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 과연 순항중인 것인가?

2006년 상반기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이 돌연 올해 11월 상순으로 발매가 연기되자 이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연기의 이유에 대해서 SCE는 '불법복제 방지기술의 규격 결정에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메인 CPU 칩의 발열량이 엄청나고, 소비전력이 적어도 500와트 이상 되기 때문에 냉각 쪽에서 애를 먹기 때문이라는 식의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루머까지도 돌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차세대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SCE측에서 개발사에게 '개발킷' 이라고 불리는 툴을 필연적으로 먼저 배포해야 하건만 이것이 현재(2006년 4월)에도 아직 개발사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구체적인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하니, 과연 11월에 PS3가 발매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SCE는 특별한 논평을 내고 있지는 않으므로, 일단 PS3가 정말로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결국 추측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PS3의 발매가 늦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이미 발매중인 Xbox360에 대한 억지효과를 노리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추측 또한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일본 게이머들, 그리고 국내 게이머들 같은 경우 '플레이스테이션 신앙(信仰)' 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즈음에 PS3가 나온다' 라고 한다면 그때까지 360을 구입하지 않고 기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이하 NDS)'의 지난해 연말 상전에서의 절대적인 호조 또한 PS3의 전선에 빨간불을 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연말에만 밀리언 타이틀을 3개나 달성한 NDS는 지난 3월에 NDS라이트(2006년 3월 2일 발매, 이하 NDSL)라는 신기종을 발매해 연말의 기세를 연초로 그대로 이어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신 모델은 일본에서는 거의 없어서 못 파는 수준으로 웃돈을 얹어 3만 엔 이라는 가격에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일본게임 업계 내에서는 '언제 발매될지 모르는 차세대기(PS3) 보다는 현재 잘나가는 NDS의 소프트를 개발하고 싶다' 라는 회사들이, 닌텐도 본사가 있는 교토를 줄이어서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닌텐도와 냉전 관계였던 스퀘어에닉스가 왜 GBA와 NDS용으로 파판과 성검전설 등의 타이틀을 줄줄이 냈는지 생각해보자).

전술한대로 현재 제작사들은 원래라면 11월 PS3의 본체 발매에 맞추어서 새로운 신작 개발에 착수해도 모자랄 시점이지만, 툴은 도착할 기미도 없어 결국 개점 휴업상태이다. 한 유력 소프트 메이커 간부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이라면 지금은, 차세대기의 소프트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이지만, 하드웨어 발매시기 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에 비해 NDS는 이미 전 세계에 1300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린만큼, 소프트 메이커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매력적인 존재다' 라고 현재 PS3 소프트 개발이 전혀 라고 할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물론, 제작들이 PS3 보다 NDS에 끌리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즉, 이런 절대호조 상태의 NDS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PS3의 발매를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NDS쪽으로 제작사들이 선로를 틀어 버리는 것도 현재의 불안한 상황에 대하여 소니를 믿기보다는 현실적인 살길을 소프트 메이커들이 찾아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만일 11월 발매조차 지켜지지 못한다면 후반기 게임시장의 상황은 절대적으로 소니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PS3가 어째서 이런 골치 아픈 상황이 되었을까? 이런저런 업계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취합해 보자면 한마디로 말해 '하드웨어 설계미스' 라는 가능성이 큰 걸로 나타났다. '사양이 낮단 말이냐?' '성능이 부족하단 말이냐?'라고 물으시는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틀렸다, 그 반대다!' 라고 말해주겠다.

슈퍼 컴퓨터에라도 돈 아까워서 못쓸 듯 한 초 고성능 칩으로 도배를 하고, 네트워크 기능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굉장한 기술' (SCE에서 대부분 공개를 안했으니..)로 제작이 된데다, 블루레이 디스크라는 미검증 기술까지 사용한 PS3는 기술적으로 지나치게 고성능의 하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솔직히 게임에 이정도의 기술까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의 고사양, 그에 따른 엄청나게 복잡한 고도의 설계로 만들어진 이 값비싼 하드가, 과연 세간에 PS2마냥 마구 찍혀 나올 정도로 양산화 체제를 갖추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거기에 대응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제작사들은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을 타이틀 개발에 투자해야 할까?

결국 PS3는 게임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굉장한 물건이라, 외려 제작사도 서드파티도 곤혹스러울 정도의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렸다. PS2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성능의 기기였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오버스펙은 아니었다.

같은 등급의 차세대기인 Xbox360은 이와는 정반대로 현용 기술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스펙을 가지고 있고, 닌텐도의 레볼루션은 아예 고성능화와는 거리가 먼 하드웨어로 게임 중심의 게임기다. 전용 타이틀 제작도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며, 제작비도 PS2 타이틀과 비슷한 수준이라 참가 하려고만 든다면 충분히 게임을 낼 수 있다.

그에 비해 PS3는 가격 면에서도 성능 면에서도, 그리고 지원 게임을 제작하는데 에서도 이래저래 너무 SCE와 제작사에 걸리는 부담이 너무 크다.

일설로는 테스트시 발열 때문에 기판이 휘었다는 루머도 있을 정도니, '내가 대체 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라고 고뇌하는 노 과학자같이 PS3개발자들은 정말 이걸 게임기로 내도되는지 안 되는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SCE가 알아서 해결들을 하고 양산체제에 돌입하게 될 것 같지만, 하지만 이 업계에서 시간이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법, 현재 일본등지에서 기록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는 Xbox360이 연말까지 무력하게 있을 리도 없고, 닌텐도 역시 계속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재탈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CE에게 필요한건 당장 나가서 맞서 싸워줄 수 있는 장수지만 지금의 모양새는 문밖에 여포와 화웅이 와 있는데 정작 상대 할만 장수는 몸져누워있는 상황이라고 할까, 그걸 지켜보고 있는 성주(SCE)야 오죽 속이 탈까 만은, 체면이 있으니 내색도 할 수 없다.

솔직히 다시 닌텐도 독재 시대로 돌아가는 건 필자로서도 피하고 싶은 일중 하나다. 현재의 닌텐도가 천사표가 되어 회사들에게 잘 대해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을 다시 석권하게 되면 과거의 태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PS3는 반드시 나와 줘야 하지만…. SCE는 여전히 고자세로 일관하면서 관련 정보를 거의 노출 시키지 않고 있다. 그것이 공수표인지 실제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올 연말 상전이 PS3의 출시로 인한 SCE의 시장지배력 재 강화라는 형식으로 소니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게임동아 객원기자 = 김효식(kdash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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