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모를 자에게 쫓기는 소녀의 불안함

후덥지근한 여름에는...
역시 호러 게임이 최고다. 더위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늦은 밤 홀로 호러 게임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뭐 필자는 그다지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도 아니고 호러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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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라서 이러나 저러나 남 얘기일뿐이지만, 어찌 됐든 내가 바로 진정한 호러 게임이라며 때마침 찾아와 준 클락 타워 3는 분명 더위를 많이 타는, 호러 게임을 즐겨 하는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손님일 것이다. 하지만 미안스럽게도 클락 타워 3 하면서 더위를 날려 버린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일 듯 하다. 잔뜩 겁에 질린 듯한 여자의 표정과 그럴싸한 분위기, 그리고 진정한 호러 게임이 왔다는 꽤나 자신감 넘치는 문구를 사용한 코코캡콤의 배너 광고만 보면 확실히 뭔가 굉장히 호러스러운 게임같지만, 광고에서 보이는 것만큼 클락 타워 3는 호러스러운 게임이 아니다. 막말로 저거 허위 과대 광고다. 진정한 호러 게임은 무슨... 클락 타워 3는 호러를 가장한 액션 어드벤처라고 봐야 맞다. 진정한 호러 게임 운운하기에는 63.59% 부족하다. 어째서냐고? 그건 뒤에서 말해줄께. 초장부터 다 말하고 들어가버리면 나중에 할 말이 없잖아.

괜찮은 그래픽
뛰어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캐릭터와 배경 모두 꽤나 세밀하게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 호러 게임답게 음침한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뭐 충분히 만족할 만한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캐릭터의 경우는 모션 캡쳐를 사용해 무척이나 사실적인 모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좀 더 좋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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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이벤트 씬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모션은 사실적이긴 하나 다분히 오바스럽다. 모션 캡쳐를 사용해 그 어떤 게임보다도 캐릭터의 모션이 사실적이고 부드럽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던건지 어떤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오바 액션 덕분에 게임의 분위기는 그런 이벤트 씬이 나올 때마다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 2 브랜치 시작할 때 나왔던 알리사와 데니스의 만남 이벤트 씬은 오바 액션의 진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었는데, 둘이서 얼씨구나 좋구나 하면서 애들 연애 분위기 낸 것만으로도 모자라 마구 오바 액션까지 펼쳐대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호러 게임이라면 당연히 공포스러운 분위기 조성에 매진해야 할 터인데 어떻게 된게 그런 이벤트 씬을 통해 오히려 산통을 깨 버리니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문제점이라면 동영상에 나오는 알리사의 모습과 게임상 알리사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꼽을 수 있겠다. 동영상에 나오는 알리사의 모습은 갸름한 얼굴의 성숙한 모습이지만 게임상 알리사의 모습은 통통한 얼굴의 앳된 얼굴이라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단순히 그래픽 퀄리티만 놓고 따져본다면 충분히 괜찮다 수준을 넘어서 좋다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그래픽이라고 단락 제목을 단 건 다 이렇게 까보면 나오는 문제점들 때문이다. 그렇지만 뭐 앞서 말한 것들 외에는 이렇다 할 문제점이 없었으니 그냥 좋은 그래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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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튀어나올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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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시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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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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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오바 액션 이벤트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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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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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동일인물이다 -_-;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
클락 타워 3는 사운드의 측면에선 분명 최고다. 각 상황에 맞게끔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긴장감 넘치는 게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클락 타워 3에서는 어떤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배경음악이 나올 땐 항상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한 상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알리사를 쫓는 의문의 추적자가 등장할 때를 꼽을 수 있겠다. 추적자는 매번 특정 배경음악이 들려온 뒤에야 등장하기 때문에 알리사의 발자국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갑자기 그 배경음악이 들려오게 되면 플레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바싹 긴장하게 된다. 배경음악의 출력을 어떤 특수한 한정된 상황으로 제한함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런 사운드적 장치가 언제까지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게임을 하며 적응을 하게 되면 그 때는 그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을 땐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처음만큼의 긴장감을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도 일정 패턴을 가지지 않게 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매번 특정 배경음악이 먼저 들려온 뒤에야 등장하던 추적자가 어느 순간 갑자기 천장에서 떨어지는 식으로 배경음악이 들려오기 전에 먼저 등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언제 어디서 갑자기 추적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배경음악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긴장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항상 욕부터 하고 나서 때리던 깡패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일단 한 대 때리고 욕을 하는 식으로 패턴을 바꾸는 바람에 이제는 이 깡패가 욕부터 하고 나서 때릴지, 아니면 일단 때리고 나서 욕을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려 항상 마음 속으로나 겉으로나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어 버린단 뜻이다. 이외에도 멀리서 조그맣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던가 하는 식으로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운드적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클락 타워 3는 사운드적 측면에선 분명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호러 게임의 사운드는 어때야 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정석같은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힘
클락 타워 3의 게임 디렉터는 우리에게도 영화 '배틀 로얄'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맡았다. 게임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영화가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라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영화 감독이 직접 게임 제작에 참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과연 영화 감독의 참여로 인해 게임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내심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물론 영화와 게임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분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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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게임 제작이라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가 게임 제작에 참여했기로서니 무슨 큰 변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참여로 인해 게임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폭력의 거장으로 통하는 후카사쿠 긴지 감독만의 코드가 게임 전반에 걸쳐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그만의 코드는 알리사를 쫓는 추적자, 곧 살인마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 1 브랜치에서 등장하는 해머 사나이는 겁에 질린 채 울부짖는 조그만 여자 아이의 머리를 거리낌 없이 커다란 망치로 후려쳐 버리고, 제 2 브랜치에서 등장하는 황산 사나이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눈 먼 노인과 그런 노인을 정성껏 모셔온 효자 청년을 한꺼번에 드럼통에 쳐 넣고서는 잔인하게 웃어 제끼며 드럼통에 황산을 쏟아붓는다. 이런 절제되지 않은 과도한 폭력이 바로 영화 '배틀 로얄'에서도 보여졌던 후카사쿠 긴지 감독만의 코드다. 게임이든 영화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사람인 이상 일정 선은 지켜지기 마련인데도, 그는 힘없는 여자 아이와 노인까지도 폭력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절제되지 않은 과도한 폭력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엔 강렬한 화면 연출도 한몫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잔인한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빠르고 현란한 화면 연출은 기가 막힐 정도로 대단하며, 앞서 말했던 다분히 과장된 캐릭터의 모션은 그런 이벤트 씬에선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딱 들어맞아 오히려 당연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힘이다. 그가 게임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게임은 그만의 코드와 연출로 넘쳐나게 됐으며, 그것을 통해 플레이어는 절대적인 폭력이 주는 묘한 매력과 함께 커다란 공포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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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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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기 이를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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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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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공포의 요소
하지만 클락 타워 3는 결정적으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호러 게임이라고 하기엔 별로 무섭지가 않다. 클락 타워 3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공포의 최대 요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에게 쫓겨 다닌단 것이지만, 실상 게임 내에선 이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추적자들이 하나같이 허약하기 이를데 없어 걔네들에게 쫓겨다닌단 것이 그다지 공포스럽게 느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추적자들은 모두 알리사보다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중간에 어리 버리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따라 잡힐 일이 없고, 설령 따라 잡혀 공격당한다 하더라도 게임의 설정상 패닉 상태가 아니고서는 죽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자리 털고 일어나 다시 도망가면 그만이다. 이런데 무서울리가 있나. 느려 터져서 제대로 쫓아오지도 못 하는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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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4살짜리 연약한 여자애 하나도 한 방에 못 죽이는 놈들이 무서울리가 있냔 말이다. 더더군다나 얘네들 한술 더 떠서 약한 모습을 너무 자주 보인다. 고작 성수 한 방 맞았다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도 모자라 회피 포인트에선 알리사의 공격에 덩치 커다란 놈들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물론 추적자들은 그런 공격을 당해도 죽지는 않기 때문에 곧 다시 등장하긴 하지만, 나한테 까불다가 신나게 얻어 맞고 한번 도망갔던 놈이 나중에 다시 찾아오면 그 놈이 제 아무리 흉악하게 생겼다 한들 무섭게 느껴질까? 막말로 얘네들 졸졸 따라오는 거 그때쯤 되면 긴장감과 공포는 고사하고 그냥 귀찮게만 느껴질 뿐이다. 물론 게임 시작 처음부터 이렇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다. 조그만 여자 아이의 머리를 거리낌 없이 후려치던 추적자는 분명 한없이 두려운 존재였었고, 그런 추적자가 뒤쫓아 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긴장되고 무서웠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추적자는 사실 별 것 아니란 걸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다 한 스테이지가 끝나갈 때쯤에는 활 들고 당당히 추적자와 맞짱까지 뜨게 되기 때문에 게임을 해나가면 해나갈수록 그 추적자들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게임 후반부에 이르러 퍼런 얼굴의 방정맞은 가위 남매가 추적자로 등장하게 되면 급기야, '사실 저는 호러 게임이 아니었어요!!' 라고 자백이라도 하듯이 게임의 분위기는 더 이상 호러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코믹하고 가벼워진다. 이런데 무서울 수가 있냐고, 이런데도 클락 타워 3를 호러 게임으로 봐줘야만 하는거냐고!! 할 얘기는 더 있다. 시나리오마저도 공포감을 사라지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클락 타워 3는 호러 게임주제에 감동을 주는 이벤트가 포함되어 있다. 추적자에게 머리를 맞고 죽은 조그만 여자아이와 그 아버지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감동스러운 이벤트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감동과 호러 게임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래야 어울릴 수 없는 사이란 걸 알아야 한다. 꼭 감동스럽게 하고 싶었다면 그건 엔딩에서나 했어야 할 일이다. 게임 중간에는 감동스럽게 해봤자 게임 분위기 가라앉히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또 대체 왜 있는건지가 의심스러운 길가의 유령들 얘기도 해야겠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길가에서 유령들과 여러번 마주치게 되는데 솔직히 얘네들 눈꼽만큼도 안 무섭다. 자꾸 등장해서는 '우어~' 하면서 따라다녀 귀찮게만 느껴질 뿐이다. 얘네들을 공포의 요소로써 넣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성불시켜주면 아이템을 주니 차라리 아이템 자판기 대용으로 넣었다고 하는 것이 납득이 갈 것 같다. 어쨌든 이 이상 길어지게 되면 처치 곤란한 상황까지 가게 되니 정리하자면, 클락 타워 3는 결론적으로 앞서 말한 문제점들로 인해 초반부에만 공포감이 국한되어 있는 어설픈 호러 게임에 불과하며,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호러 액션보다는 액션 어드벤처 쪽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게임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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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졸 따라다니는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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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앞에선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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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상태가 제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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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와의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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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이 가위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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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자판기 = 유령

막나가는 한글화
아우토 모델리스타 리뷰에서 코코캡콤이 믿을 만한 유통사가 됐다고 했던 거 취소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무턱대고 해버렸는지 원. 클락 타워 3 한글화 수준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소 문맥이 껄끄러운 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별로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렇게까지 분개하는 까닭은 감히 한글화를 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 3 브랜치에서 등장하는 도끼 사나이를 쓰러뜨리는 장면에서의 도끼 사나이와 알리사간의 대사가 번역되어 있지 않다. 영어로 된 음성만 나올 뿐 자막은 뜨지 않는다. 별로 중요한 대사도 아닌데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뻔한 대사 - "으악 내가 당하다니!!" : "죽어라!!" 이런 식의 - 가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서도 이건 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로 용서를 해줄 수가 없다. 한글화를 할 거면 다 할 것이지 왜 찝찝하게 한 군데 빼먹고 번역을 하냔 말이다. 자막이 뜨지 않았을 때의 황당함을 생각하면 좀 더 구박해주고 싶지만, 그 부분만 빼면 별 다른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꾹 참는다. 하지만 코코캡콤 어디 한 번 다음 게임 두고보자고...

괜찮은 게임
장르를 액션 어드벤처로 본다면 클락 타워 3는 충분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좀 진행이 단순한 편이긴 하지만 어드벤처로써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편이고, 추적자들과 맞짱을 뜨게 되는 보스전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하지만 호러로 본다면 클락 타워 3는 한없이 조악한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어설픈 공포의 요소들로 인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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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말 강아지 코딱지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클락 타워 3를 하면서 무서움을 느낀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액션 어드벤처에 그냥 약간 호러틱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봐야만 클락 타워 3를 그나마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실체가 없는 귀신류에는 약하지만, 실체가 있는 괴물류에는 강하다. 제 아무리 덩치 크고 무섭게 생겼어도 좀비나 에일리언, 악마 같은 괴물류는 그냥 때려 잡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필자의 개인적인 성향 탓에 가뜩이나 안 무서운 게임, 더 안 무섭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필자와 전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클락 타워 3 호러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봐라. 누가 또 아나 무섭게 느껴질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으니 나중에 가서 돈 물어내라고 하기 없기다. 어쨌든 클락 타워 3는 액션 어드벤처로써는 괜찮은 게임, 호러로써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게임이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니 이제 판단은 각자 알아서들 하도록 하자. 하지만 솔직히 클락 타워 3를 호러 게임으로 인식하고서는 이거 사서 여름 좀 시원하게 나보자는 사람이 있다면, 본 필자 이 한 몸 다 받쳐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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