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장관이 삼성 홍보대사?' 타당성 논란

삼성의 브랜드 마케팅 행사로 전락한 WCG(World Cyber Games)에 문화관광부 장관이 공동위원장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e스포츠 업계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해 WCG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면서부터 과도한 삼성 브랜드 알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대한민국' 브랜드는 뒷전에 밀리면서 처음 시작됐다. 올해도 WCG가 싱가포르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삼성알리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이러한 논란이 관계자들 사이에 불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WCG가 국내에서 열릴 때는 삼성전자가 월드 스폰서를 담당했지만 국내에서 행사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게임문화는 물론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한 핵심 행사가 국내에서 열려 많은 경제적인 효과가 국내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의 북미 법인이 대부분의 스폰서를 담당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WCG 메인 행사에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이 삼성의 윤종용 부회장과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지만 당시 운영되던 전용 버스마저 'WCG'나 '대한민국'의 모습은 없고 '삼성로고'만 새겨지는 등 삼성 브랜드 알리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였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싱가포르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올해 한국e스포츠협회 2기(회장 김신배)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문화부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창구를 한국e스포츠협회로 단일화했다. 그러나 WCG를 운영하는 ICM은 협회와는 상관없이 자체 선발전을 거쳐 대표를 선발해 태극기를 달고 본선에 선수를 파견하는 등 정부와 국내 e스포츠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진행 중이다.

e스포츠 협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국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삼성전자를 대표해 참여한 ICM의 관계자가 'WCG와 ICM은 글로벌한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 e스포츠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던질 정도였다."라며 "이렇게 삼성을 위한 행사에 왜 예산을 들이면서까지 문화관광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WCG에는 문화부의 예산 5억 원이 책정돼 매년 지출되고 있다. 이는 WCG의 1년 운영 예산이 200억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비용일 수 있다. 하지만 5억 원은 올해 정부에서 책정한 e스포츠관련 예산 10억 중 절반에 해당되는 적지 않은 예산이다. 또한 국내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쓰인다면 매년 5억 원의 예산은 절대 적은 비용이 아니다.

e스포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스폰서를 받지 못하는 국내 프로 게임단은 숙소와 연습실 임대료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e스포츠 현실이 이 지경인데 5억이라는 적지 않은 정부 예산이 삼성 브랜드 알리기에 쓰이고 있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