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도에스파다 vs 제라, 첫 성적표 공개

대작 게임들이 대거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하는 2월,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김학규PD가 제작한 '그라나도 에스파다'(www.granadoespada.com)와 넥슨의 야심작 '제라'(www.zera.com)가 첫 포문을 열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예정일보다 조금 늦어진 14일에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으며, '제라'는 15일부터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두 게임 모두 수 년간의 제작 기간과 대규모 제작비가 동원된 블록버스터인만큼, 게이머들의 기대치가 대단한 상황. 이제 막 오픈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지 일주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두 게임의 게임성과 게이머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게임동아에서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제라'에 대해 진단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과연 김학규 사단, 하지만 서버 문제로 주춤

2005년 클로즈 베타 서비스 때부터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아온 온라인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 김학규라는 걸출한 제작자의 명성만이 아니라, 중세 시대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배경과 MCC를 이용한 새로운 캐릭터 조작 시스템, 가문과 당이라는 새로운 커뮤니티 형식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다.

오픈 베타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누구나 즐길 수 있었으며, 튜토리얼 형식으로 기본부터 차근차근히 즐길 수 있어 장점으로 부각됐다. 튜토리얼에 따라 점차 MCC를 강화, 1인 파티에서 최대 3인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의 손쉽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또 게이머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각 레벨별로 알맞는 콘텐츠들이 배치되어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자신의 가문을 성장 시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 화려하게 꾸밀 수 있는 멋진 캐릭터와 클래식풍의 음악이 게이머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가장 큰 특징인 MCC 시스템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3인이 한 파티를 이루어 사냥한다는 개념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달리 별도의 파티 플레이 없이 게이머 혼자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AI를 이용한 자동 사냥과 게이머간의 커뮤니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몬스터의 재배치와 AI의 재조정으로 자동 사냥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파티 플레이 없이 단독으로 즐기는 게임이 되어 게이머간 커뮤니티가 너무 서먹하다는 지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서버 문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심각한 서버 문제로 인해 오픈 베타 서비스를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첫 날부터 심각한 서버 문제로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길 수 없을 정도였다. 급기야 불만이 쌓인 게이머들이 공식 홈페이지에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아침 10시부터 게임방에 와서 저녁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첫 오픈 서비스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린 게이머가 있을 정도다.

현재 서버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되어 원활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여전히 심한 랙이나 튕김 현상을 동반하고 있어 앞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다만, IMC게임즈는 지속적인 서버 점검과 업데이트 현황을 수시로 공지사항으로 알리며 빠른 대처를 보였고, 김학규PD는 직접 글을 올리며 현 서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게이머들을 달래기도 했다.


넥슨의 대작 '제라'-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

넥슨은 그동안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정통 MMORPG보다는 캐주얼 게임 위주로 좋은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에, 이번 '제라'를 통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시장도 평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발표된 대작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제라'는 넥슨 측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동시접속자 4만명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제라'의 가장 큰 특징은 워리어, 마법사, 서모너, 레인저 등 4개의 클래스와 다양한 무기 조합에 따른 다양한 공격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룬('제라' 내의 스킬)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뒤지지 않은 화려한 캐릭터들의 외모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 '제라'의 가장 큰 특징인 데미플레인 시스템이 인기를 끌었다. 인스턴트 던전 형식을 갖추고 있는 데미플레인은 일반 퀘스트에 비해 몇 배가 되는 경험치가 보상으로 주어지며, 무기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보석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어 게이머들부터 인기가 높았다. 또 솔로 플레잉보다는 게이머들이 힘을 합쳐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 플레이가 형성, 활발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제라' 역시 서버 문제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비스 첫 날인 15일부터 19일까지 많은 게이머들이 몰렸지만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심각한 랙 현상이 일어났다. 덕분에 대부분 게이머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 했으며, 10개였던 서버가 20개까지 증설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또 잦은 패치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루에 4~5번 정도의 지속적인 패치가 이루어지고 있어 게임 초반부터 자잘한 변경 사항이 많아 게이머들이 게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것. 더불어 인스턴트 던전에 해당하는 데미플레인에 많은 게이머들이 몰려들어 랙이 유발되고 있으며, 아직 미구현 된 부분도 많아 앞으로 지속적인 패치와 밸런스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 일단 게임성은 합격, 서버 문제로 게이머들 피해 보는 일 없어야

오랜 제작 기간과 대규모 예산 투입으로 인해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제라'의 기본적인 게임성에 대해서는 많은 게이머들이 일단 합격점을 내렸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경우 중세풍의 세계관과 MMC 시스템을, '제라'는 세련된 캐릭터와 다양한 캐릭터 육성 스타일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스템과 '라그나로크' 시절부터 다져진 김학규 대표의 열성 팬들의 활동으로 인해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좀 더 앞선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제라'도 3일만에 4만명을 돌파하는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 부분 유료화라는 승부 수가 남아있어 승부의 행방을 모르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심각한 서버 문제와 랙 현상으로 게이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늘상 오픈 베타 서비스 게임 대부분이 서비스 초반에 서버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도, 스트레스 테스트나 충분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개발사의 심각한 잘못으로 보인다. 서비스 업체는 많은 게이머들이 몰린 것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지만, 많은 기대를 건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들은 제대로 된 게임은 커녕 짜증만 나는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 게임의 성공이 게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게이머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