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축구 모바일 게임제작, 불가능은 없다'

모바일 게임에서 가정용 게임기 같은 축구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까. 월드컵 시즌을 맞아 많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이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모바일이란 극한 환경에 의해 제작의 길은 요원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 컴투스에서 몇 번의 실패를 거쳐 11명 끼리의 대전이 가능한 정통 축구 모바일게임을 개발해냈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던 축구 모바일 게임 제작, 게임동아에서는 컴투스 개발자들을 만나 총 3부에 걸쳐 '컴투스사커2006' 개발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1)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컴투스사커2006', 이 축구 게임 개발에 투입된 시점은 첫 기획 회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05년 4월 26일이다. 들어가보니 이미 프로그래머는 나보다 먼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이것저것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있었다.


컴투스사커2006 스크린샷. 넘어진 선수의 모습


2006년 월드컵에 맞추어 거기에 대응하는 모바일 축구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팀의 목적이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나왔던 여러가지 축구 게임들의 경우를 봤을 때, 월드컵 시즌이라고 축구관련 게임이 무조건 잘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나온 축구 게임 중에서 빅히트라고 할 만한 게임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지 팀 내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축구 게임에 대한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고 믿었다. 다만 그 수요를 충족시켜 줄 만큼 잘 만든 게임이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과거엔 주요 휴대전화의 사양이 낮아 괜찮은 축구 게임을 개발하기 힘들었지만, 2006년은 고성능 휴대폰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좀 더 보여줄 게 많은 축구 게임 제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스스로도 축구 게임 매니아 인지라, 본인이 만족할 만한 제대로 된 축구 게임을 만들어 보고싶은 욕심도 컸다.

지금 '컴투스사커2006'의 모습은 대부분 첫 회의날에 기획 되었다. 게임의 전체구조와 달성해야 할 개발목표 등이 정해졌고, 이후 8개월 정도 기간 동안 그대로 진행되었다. 달리 말하면 계획대로 게임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날 나왔던 이슈들은 아래와 같다.

■ 지금 시점에서 모바일의 '위닝11'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축구 같은 게임으로 만들어 보자

- 조작감이 재밌는 게임.

- 육성/매니지먼트 개념 도입

- 게임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리그 혹은 그와 비슷한 모드 추가.

- 게임의 팀들은 기본적으로 각국 국가대표로 구성

- 국가 선정시 월드컵 특수 고려 등

2) 중단된 유럽축구프로젝트의 부활

실은 '컴투스사커2006'은 원작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컴투스에서는 2003년 유럽출시를 목표로 개발하던 축구 게임이 있었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개발이 도중 중단되긴 했지만, 당시로서 매우 훌륭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던 게임이었다. 필자는 그때 테스터로 참여했었다. 게임은 매우 훌륭했지만, 조작부분과 판정부분에 개선점이 있다고 생각해 조작의 간편화/자동화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냈었다.


2003년 개발중이던 축구프로젝트 스크린샷


■ 모바일의 특성상 키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수비를 자동화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특정 버튼만 누르고 있어도 수비할 수 있도록 하자

■ 센터링은 엔드라인 근처에서 롱패스키를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갈 수 있게 하자

■ 센터링 후 공격수의 헤딩슛 성공률을 크게 높이자.

■ 수비수와 위치 경합하는 것에 능력치에 따라 확률을 주고 슛 성공률을 조절하여, [능력치에 따른 확률에 의한 게임성]을 유도하자

등… 한마디로, '위닝처럼 만들어주세요~' 였다. 테스트 후기의 말미에, '이번 버전에 안되면 다음 버전에라도 만들어 주세요' 라고 썼었는데, 그 [다음 버전]이라는걸 2년 뒤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몇몇 축구 게임들이 나왔지만, 그때 그 유럽 축구 만한 게임이 없어 더욱 안타까웠다.

그런데 막상 '컴투스사커2006' 제작에 들어가보니, 당시 '이렇게 하면 더 재밌으니까 이렇게 해주세요. 구현도 쉬울 거 같은데 왜 안해요?'라는 식으로 의견을 내었었는데, 그 '쉬울 거 같은 기능'들이 실은 2개월 작업분 이었다. 그래도 2년 전 유럽축구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기획적 요소들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꼭 구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진행했다.

3) 기획의 주안점

기획부분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요소는 '조작의 간편화'와 '동작의 자동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휴대전화들은 키를 동시에 두 개 이상 누를 수 없고, 작은 키들이 빼곡하게 들어 그립감과 조작감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모바일 기기에서 다양한 동작들을 간단한 조작으로서 표현해야 하는 축구 게임은 어울리지 않는 장르일지도 모른다. 모바일 환경에서 축구게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상황들에 플레이어가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진 조작계가 필요했다.

처음엔 특정 명령을 내리면, 능력치와 상황에 따라 자동화된 적절한 패스가 나가는 그런 조작계를 생각했다. 캐릭터 행동의 상당부분을 적은 조작으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상황과 타이밍에 따라 자동화된 동작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작을 너무 자동화하면 플레이어가 상황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릴 수 있어 보류 되었다. 예를 들면, 버튼 하나로 패스와 슛이 상황에 따라 나가게 구성하는 것 등인데, 축구게임의 재미요소인 자유도를 거스르게 된다.


모든 키는 재설정이 가능하다


대신 팀에서 [손의 분리]라고 명명한, 선수의 이동과 동작을 나누어 각각의 손으로 조작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봤다. 조작을 양손으로 하도록 하고, 각각의 손으로 누르는 키의 배치를 기능과 위치에 따라 분리해 외우기 쉽고 빠르게 게임에 녹아들 수 있도록 연구했다. 왼손은 이동, 오른손은 킥 등으로, 양 손에 각각 범주화된 기능을 부여하여 묶어 외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게이머는 좀 더 쉽게 조작을 익히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특히, 플레이 시 손을 보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손에 4개 이상의 버튼을 할당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렇다면 8방향 이동을 4개의 키에 대응해야 하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타임패트롤 등에서 쓰인 방식을 사용해서 해결했다. 현재 방향과 다른 키를 입력했을 때, 해당방향으로 45도씩 움직임을 트는 방식이다.

이 방식도 완벽한 건 아니라 문제가 하나 있는데, 기존 모바일 게임 조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방식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손의 분리]과 [전통적 조작]의 두 가지 조작모드를 모두 제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조작모드도 다 맞지 않는 게이머를 위해 키의 배치를 자유로이 바꿀 수도 있게 했다.

기획자로서 정말 많은 정성을 기울인 게임이지만, '컴투스사커2006'이 현재 나올 수 있는 최고의 모바일 축구 게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즐기고 개선점이나 살려야 할 점을 찾아 내게 되었으면 좋겠다. 벌써 차기작을 거론하긴 이르지만 언젠가 제작할 다음번 축구 게임을 위해 지금의 아쉬운 점을 정리하면서 이 모든 욕심들을 담을 만큼 휴대전화 환경이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기사 제공 : 박석윤 (현재 컴투스 게임연구팀 소속 기획업무담당), 모바일 게임 기획자로 컴투스의 인기 모바일 스포츠 게임 '컴투스 프로야구', '2006홈런왕', '컴투스사커2006' 등을 기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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