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대전이 다시 게이머들에게

세가의 팬으로부터 시작되는 사쿠라 대전 프리뷰
게이머들은 '영원한 2인자'라는 표현을 쓴다. 혹자는 '온 몸을 다 바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패배해갔다'라고 쓰기도 한다. 일본 게임계의 거장, 세가를 일컫는데는 앞의 말들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그만큼 세가는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이고, 또 대단한 회사이다. 코나미, 닌텐도 등의 회사 이름을 말했을 때 잠시 어리둥절하는 식의 라이트 유저를 제외한다면 일단 세가는 유명하다.

'세가는 무조건 숭고하며 또한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쓰자면 다소 반박하는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무조건 그렇다고 답한다. 또한 세가의 정기를 이어받은 긍지높은 세가인이라 자부하고 또 자부한다. "왜 그랑디아가 플스로 나오는거냐!"라고 비명을 지르며, 빨간 신호등에 앞뒤 안돌아보고 100미터 달리기 하듯 뛴 적이 있는 것만 봐도 그것은 명백한 것 같다. 그러한 세가의 화신인 필자가 흔쾌히 이번 '사쿠라 대전 ~뜨거운 열정으로~'의 프리뷰를 맡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쿠라 대전' 마니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니아로서 흐린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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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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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정신이 풍만한 작품
길을 가다 풍만한(?) 아가씨를 봤다고 하자. 그러면 저절로 시선이 간다든지, 혹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엔도르핀이 함유된 미소를 씨익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쪽은 어떨까? 게임 쪽에 풍만하다는 표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액션성이라든지, 박력이 풍만하다- 라는 표현은 일단 가능하게도 보인다. '사쿠라 대전' 역시 풍만하다고 할만큼 충분한 요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세가의 도전 정신과 힘이다.

앞서 필자는 세가에 대해 '온몸을 다 바쳐 도전한다'라는 말을 인용했었다. 이 말은 바꾸어보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바둥거린다'라는 얘기도 될 수 있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는 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혹 그것이 게임 제작사라면 그 긴박감으로 얼마나 대단한 게임을 발매해낼 것인가. '사쿠라 대전'은 이러한 세가의 도전정신이 가득 차 있는, 생명의 정수가 가득 담긴 게임인 것이다.

훌륭하게 어우러진 어드벤처와 시뮬레이션 RPG의 조합
'동급생', '진구지 사부로' 등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를 플레이 해본 유저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 어드벤처가 얼마나 재미있는 지를. 혹 과거 일본어의 부재로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라면 지금이라도 신속히 즐겨보아야 한다(이건 명령이다!). 여튼, 그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에 시뮬레이션 턴제 RPG를 섞으면 어떨까? 미소녀가 판치는 텍스트 어드벤처에서, 갑자기 철갑 기계들이 필드에 나와 적과 한바탕 한다면 또 어떨까. 간단히 예를 든 것처럼, '사쿠라 대전'은 이러한 텍스트 어드벤처와 시뮬레이션 턴제 RPG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는 게임이다. 물론 그냥 혼합된 것이 아니다. 무려 두 장르가 서로 100% 완벽 업그레이드 되고, 또 융합되고 지지고 볶아져서 아주 감칠맛 나는 볶음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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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모드는 이렇게.
물론 수위를 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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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모드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기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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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선택의 기로에 선 게이머.
선택하는 시간도 그대로
하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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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쿠라 대전'의 어드벤처 파트는 텍스트 선택 시의 긴박함이 포인트가 된다. 특정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 시의 시간도' 하나의 선택이 되어버리는 것. 이 시스템은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긴장하게 하며 몰입도를 급상승 시킨다. 기존처럼 밥먹으면서, 친구와 수다떨면서, 혹은 전화받으면서 게임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져버린 것이다. 물론 다른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처럼 머리도 길고 스탠다드한 히로인이나 로리한 타입의 아가씨, 도도한 미녀, 폭력적인 성향의 미녀 등 갖가지 설정의 아가씨가 그대로 등장한다. 그냥 당신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골라잡으면 되는 건 변함없다.

하지만 '사쿠라 대전'은 어드벤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드벤처 파트에서 게이머가 만들어낸 여성대원들과의 호감도(신뢰도로 해둘까?)는 전투 파트에서 그대로 능력치가 된다. 한마디로 당신이 잘해준 여인은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푸대접을 한 여인은 트러블이 많아진다. 딱히 전투 파트에서의 필살기라든지, 연합공격 등 다른 시뮬레이션 턴제 RPG에 있는 요소는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적을 해치웠을 때 '역시 대장이 최고라니까!' 라며 추켜세워주는 여성 대원들의 코맨트는 절로 당신을 우쭐하게 할 것이다.

'사쿠라 대전'이 특별한 이유, 그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 텍스트 어드벤처가 일방적으로 상황을 선택하고 이끌어져가는 수동적인 게임의 몰입에 그쳤었다면, '사쿠라 대전'은 연대적인 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당신의 '능동적인 호감도'를 이끌어낸다. 어드벤처 파트에서 당신이 쌓아올린 신뢰도가 그대로 전투에 반영되고, 연대적으로 전투를 마친 후에 정말로 대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느낌. 함께 어떠한 것을 이루어냈다는 묘한 동질감이 화를 거듭할수록 진심으로 여성 대원들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느낌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아, 나는 사쿠라 대전에 빠졌구나'라고 말이다.

사쿠라 대전의 정식발매
세가의 혼이 그대로 묻어있는 '사쿠라 대전'이 국내에 정식발매 된다고 했을 때, 본인은 무척 기뻐했다. '이 대단한 게임을, 드디어 국내의 PS2 게이머들도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라고. 특히 YBM시사닷컴의 우수한 한글화 팀에서 그 작업을 맡았고, 곧이어 발매된다는 사실은 본인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벚꽃이 만발하는 4월에 이 게임이 출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나온다는 것은 기념할만한 일이 될 것이다.(다만,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한 사람이거나, 제국주의에 대해 심한 혐오감이 있는 사람은 '사쿠라 대전'이란 게임 자체를 그냥 무시하기 바란다. 색안경을 끼고 이 게임을 바라보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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