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와 3D의 대결

폭소의 바람이 시작된다.
사실 일본에서 발매된 뒤에 우리나라에 정식발매 된 「반숙영웅 VS 3D」는 스퀘어에닉스의 작품답지 않은 꽤나 마이너한 게임이다.(흔히 말하는 B급 게임)FC(패미콤)와 SFC(슈퍼패미콤)으로 발매되었던 전작을 연결하는 시리즈로 PS2로 발매되었는데 일본에서도 약 17만 장밖에(?) 팔리지 않는 작품인 것이다. 이 수치는 그동안 냈다하면 100만 장은 가볍게 웃돌았던 스퀘어에닉스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우리나라에 정식발매 된 이후로 각종 이벤트와 「반숙영웅 VS 3D」만의 독특한 재미가 알려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과연 어떤 점이 「반숙영웅 VS 3D」의 폭소 바람을 일으키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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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온달의 러브 스토리
알마문 왕국의 왕자로 오늘도 한심한 짓을 하고 있는 반숙영웅. 덕분에 대신 세바스찬은 매일 같이 애가 탄다. 어느 날 반숙영웅에게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되고 난데없이 알마문 왕국 일행은 3D 세계로 날아가게 된다. 그리고 의문의 소녀 '저에요♡'를 만나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3D 군단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는 반숙영웅의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조금 플레이 해보면 알겠지만 주인공은 전형적인 '바보'이며 저에요♡의 경우에는 설명이 조금 곤란하지만 보는 순간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저에요♡의 목소리를 듣고 3D 월드로 오는 바람에 저에요♡는 자신과 반숙영웅이 운명으로 맺어진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 말만 보고 혹시 '뭐야, 사실 이 게임 소프트한 러브 스토리의 게임이었나?!' 하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사랑이 가득 넘치는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애인의 손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바보 온달의 비참한(…) 생존 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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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타임 전략시뮬레이션?
「반숙영웅 VS 3D」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리얼 타임으로 이루어지는 전투이다. 플레이어는 각 월마다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려 적들의 성을 점령해야 한다. 이 때 시간은 플레이어가 어떤 조작을 하고 있든 간에 자동으로 흐르게 되며 한 달을 마치게 되면 성의 구축이나 병사 보충, 장군 고용 등을 할 수가 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처럼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적들의 성에 대한 정보 수집과 이쪽의 빠른 대응은 필수이다. 아군 장군들의 진형, 능력치 등을 고려해서 알맞은 성에 출진, 효과적으로 적들의 성을 점령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성을 점령하면 보스전이 이뤄지는데 이것은 주로 달걀을 위시로 한 전투가 벌어진다. 가위, 바위, 보로 이루어진 진형이라던가 버튼 연타로 공격력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각 외로 전략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장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물론 게임 난이도가 아주 어려운 건 아니기 때문에 극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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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에서 소환수로...
스퀘어의 처녀작인 「반숙영웅」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에그몬스터는 이후 FF(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소환수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다.(지금은 합병을 하는 바람에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하에 나왔지만 엄연히 스퀘어 7 개발실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인정하고 싶다.)선대로부터 내려온 신비한 힘을 가진 달걀을 사용하면 그 속에서 다양한 에그몬스터가 나와 반숙영웅을 도와준다는 설정. 승리를 위해서는 전작부터 가장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번에는 그 체계가 확실하게 바뀌었다. 거의 무작위로 에그몬스터가 나왔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작품에서는 반숙레벨에 따라 나오는 몬스터가 결정되며 달걀에도 종류가 있어서 종류별로 다양한 에그몬스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한글판에서만 볼 수 있는 국산 캐릭터들도 추가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추가된 한국산(?) 에그몬스터들은 모두 강력하다. 또한, 반숙 레벨이 오를 때 등장하는 '양배추와 낙지'도 우리에게 친근감을 더해준다. 앞으로도 제작사에서 이런 작은 배려를 해준다면 국내에서의 인지도를 얻는데 한몫을 할 것이다. 에그몬스터는 초반에 허약한 녀석들밖에 나오지 않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하고 쓸만한 녀석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모든 에그몬스터들이 각자 탄생의 비화(?)를 가지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대부분 일본식 말장난이나 패러디를 이용한 것이 많다.)'이번에는 어떤 녀석이 나올까!'라는 궁금증이 주는 재미가 매우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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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도 아닌 반숙에 숨겨진 비밀
「반숙영웅 VS 3D」에는 다른 게임과 달리 숨겨진 잔재미가 많다. 여기서는 그 요소들을 하나 둘씩 집어보자.

1. 독특한 메뉴
물론 타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메뉴지만 주로 커맨드 형식으로 정렬되어 있는 일반 게임과 달리 그림판 형식으로 되어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크기도 제각각이고 삐뚤빼뚤하지만 커서를 올려놓으면 보여주는 다양한 모션도 귀엽고 동화틱하게 구성된 그림도 귀엽다. 참고로 옵션에 들어갈 때 나오는 재채기 소리는 일본에서 재채기 소리를 옵션과 비슷한 발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에이치랑 옵션이랑 어디가 같은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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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막극 형식
각 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 막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전작부터 내려온 「반숙영웅」시리즈만의 독특한 특징인데 사실 이것의 정확한 의도는 필자도 알지 못한다. 다만 이렇게 함으로서 제 3자의 입장에서 관람을 하는 느낌을 플레이어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그야말로 하나의 개그 단막극을 관람하는 느낌이 들도록)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통극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는데(가부키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아마도 특정 연출을 위해서 이런 형식을 삽입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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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철권은 도대체 누구인가?
「반숙영웅 VS 3D」가 파이널판타지인 줄 알고 출연했다는 철권 대공. 그는 일본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개그맨이다. 개그맨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만담가...에 더 가까운데 독특한 복장이나 나름대로의 세계관(?)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쓴 책도 발간되어 몇 십만 부나 팔릴 정도이다.(주로 자신이 구상한 괴상한 생각들이나 인기 만화의 패러디가 대부분이다. 공감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예를 들어 게임 도중에 나오는 즉사 공격(사람이 목을 메고 있는 장면)은 실제로 그의 책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철권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4.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들
사실 일본판에서는 필자도 전혀 알아보지 못할 많은 광고가 들어가 있었는데(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본의 옛날 과자 광고부터 별게 다 들어있었다.)이번에는 상당 수가 삭제되고 몇 개의 광고만 볼 수 있다. 모모리스를 잡는 광고라던가 장군 모집 광고는 상당히 재미있다. 완벽한 한글화로 언어의 장벽을 부숴준 제작사에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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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걀 회복과 부활
램프킨을 이용한 달걀 회복은 전작부터 내려온 행사이다. 달걀은 전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로 회복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깨진 달걀을 부활 시킬 수가 있는데 저에요♡의 막강한 퍼포먼스(!)를 보고 나면 부활하게 된다. 컬쳐 쇼크를 위해서 한 번쯤은 꼭 봐두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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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세계여 반숙이 되어라
「반숙영웅 VS 3D」는 FF나 DQ(드래곤 퀘스트) 같은 메이져한 작품은 아니다. 게다가 약간은 추잡스럽고 저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웃음을 줌과 동시에 전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전형적인 대작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발칙한(?) 게임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만큼 유저들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게임을 즐기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히트칠 수 있는 소프트도 좋지만, 조금은 삐뚤어진 시선으로 만들어져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소프트가 많이 발매되었으며 한다. 물론 이런 소프트들을 구입해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게이머들의 몫일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스퀘어 7 개발실이 과연 「반숙영웅 VS 온라인」을 발매할지를 기대해보면서 이만 리뷰를 마치겠다. 아, 상당히 난해할 것이라 여겼던 이 게임의 한글화를 이처럼 멋들어지게 소화해준 시사 YBM 측의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김국환씨의 주제가에도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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