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 마케팅, '이렇게 진화했다'

게임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게임을 잘만드는 것 만큼이나 게임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요즘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 온라인 게임의 경우 40억원에서 60억원 정도가 마케팅 비용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일 정도.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회사들이 게이머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제작 발표회나 랜파티, 음료수-삼각김밥 등 비슷한 타켓을 가지고 있는 업종과의 공동 마케팅 등 상식적이고 평범한 마케팅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우리나라보다 게임 선진국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일본에서 어떤 마케팅이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았다.

자동차 업계를 움직인 '그란투리스모'와 '트리스트 트로피'의 폴리포니

전세계 레이싱 게이머들에게 '게임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레이싱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는 전문 개발사 폴리포니. 이 폴리포니에서는 자사의 레이싱 게임인 '그란투리스모4'와 '트리스트 트로피'를 위해 게임에 등장하는 차들의 실제 제작사를 모두 한자리에 모으는 대규모 이벤트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폴리포니가 기획한 이 이벤트의 핵심은 실제 차량을 제작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임직원들이 직접 나와 게임 대결을 펼치는 것. 실제로 '그란투리스모4' 이벤트의 경우 스즈키, 다이무라 크라이시스, 마츠다, 다이하츠 공업, 닛산 자동차, 폭스바겐 그룹 재팬, 도요타, 포드 재팬, 후지 중공업 등 총 9개 기업의 임원들이 출전했으며 '트리스트 트로피'에서도 스즈키, 토카티 등 7개 기업 임원이 참가해 열띤 대결을 펼쳤다.

'그란투리스모4'는 이같은 이벤트에 힘입어 누적 판매량 3600만장을 기록하고 있는 시리즈의 최신작다운 엄청난 판매량을 올렸으며 일본 현지 언론들도 실제 차량 메이커들에게도 인정 받을 만큼 현실감 있게 게임을 만들어내고 또 국가 수출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업계까지 움직인 폴리포니의 능력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소니, 동경 전역을 PSP로 도배하다

소니는 일본에서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이하 PSP)'의 출시를 앞두고 동경 이색광고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소니가 펼치는 이색 마케팅은 동경 시내에 PSP를 든 마네킹을 세워놓는 것과 동시에 동경 역에 거대 PSP를 설치해놓는 것. 특히 이 거대 PSP에서는 당시 발매가 예정된 12개의 타이틀의 각종 프로모션 동영상과 각종 광고 등이 상영됐으며, 높은 화질을 통해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발매 10주년' 특별 영상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게임 속 물약이 현실로,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12'

게이머라면 게임 속 캐릭터들이 적들의 거센 공격에 죽을 뻔하다가도 포션 한 병만 먹으면 팔팔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한번쯤 부러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옮겨 자사의 대표 타이틀인 '파이널 판타지'에 나오는 체력 포션을 실제 음료로 개발했다.

'FF XII 포션'이라고 명명된 이 음료는 게임 내에서 등장한 포션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히솝과 메릿사, 만넨로라는 허브를 배합한 상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스퀘어 에닉스는 2005년 말 이 상품을 발표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파이널 판타지12'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으며 또 '파이널 판타지12'가 발매됐을 때 이 포션을 같이 전시해 게임 못지 않은 엄청난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다.


뒷 세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마케팅, 세가의 '용과 같이'


세가는 PS2용 게임 타이틀 '용과 같이'를 발매하면서 기존의 게임 관례에 완전히 벗어난 마케팅으로 이슈를 모았다. 게임 전문지가 아니라 '스브라' 등의 그라비아 잡지와 제휴를 행했고, '와타리 테츠야'나 '후지하라 요시아키' 등의 연예인을 성우로 하는 등 철저하게 게임과 연계되지 않은 마케팅을 행한 것. 또한 게임 자체가 '뒷세계'의 모습을 담은 만큼 그런 장면을 실사 무비로 만들어 배포 및 판매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용과 같이'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하도록 '리얼한 뒷 세계'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철저히 게임 쪽과 단절되고 실제 뒷 세계를 타켓으로 한 세가의 마케팅 정책은 오히려 그 여파로 게임의 히트에 큰 도움을 준 예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게임 마케팅, 게임을 뛰어넘어 일상으로 침투

이렇듯 일본의 게임 마케팅을 보면 기존의 게이머 위주의 마케팅 방식은 물론이며, 이제는 게이머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 일상 부분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기존에는 게이머가 영위하고, 게이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광고를 노출시키거나 임팩트를 줘왔던 반면, 이제는 게이머들이 별로 활동하지 않지만 게임의 '세계관'에 부합되는 실제 분야를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게임'이 있다'고 강조하는 식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 잔류하고 있는 게이머만의 시장이 한계에 부딪혔으며, 게임社들이 게이머 밖의 부분으로까지 마케팅 영역을 확대해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의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로 일본의 게임 마케터 중 한 사람은 "이러한 일본 마케팅 전환의 시도는 '어느 분야에 있는 사람이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며,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들 조차도 새로운 계기로 게임을 접했을 때 열혈 게이머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의 경우도 온라인 게임의 발전으로 일본 못지않게 게임이 일상에 침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의 마케팅이 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