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작 온라인 게임 '숙명의 한판 승부'

2006년 초 게임계는 대작 온라인 게임들에 관심이 쏟아졌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시티 오브 히어로' '제라' 등 대작 온라인 게임들이 발매됐고, 수많은 게이머들이 모이면서 '역시 온라인 게임은 아직까지 다중접속롤플레잉 장르가 대세'라는 인식을 재확인 시켰다.

이렇게 대작 게임들이 모두 공개된 가운데, 5월을 앞두고 NHN 게임즈의 야심작 'R2'와 웹젠의 차기작 'SUN'이 정면 충돌한다. 이 게임들은 앞선 대작들보다 늦은 시기에 발표 됐지만, 대작 온라인 게임의 자존심을 걸고 올여름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R2'는 4월19일부터 5월3일까지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로 게이머들의 평가를 받는 중이며, 'SUN'은 5월8일부터 2차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다.

SUN, 5월 마지막 승부수 띄운다

2005년 제작발표회에서 놀라운 그래픽으로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던 'SUN'. 당시 게임계는 '당분간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SUN'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다.

그 뒤로 'SUN'은 3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뒤에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화려한 그래픽과 영화와 같은 오프닝, 거장 하워드 쇼가 지휘한 웅장한 음악, 특이한 배틀존 시스템을 이용한 게임 진행 방법, 다양한 보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미션 등 여러 가지 재미 요소를 선보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까, 결과적으로 게이머들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테스트 과정이 지날 때마다 점점 나은 게임성을 보여줬지만 게이머들의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결국 4월쯤에 정식 오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월로 2차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와 정식 오픈 베타 서비스가 결정됐으며 그로 인해 일부에서는 '대작 온라인 게임들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냐' '게임을 대폭 수정하느라 출시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웹젠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연기의 이유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만큼의 게임성을 갖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 'SUN'은 몇 번의 조정 끝에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원했던 다양한 필드를 선보이며(기존의 서비스에서는 기본 마을과 배틀존의 이용만이 가능했다.) 다른 게이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 모드와 제한된 시간 내에 가장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타임어택 모드, 상위 게이머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랭킹 시스템 등 다양한 경쟁 요소를 새롭게 도입됐다. 더불어 게이머들이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말과 튜토리얼 기능, 보다 편리하게 구성된 인터페이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웹젠이 게이머들의 항의를 무릎쓰고 2주 연기라는 극약처방까지 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5월에 진행될 2차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줄 게이머들의 반응이 'SUN'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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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 무난한 출발 선보여

3월28일, NHN 게임즈에서 첫 선을 보인 'R2'는 그야말로 깜짝 등장이었다. 그동안 개발한다는 얘기만 있을 뿐, 일체 게임 관련 정보가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게임 발표 이후 곧바로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해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먼저 기본적인 게임성은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의 다중접속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에서 선보였던 시스템들을 대부분 탑재하고 있고,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에 밀리지 않는 그래픽과 묵직한 타격감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평.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인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기본적인 게임성과 안정적인 서버 운영이 돋보였다.

더불어 온라인 게임에서는 상당히 드문 시스템인 만복도 시스템(최근 게임에서는 '마비노기'에서 채용한 바 있다.)이 눈에 띠었다. 만복도 시스템이란 말그대로 캐릭터의 배고픔 정도를 알려주는 수치. 캐릭터가 다양한 행동을 수행하면 조금씩 줄어들며 배고픈 상태가 되면 캐릭터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배부른 상태라면 공격력이 증가하는 등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복도는 일반 회복 아이템이 아니라 음식 아이템으로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이제 체력과 마력만이 아니라 만복도라는 새로운 요소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자칫 잘못하면 던전 내에서 체력이 가득차 있어도 배가 고파서 싸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R2'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성전을 4월24일 처음으로 선보였다. 보통 1차 테스트에서는 기본적인 게임성을 테스트하는게 보통인데, 게임의 핵심이 되는 공성전을 먼저 공개했으니 'R2'의 공성전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정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 공성전은 현재 구현된 푸리에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푸리에성과 여러 스팟(게임 내 지역 단위)을 두고 수많은 길드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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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R2'의 참맛인 공성전을 즐기기에는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다 보니 당연히 랙이 유발되었고 제대로 공성을 즐길 수 있는 게이머들은 많지 않았다. 더불어 공성 시간에는 몬스터 리젠율이 평소의 1/10로 줄어들기 때문에 공성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스팟이나 성을 차지한 길드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지 모르지만, 현재 게임 상태로는 공성 자체를 원할하게 즐길 수 없고 일반 게이머의 보상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어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 되는 부분이다. 'R2'의 핵심은 게이머간의 끝임없이 계속 되는 대립과 경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NHN 게임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 나갈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또 한 가지 'R2'의 단점이 있다면 예전에 발매된 온라인 게임 '릴온라인'과 상당 부분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NHN 게임즈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라고 발표회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의 상당 수가 '릴온라인과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한 게이머는 "'릴온라인'의 개발자 다수가 'R2' 개발에 참가했다고 들었다. 자칫 그래픽만 다른 유사한 게임이라는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대작 온라인 게임들, 여름에도 게임 시장 이끌어 나간다

'SUN'과 'R2'의 공통점이 있다면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인력과 개발진을 투입한 대작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2005년부터 캐주얼 온라인 게임의 열풍으로 많은 개발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다중접속롤플레잉 장르보다는 안전한 캐주얼 게임을 선호해왔다. 예전만큼 큰폭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앞으로는 틈새 시장과 새로운 장르가 대세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YNK 코리아의 '로한'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SUN'과 'R2' 역시 이러한 의견을 가볍게 누르고 묵직한 게임 완성도를 선보이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론 아직 두 게임 모두 부족한 점을 갖고 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직 다중접속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제라' 등 기존의 대작 게임들에 이어 'SUN'과 'R2'까지 가세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은 올해에도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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