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SP, 과연 이대로 좋은가?'

어느덧 발매 1주년을 2개월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PSP. 다양한 선전 전략과 AS 서비스, 그리고 신속한 제품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 소니가 가지는 PSP에 대한 의지는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SP는 현재 킬러 소프트웨어의 부재, 소프트웨어의 에러, 메모리 스틱을 이용한 에뮬레이터 구동, 초기모델의 미스 등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에서 문제를 야기시켰으며, 일부 계층에서는 다소나마 PSP에 대한 불안감 마저 조성되기 시작한 상태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이번 기획을 통해 PSP의 지난 10개월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으며, 앞으로 가야 할 곳은 어딘지 요모조모 따져보도록 하겠다.

- 화려했던 PSP의 태동, 기대에 못미치는 소프트웨어 판매량 -

일본 내에서 PSP가 발매되는 2004년 12월 12일. 일본 각지에서는 PSP를 구입하기 위해 게이머들이 만든 대열이 새벽 5시 이전부터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화려한 발매식을 치룬 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에서 총 1,820,948대가 판매된 PSP. 단순히 이 수치만을 가지고 계산해보면 10개월 동안 제법 많이 팔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판매량이 하드웨어에 비교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판매량이 저조한 것은 심각할 수준으로, 이제까지 발매된 PSP용 게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던 게임 중 하나인 '모두의 골프' 조차 판매량이 50만장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단 '모두의 골프'가 아니라 PSP의 일반적인 중급 소프트웨어가 약 20만개 정도 팔렸다고 가정했을 때, 하드웨어의 180만대 중 약 10~15%안팎의 게이머만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게이머들을 경악시켰던 PSP, 등장만큼이나 화려했다


다기능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PSP

무엇보다 PSP의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는 것은 하드웨어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가능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게임만을 위한 기기가 아닌, 음악 청취, 영화 감상 등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성능을 가진 PSP.

실제로 PSP의 발매 당시 게임 소프트보다도 메모리스틱 1GB가 물량 매진이 될 정도로 팔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게이머들이 PSP를 게임기로 인식하기 보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항간에서는 게임기로써 너무 사치스러울 정도로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10개월 동안 발매된 게임 중, 이렇다 할 대작 타이틀이 없다는 점 또한 PSP의 하드웨어 판매만을 부추긴 요소가 됐다. PSP가 게임만이 아니더라도 기기자체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의 저조한 판매는 이미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실제로 디자인으로써도 상당히 매력적인 것은 다들 인정하고 있다).

PSP로 마리오가?

발매한지 약 4개월이 지났을까? 언제부턴가 PSP로 '슈퍼마리오' 등을 비롯해 다양한 에뮬레이터들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복사제품 또는 에뮬레이터를 잘 즐기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추억의 게임을 메모리 스틱에 저장한 뒤 약간의 세팅을 하는 것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나 보다.

물론, 이에 대하여 소니 측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처하고 있으나, 실제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좋아지는 점은 인터넷 브라우저 기능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혹, 펌웨어 버전 2.0이 아니면 기동 자체가 불가능한 소프트웨어도 있다, 예-위닝 일레븐 9 유비쿼터스 에볼루션 등) 외에 뾰족하게 매리트가 없다는 점이 문제 점으로 남고 있다.

또한 펌웨어도 빠른 속도로 깨져가고 있어, 에뮬레이터의 확산은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게이머들이 PSP에서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큰 문제. 심지어 '슈퍼마리오' 등 경쟁 회사의 게임을 PSP에서 즐기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PSP용 소프트웨어의 정체성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PSP가 발매된 지 이미 10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PSP만의 특성을 살린 게임이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할 연구소 소장인 이치카와 CEO는 PSP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까지 발매된 PSP용 게임 타이틀은 단지 PS1, 2의 게임들이 PSP용으로 이식된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PSP의 기능은 실제로 훨씬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활용한 게임이 필요한 시기다.',

실제로 이제까지 발매된 게임 중 PSP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게임은 많지 않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이드리움'과 같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살린 게임도 발매되긴 했다.

PSP용 하이드리움


'하이드리움'의 경우는 PSP의 화면을 상하 좌우로 기울여 '수은'을 지정된 목표 지점까지 움직이는 미션 클리어 형 액션 게임이다. PSP가 휴대용이며 화면과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특징을 잘 살려 만들어낸 이색적인 게임이다.

PSP가 더욱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이러한 독특한 PSP만의 게임이 꾸준히 발매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 UMD의 문제점

소니는 PSP용 UMD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UMD의 가장 큰 문제는 호환성에 있다. 일반 CD 또는 DVD로 발매되는 영화가 PSP만의 UMD로 발매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으나, 가격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큰 매리트가 없으며, 현시점에서 UMD가 PSP 이외의 하드웨어에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호환성에서 큰 약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현재 일본 업계에서도 UMD 콘텐츠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며, 중고 매장에 유입되는 UMD양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UMD는 양날의 검


특히 PSP의 경우 UMD 미디어가 내놓는 만만치 않은 로딩은 절대적인 약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휴대용 게임의 특성상 간단히 플레이 할 수 있는 팩 형식과 비교해 다소 짧은 로딩이라 할지라도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SP, 앞으로의 돌파구는?-

본체의 판매량과는 다르게 많은 부분에서 빈틈을 보이고 있는 PSP. 과연 향후 돌파구는 무엇인가. 2005년까지 약 100여 개에 달하는 타이틀을 필두로 자리 굳힘에 도전하는 소니. 하지만 역시 획기적인 타이틀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네임 밸류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참신함으로

PSP용으로 발매된 게임의 흐름을 보면 대부분이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랄' 기라성 같은 유명 타이틀들이 많으나 사실상 이런 타이틀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태다.

이런 점을 보면, 게이머의 입장에서 보면 유명 타이틀이라는 것은 이미 어떤 머신으로든 즐겨봤을 가능성이 크므로, 큰 구매욕을 불러오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색다르고 휴대용 게임으로써의 특징을 잘 살린 이색적이고 새로운 게임을 게이머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이점에서 닌텐도의 전략이 어느 정도 게이머들의 생각에 적중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11월에 발매 예정인 '토크맨'과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PSP의 휴대성과 더불어 4개국어의 통역이 가능한 색다른 어플리케이션. 이런 PSP만의 독특한 아이템이 필요하다. 굳이 꼭 게임이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지나치게 게임 내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 의미를 상실하게 되지만). 즉, PSP라는 하드웨어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을 적극적으로 개발, 발굴해 발매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PSP의 무선랜 보강이 첫 단추

뛰어난 무선랜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PSP.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사용하기 힘든 세팅 문제 등이 걸린다. 또, 무선랜을 자유롭게 사용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곤 하지만 소니의 서비스가 부실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네스팟을 통해 여러가지 서비스를 한다고 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한계가 있으며, 일본의 경우 PSP 게이머가 자유롭게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소니는 하루 빨리 무선랜 기능을 200% 활용 가능한 억세스 포인트 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예를 들어 닌텐도의 스레치가이 통신(스쳐지나가는 통신망)과도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억세스 포인트는 네트워크 게임의 개발 환경을 보다 넓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SP의 붐에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부분이 강화되면 억세스 포인트를 거쳐 전용의 서버를 통해 전국의 PSP유저와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물론 이것에는 아직까지 기술적인 문제와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네트워크 게임기로써 PSP의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선랜 보강이 포인트다


-PSP, 제2의 도약이 필요할 때-

휴대용 게임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소니. 훌륭한 하드웨어를 두고 진국을 우려내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PSP는 뛰어난 네트워크 기능 하나만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언제고 그 네트워크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기 시기가 온다면, 보다 넓은 세상에서의 PSP를 즐기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일본의 많은 게임 개발사들 역시 PSP의 네트워크 기능을 고려한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레쿠르트(상시채용)를 확인하면 네트워크 관련 기술자를 구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닌텐도의 NDS와 소니의 PSP의 가치관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현 시점으로볼 때 PSP보다 약 2배 이상 팔린 하드웨어의 위력과 100만장 가까이 팔려나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활약을 보고 있자면, 더 늦기 전에 소니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PSP만의 독특함을 강조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보답해야 할 시기라고도 생각된다.

일본 = 김규만 게임동아 일본 특파원 (meckle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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