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렙이 되고 싶은 ManBeast의 홀릭 2 도전기 1부

MMORPG와는 거리가 먼 사나이, 홀릭 2를 접하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MMORPG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스포츠 게임이나 액션 게임이라면 어디서든 같이 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라고 자부하지만 유독 MMORPG 장르에서는 헤매는 여린 게이머인 것이다. '그래도 남들 다한다는데...'라는 마음으로 날고 긴다는 유명 MMORPG 게임들은 모두 한 번씩 접해봤지만, 죄다 '고렙'과는 거리가 먼 '쪼렙'에 가까운 상황에서 게임을 접어야만 했다. 그런 주제에 욕심은 있어서 '고렙 소리 들으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굽신굽신 하는 꼴 좀 보겠다' 라는 욕망으로 시작하는 홀릭 2의 기행기. 시작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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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생태계를 지키는 손재주 없는 ManBeast
필자가 생성한 캐릭터는 가나브 리베로의 마츠카 티그리 족의 권술사로 'ManBeast' 라는 이름을 달아줬다. 뭐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가나브 리베로 국은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점이 마츠카 티그리 족은 손재주가 부족하다는 설정이 필자의 실제 모습과 닮았기에 선택했을 뿐 -_-; 자연 보호를 위해 선택한 손재주 부족한 반인반수의 생태계를 지키는 국가의 용병이 바로 ManBeast의 정체성 되겠다. 초반은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딱히 복잡한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페이스 역시 복잡하지 않았으며, 필드의 가야할 곳은 맵에 모조리 표시되니 MMORPG에 취약한 필자도 쉽게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 수록 뭐가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깨달음은 예고없이 찾아온다더니...

풀밭거머리 : 찌익!

깨달음은 거머리의 비명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ManBeast : 환경을 보호한다는 나라의 녀석들이... 왜 짐승이란 짐승은 다 때려 죽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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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웠다. 내가 생각한 자연과 소통하는 세상은 적어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풍뎅이를 주먹으로 때리고, 늑대를 발로 차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깟 레벨이 뭐라고? 그깟 레벨이 뭐가 중요해서 대자연의 피조물인 거머리, 풍뎅이, 딱정벌레들을 두들겨 패야 한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대자연의 소중한 피조물들... 더 이상의 싸움은 없다, 우리는 친구다. 그 순간, 내 눈가는 매우 촉촉해졌다.

ManBeast : 상생의 길을 가겠다. 무의미한 살생은 이젠 그만두자.

마음을 한 순간 고쳐먹었을 뿐인데, 마음이 무척이나 편해졌다. 방금 전에 전투로 상당한 충격을 입었지만 그래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필드를 뛰어다니던 ManBeast. 헌데 갑자기 캐릭터 주변이 번쩍번쩍하더니만 갑자기 풀썩 쓰러지는게 아닌가? -_-! 불길한 느낌. 설마 PK인가?!

ManBeast : ?? 뭐지? 왜 쓰러진거지?; HP가 적으면 지쳐서 쓰러지나?;;
가해자 : 허접 ㅋㅋㅋ
ManBeast :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때려요 -_-
가해자 : ㅋㅋㅋ 허접
ManBeast : 야!! 이 @#$@#야!!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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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사라지는 가해자(라고 추정되는 인물 -_-;)게임의 초반이라 캐릭터가 사망한다 하더라도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상황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다짜고짜 저런 도발을 날린 것이 불쾌하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화가 치밀었다. 강해져야 했다. 이런 꼴을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ManBeast : 캬악! 풀벌레 친구들이고 나발이고! 다 죽었어!; 어차피 자연은 약육강식이다!!

아! 나보고 허접이라고 한 게이머에게 이 기행기를 빌어서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두고봅시다 -- 나 당신 캐릭터 이름 적어놨습니다.(진짜로 --;)

얼떨결에 파티에 가입하다
그 이후로 상당히 많은 부활을 해야만 했다. PK 때문이 아닌 ManBeast 본인의 나약함이 그 원인. 여전히 저렙이었기 때문에 한 번 죽더라도 큰 손해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부활 장소가 마을이기 때문에 열심히 사냥터로 달려가야만 했다.

ManBeast : 사냥 5분하고 부활하고 5분 뛰어가고 이게 뭐야!;

잦은 사망, 이것은 혼자 즐기면서 불편한 점의 일부였다. 또 하나의 불편한 점은 게임이 매우 지루해진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런 MMORPG 장르는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 필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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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구도 내 캐릭터에게는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비 내리는 날에 사과 상자에 담겨서 애타게 울부짖는 새끼 고양이처럼 '파티 구함'을 외쳐도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ManBeast : 아오! 내가 얼굴만 귀여웠어도 파티 제의 엄청 받았을건데!!

퀘스트를 위해 인던에서 언제나처럼 몬스터를 때려잡던 나에게 갑자기 익숙치 않은 창이 나타났다. 바로 이 나를 파티에 초대한다는 것! 거절할 이유는 없다. 바로 승낙 버튼을 누르고 생각보다 쉽게 퀘스트를 종료할 수 있었다. 대화는 없어서 심심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혼자 했으면 지금의 두 배는 걸렸을 것이니까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던전을 빠져나와 필드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채팅창에 글이 마구마구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평소 채팅창을 잘 보지 않던 필자도 채팅창에 눈길이 갈 정도로 매우 빠른 템포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아는 사람도 없고, 완전히 혼자서 게임을 하는데 채팅 할 일이 없으니 대화창을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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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 : 비스트님!! 어디 가셨어요!!
ManBeast : 헉? 저 부르셨나요??
파티장 : 아니 말씀도 안하시고 사냥 중에 나가버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ManBeast : 엥?
파티장 : 님 나가서 파티 전멸했어요 ㅠㅠ

굉장히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내가 나가서 파티가 전멸하다니 --; 뭔가 피해를 입힌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불쾌한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욕설이 없이 표현을 하니 더더욱 미안했다 --;

ManBeast : 에고; 죄송해요;; 제가 파티플레이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파티장 : 쩝 -_- 할 수 없죠 뭐; 다시 해야겠네요;
ManBeast : 제가 다시 가서 도와드릴까요?;
파티장 : 아뇨 됐어요 ^^ 즐겜하세요~

단칼에 거절당하니 오히려 시원시원하기까지 했다. 서운해도 어쩌랴. 일을 저질렀으니 거절당해도 할 말 없지 뭐. 쳇 -_- 그건 그렇고... 내가 나가서 전멸했다 이거지? 오호라~ 나 의외로 존재감 있는 녀석이었잖아? ManBeast의 만면에 미소가 히죽히죽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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