텐도가 컨트롤러에 대해 특별한 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경쟁사들의 컨트롤러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렀다. 그 대신 닌텐도 64 시절에는 피카츄는 건강해요 등을 통해 마이크에 대응하는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2003년 연말에 닌텐도가 발표한 휴대용 게임기 NDS는 2개의 화면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 SCEI는 PSP를 2003년 E3에서 발표한 상태로, PSP는 휴대용 게임기로서는 지나칠 만큼의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반면 NDS는 더욱 늦게 발표됐지만 PSP에 비해서 부족한 성능과 8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게임 & 워치의 일부 게임에서나 사용했던 상하 듀얼 스크린을 사용한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만 해도 PSP의 성능이 뛰어났고, NDS는 2개 화면 외에는 뚜렷한 장점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앞으로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마저도 SCEI에게 빼앗긴다! 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 것은 2004년의 E3였다. SCEI는 PSP의 실기를 공개하고, 실제 게임까지 전시하는 등 PSP의 발매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반면 닌텐도는 NDS가 2개의 화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와 터치 펜을 사용한다는 것을 최초로 공개했다. NDS에 터치 펜이 있다는 것은 유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NDS는 터치 펜과 마이크를 통해 PSP가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게임들을 꾸준하게 발매하며 현재까지 PSP보다 더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의 상황은 사뭇 다르지만..)결국 PSP 보다 성능에서는 떨어지지만 터치 펜과 마이크, 그리고 2개의 스크린이 고성능의 PSP를 이긴 것이다. 아마도 터치 펜이라는 새로운 입력도구가 없었다면 NDS는 PSP를 이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스틱을 가정용 게임기의 표준으로 만든 닌텐도 64와 컨트롤러


레볼루션 컨트롤러의 장점은!
지난 5월의 E3 기간에 SCE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차세대 게임기의 성능과 소프트, 그리고 컨트롤러 등을 공개했다. 반면 닌텐도는 레볼루션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아끼고, 게임큐브와 NDS에 힘을 기울였다. 닌텐도는 레볼루션에서 가장 핵심이 될 컨트롤러의 공개는 하지 않고, 타 기종보다 떨어지는 성능, 그리고 과거 게임들의 다운로드 같은 간단한 것만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는 닌텐도의 게임 철학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의 재미는 그래픽, 사운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려는 것 같았다. 닌텐도는 이미 플레이스테이션이 발매되기 전부터 CD-ROM의 고용량을 위해 동영상 제작 등을 하는 것은 낭비라며, 야마우치 전 사장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닌텐도의 게임 철학은 현재 사장인 이와타에게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지난 E3에서 닌텐도의 발표를 보면, 다른 회사들의 차세대 게임기는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하고, 이는 게임 개발사에게 부담이 되며, 그래픽, 사운드만 강화된 게임으로는 유저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라는 과거 닌텐도의 게임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닌텐도는 레볼루션은 게임의 재미를 바꿀 수 있는 컨트롤러를 개발해 왔고, 이 컨트롤러를 통해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도쿄 게임쇼에서 레볼루션의 컨트롤러가 이와타 사장의 강연을 통해 공개되자, 전 세계의 매스컴들은 일제히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는 건 컨트롤러처럼 포인팅을 하며, 여기에서 더 발전하여 컨트롤러가 기울어진 각도나 혹은 TV에서부터의 거리까지 계산이 된다. 이를 통해 체감형 게임이 가능해 진 것으로, 닌텐도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이 컨트롤러를 통해 낚시를 하거나 북을 치고,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하는 등 본격적인 체감형 게임기의 탄생을 알렸다. 또한 여기에 서브 컨트롤러를 연결하여 FPS 게임의 경우는 왼손으로 캐릭터를 이동하고, 오른손으로는 화면에 나타난 적을 향해 총을 발사할 수 있어 FPS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컨트롤러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레볼루션을 통해 가정에서도 본격적인 체감형 게임 시대가 열리는 것이며, 이것은 SCE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게임기보다 레볼루션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해도 성능을 컨트롤러가 커버해 줄 수 있을 만한 장치이다. NDS가 PSP 보다 앞서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내년, 차세대 게임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TV 리모콘처럼 생긴 레볼루션용 컨트롤러



확장성이 뛰어난 것도 이 컨트롤러만의 장점이다


왜 혁신적인 컨트롤러가 필요했을까?
그럼 왜 닌텐도에게는 혁신적인 컨트롤러가 필요했을까? 이와타 사장은 이 컨트롤러의 제작에 들어간 것은 2년 전이며, 이 컨트롤러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3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1. 게임을 그만둔 사람을 다시 끌어들인다.
2. 지금까지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을 불러 들인다.
3.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

이미 닌텐도는 게임이란 기존의 영상과 사운드를 발전시키는 것만으로 게임의 재미가 발전하거나 게임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고 수년에 걸쳐 말해왔다. 오히려 섬세한 그래픽은 게임 제작비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며, 게임이 복잡해 보여 유저들이 떠날 수 있고, 그 대신 게임의 유저가 많아지도록 시장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발표해 왔다.
보통 10대 후반이 되면 입시 때문에, 20, 30대가 되면 회사 생활과 가정 때문에 게임에서 떠나는 유저들이 생긴다. 그리고 최신 게임들은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수십 시간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스케일이 커지고 있고, 점점 복잡화되고 있어 초보자들이 쉽게 진입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게임에서 점점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닌텐도는 과거의 히트작을 리바이벌하여 다시 발매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은 향수를 느끼며 다시 한번 게임을 즐긴다. 이것은 이미 닌텐도가 작년부터 발매해온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패미컴 미니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패미컴 시절의 인기 게임을 게임보이 어드밴스용으로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판매량은 매우 높다. 저가격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현재 게임보다 쉽고,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다시 한번 즐길 수 있어 유저들이 구입한 것은 아닐까?
또한 그래픽이나 사운드 보다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높이는 것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유저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게임기들의 여러 장르의 게임도 즐길 수 있어야 하지만 좀더 친화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터치 펜을 사용한 NDS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터치 펜에 특화된 게임 소프트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결국 기존의 게임 장르도 그대로 이어가고, 컨트롤러를 바꿔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좀더 유저 친화적인 디자인과 직감적인 컨트롤러가 있다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의 관심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닌텐도는 누구나 만지는 TV 리모콘 형태의 컨트롤러를 생각해낸 것이다. 점점 버튼이 많아지는 최근의 게임 컨트롤러들. 그래서 게임을 즐기지 않거나 현재는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게임 컨트롤러는 친숙하지 않았고, 이에 누구나 만지는 TV 리모콘처럼 한손으로 사용하는 형태가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컨트롤러가 달라짐에 따라 그 동안 게임에 익숙했던 게임 매니아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고, 초보자들도 TV 리모콘 형태의 레볼루션은 한번 도전해 볼만한 게임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 컨트롤러를 통해 닌텐도는 3가지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됐고, 마치 NDS처럼 작은 아이디어만으로도 독창적인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 나날이 높아지는 제작비를 피해갈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확장성까지 갖고 있어 타 게임과는 차별화된 게임들도 제작할 수 있다.


입체 영상을 표현했던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



E3에서 공개됐던 레볼루션의 본체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를 공개한 닌텐도의 이와타 사장


아직도 비밀이 남아있을 레볼루션의 컨트롤러
이제 많은 게이머들에게 무수한 화제와 궁금증을 야기시켰던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는 공개됐다. 하지만 지금 공개된 것만으로 레볼루션의 컨트롤러가 100% 밝혀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11월말부터 XBOX 360을 발매하기 때문에 컨트롤러를 바꿀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SCEI는 플레이스테이션 3의 발매를 2006년 봄으로만 발표했을 뿐 정확한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닌텐도 64 시절에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팩을 카피해간 SCEI에게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를 너무 쉽게 공개하는 것은 이상하다. SCEI도 닌텐도의 계속된 레볼루션의 컨트롤러 발언에 대해 민감한 듯, 플레이스테이션 3에서는 부메랑처럼 생긴 새로운 디자인의 컨트롤러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오래전부터 계속된 컨트롤러 발언으로 SCEI도 플레이스테이션 3용 컨트롤러에 새로운 기능(예를 들면 위치 센서 등)을 추가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SCEI의 전략이 아직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레볼루션의 컨트롤러를 공개한 것은 앞으로도 더욱 큰 비밀이 감춰져 있다고 할 수는 없을까? 마치 NDS를 처음 공개할 때 듀얼 스크린만 보여주고, 나중에 마이크와 터치펜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공개한 것처럼 지금 공개된 레볼루션 컨트롤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닌텐도의 과거 발언으로 되돌아가 보자. 닌텐도가 말한 것 중에는, 미디어에도 숨겨진 기능이 있을지 모른다, 컨트롤러가 아닌 본체에도 숨겨진 기능이 있고, 이를 통해 타 회사가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외에도 과거 게임들의 다운로드 플레이와 휴대용 게임기 NDS와의 연동, 그리고 SD 메모리 카드의 사용 용도에 대해서도 밝혀진 것이 없다.
결국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레볼루션은 극히 일부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운로드는 아마도 게임 패키지를 구입하면 특정한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즐길 수 있고, 512메가의 플래쉬 메모리에 다운로드 받은 게임을 저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NDS와의 연동과 SD 메모리 카드의 사용법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NDS에서 사용하는 매체도 SD 카드를 개량한 것으로, 어쩌면 NDS와의 연동을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지만, 어디까지나 필자의 상상이다.
아무튼 닌텐도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계획대로 차차 레볼루션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그 정보들은 레볼루션의 가치를 지금보다도 더 높여줄지도 모르고, 혹은 의외로 지금보다 시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볼루션은 발매하기 직전까지도 게이머들에게 무수한 화제를 낳을 것은 틀림없고, 컨트롤러 때문에라도 닌텐도는 SCEI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NDS가 PSP 보다 앞서고 있는 지금처럼. 아무튼 앞으로도 닌텐도가 하나씩 하나씩 공개할 레볼루션은 차세대 게임기에서 충분히 전세계의 게이머들을 놀라게, 그리고 흥분하게 할 만큼 멋진 정보들이기를 기대해 보자.

글쓴이 : 게임동아 객원필자Kojima video (mgear@hotmail.com)

본 칼럼은 게임동아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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