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임은 문화의 선봉장이다

최근 게임 시장에는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게임을 따라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대박 영화가 터지면 그와 유사한 아류작들이 속출한다. 게임 시장도 그 법칙에서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냐면 그만큼 선두주자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아류작들이 속출하건, 또한 그렇게 해서 금전적인 이득이 돼서 먹고 살던,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작 문제는 모범이 될만한 선두주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과 영화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즐겨 봤던 마징가, 황금박쥐, 사이보그009, 그랜다이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중학교 때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큰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그 알 수 없는 자괴감이란…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난 4살자리 딸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지금도 내 딸아이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만화영화는 모두 일본이나 미국 작품들이다.

잠깐 말을 돌려서 나에겐 중학생인 조카 놈이 하나 있는데 누나가 조카놈이 요새 리니지땜에 공부를 안 한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해 왔다. 너무 걱정 말라고 누나에게 이야기하고 조카에게 슬쩍 물어봤다. "재밌냐? "응. 죽여요! 그래픽도 죽이구…" "근데 무슨 게임이냐?" "리니지라는 건데 삼촌, 이거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나면서 찬찬히 리니지란 게임을 보았다. 리니지는 환타지를 배경으로 한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사실적인 배경과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동작이 놀라웠다. 누나 집을 나온 후 "이거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라고 한 조카의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중학교 때 느꼈던 그 자괴감을 조카놈은 적어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만든 문화상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견스럽고 가슴 벅찬 일인가? 이제 게임은 문화의 선봉장이다. 대한민국은 게임계의 좋은 선두주자를 가졌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젊은 기업 엔씨소프트! 이제 사람들은 엔씨소프트에 이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끊임 없는 도전정신으로 단순한 유희적인 상업적 게임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가 게임을 통해서 세계시장으로 당당히 진출하고 올바른 게임문화를 주도하는 선봉의 기업이되기를… 왜냐하면 그건 문화를 이끄는 선두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병천 감독

경력사항

드라마-백야 3.98(1008년-감독:김종학 주연:최민수,이병헌) 촬영

영화-유령(1999년-주연:최민수,정우성/2000년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

내츄럴시티(2003년-주연:유지태,서린,이재은,정찬)

바이오그래피

95년 신씨네의 단편영화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한 35mm 단편영화 [몽골리안 후드]와 공일오비의 뮤직비디오 [21세기 모노리스]로 신세대적 영상감각을 인정받은 민병천 감독은 14세때부터 8mm비디오로 작업을 했으며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이력을 지녔다. 그보다 한 발 앞서 데뷔한 SFX 영화감독들과 달리 그는 충무로 연출부 수업 대신 음악 정보 프로그램 PD와 CF PD를 거쳐 충무로에 발을 디뎠다. 1998년 그는 한국 최초의 핵잠수함 유령을 만나게 되었고 4년간 7편의 작품을 제작한 우노필름의 경험과 그가 가진 뛰어난 영상감각이 합쳐져 한국영화의 미래를 열었다.

출처 : 엔씨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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