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인생을 뒤돌아보는 재미

selseta kyky@korea.com

몬스터를 처리하고 돈을 모아 상점에서 장비를 구입한다. 이것은 RPG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게임이 정한 규칙이기 때문인데 RPG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게임이 이 규칙 안에서 게임을 꾸려 나가게 된다. 마스터의 제량에 따라 게임의 룰이 변하는 덕분에 정해진 틀이 유동적인 테이블 토크(TRPG)도 엄밀히 따져본다면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는 일탈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이 만든 틀을 벗어나는 일탈을 주제로 삼은 것들도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 게임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게임에서의 일탈은 플레이어의 자유도라는 명칭으로 승화되었다. 물론 그것에 중점을 맞춘 게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 상점에서 장비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힘으로 상점 주인을 위협해 강탈하는 것이 게임에서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자유도를 중시한 게임들은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무엇을 갖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게임의 뼈대를 이루게 되어서다. 이렇게 정해진 틀 안에서 재미를 찾는 것과 플레이어의 의지를 반영해 게임의 길을 만들어 나간다는 차이는 RPG에 관한 동서양의 개념차이로 구분되기도 한다. 동양의 게임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RPG는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듯 한 게임의 커다란 줄기를 훼손하지 않는 룰을 중요시하는 반면에 서양의 RPG는 테이블 토크를 기초로 한 사실적인 진짜 세상을 RPG에 구현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게임형태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자를 살펴보자면 게임이 정한 명백한 룰 안에서 진행해야 하는 탓에 빠르게 게임이 말하는 재미에 도달할 수 있는데다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자유도 보다는 게임이 정한 이야기의 테두리를 우선시하기에 소설처럼 잘 짜여 진 스토리를 음미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틀을 중요시 한 나머지 플레이어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요소가 한정 돼있다. 게다가 틀에 박힌 진행으로 쉽게 타성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후자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현실감과 사실감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럴듯한 게임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을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이나 의도가 담긴 각양각색의 게임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대목일 것이다. 허나 후자는 게임이 만든 사실적인 세계를 이해하기까지가 어렵다. 덕분에 마우스나 패드를 잡기가 까다롭게 되었다. 플레이어의 의사를 중용해서 스토리가 변하는 탓에 이야기를 음미하는 맛이 덜하다는 것도 단점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서양식 RPG의 취약점은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게임의 최고 장점이기도 하지만 뭐부터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다. 마치 번화한 도심가에 뚝 떨어진 멋모르는 촌놈처럼 되어 버리기 쉽다는 예기다. 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그것을 하나하나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맛이 각별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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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RPG의 대명사 드래곤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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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자유도를 추구하는 모로윈드.
사진은 개발 중인 모로윈드 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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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서양의 게임관념은 점차 희석되어 가고 있다. 지금에 와서 굳이 둘 간의 차이를 이야기 하라면 캐릭터보다는 사실적인 배경을 중시한 서양과 배경보다는 미적인 캐릭터에 비중을 두는 동양간의 화면적인 차이 외에 딱 부러지게 말할 것이 없어서다. 이것은 서로의 좋은 점만 블럭처럼 때내어 자신의 게임에 쌓아 올리는 것이 유행이어서 인지 서로의 장점을 하나하나 자신들의 게임에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D&D룰의 게임으로 유명한 바이오웨어의 신작<구공화국의 기사>가 그 좋은 예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자유도를 중요시 한 것은 지금까지와 같지만 빠른 게임접근과 스토리를 위해서 선택과 자유를 게임의 커다란 줄기를 상하지 않는 선으로 제한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페이블>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선택과 자유를 중시한 서양RPG다. 그러나<페이블>역시 최근의 게임인 만큼 극한의 자유를 추구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일본식 RPG가 결합된 형태다.<블랙&화이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인간의 선악 관념을 바탕으로 태어난<페이블>. 선과 악이라는 것을 어떻게 플레이어의 선택과 자유를 더해 표현했는지 그리고 서양식 RPG가 가진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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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RPG의 대명사 바이오 웨어의 구 공화국의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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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윈터 나이트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 제약적인
부분이 늘어났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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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블>은 인간이 가장 이성을 놓기 쉬운 분노가 스토리의 주제다. 분노로 이성을 상실했을 때 선과 악이라는 개념 중 무엇을 플레이어가 선택할 것인가를 유도하게끔 디자인되어서다. 분노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역시 근친의 복수를 선택했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가족의 복수를 그렸는데 상투적이지만 불공대천의 원수만큼 이성을 상실케 하고 분노를 촉발하는 것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블>의 주인공은 오크베일에 살고 있는 평범한 나무꾼의 아들이다. 착한 일을 했을 때는 칭찬과 보상을 받는 평범하고도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소년 말이다. 공상이 취미인 소년은 유명한 검사나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언제나와 같이 공상에 빠져 있던 소년은 아버지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오늘은 누나 테레사의 생일이라며 지난번처럼 잊지 말고 꼭 선물을 준비하라는 당부다. 힘들게 준비한 선물을 들고 테레사를 만나는 소년. 그러나 테레사는 마을이 불타는 어제 밤 꿈이 불길하다며 걱정의 한숨을 쉰다. 이때 정체불명의 도적들이 오크베일을 습격한다. 테레사는 동생을 숲 풀에 숨기고 미끼를 자청하며 도적들을 유인한다. 나무꾼인 아버지는 도적들에게 대항해 보지만 속절없이 목숨을 잃고 도적들은 누나와 어머니를 사로잡아 유유히 사라진다. 이때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영웅길드 마스터인 메이즈에게 구원 받은 주인공. 소년은 메이즈를 따라 길드로 향하고 그곳에서 힘과 기량을 익혀 복수를 꿈꾸는데…….
이런 스토리를 기반으로 피터 몰리뉴는 플레이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분노를 바탕으로 선과 악 사이에서 플레이어의 의사를 물어 오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면서 마음껏 비뚤어 질 수도 그것을 감내하며 정의를 수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것은 선과 악에 대한 피터 몰리뉴 특유의 전개가 흥미를 끌어내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게임에 플레이어의 의도가 섞어 나간다는 점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사회적 도덕관념을 배워가며 더불어 성장한 이성이 흐려졌을 때 남아있는 것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를 물어오는 피터 몰리뉴의 심오한(?) 질문 또한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페이블>은 자유와 선택이란 것은 플레이어에게 부여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는 선으로 제한되어 있다. 플레이어의 의사에 따라 이야기를 새로 만드는 것 보다는 변하지 않는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그때그때 플레이어의 선택에 맞는 적당한 반응과 책임 보여주는 것이 플레이어에게 질문과 답변을 얻어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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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년이자 몽상가인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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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의 누나이지 예언가인 테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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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길드의 수장인 메이지로부터 구원받은 소년. 소년은 그로부터 힘을 얻게 된다.


기대했던 자유도와는 거리가 먼 <페이블>
프로젝트 에고를 말하며 새로운 개념의 RPG를 제안했던 피터 몰리뉴. 프로젝트 에고가<페이블>로 승화되기 전 그가 밝힌 정보들은 마치 무한의 자유를 추구하는 게임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플레이어의 의사를 통해 성장하는 선악의 개념과 그로 인한 많은 선택의 길. 게다가 다양한 직업과 유저의 의사에 반응하는 NPC들이 마치<루나틱 돈>이나<모로윈드>의 그것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플레이어 마음대로 꾸려가는 그런 게임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페이블>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터무니없이 짧은 플레이시간과 "예"와 "아니요" 구분되는 단순한 선택문이 좁고도 단조로운<페이블>의 세계관과 어울러지며 그러저러한 퓨전 RPG로 보였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작다는 것도 문제였다. 문신과 장신구로 외모를 꾸미며 집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지만 단순히 한다는 것에서 끝나기에 더하다. 게임의 커다란 줄기와 어울리며 재미로 승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RPG의 기둥인 퀘스트 역시 수가 작은데다 단지 선과 악의 잣대로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탓에 플레이어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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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등에 인생의 여러 요소들을 게임에
집어 넣었지만 잔재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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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의 의사를 반영하는 선택도 예와 아니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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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몰리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은 찾아 한다는 자유도라는 관점으로<페이블>을 본다면 뛰어난 점이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게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게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페이블>만이 지닌 매력적인 재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유도를 포기하고 얻은 것들 때문인데 유저의 선택을 토대로 게임의 길을 바꾸어 나간다기 보다는 커다란 스토리 안에서 유저의 선택에 대한 빠른 답을 내어 놓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페이블>은 게임이 갖는 이야기의 큰 줄기가 정해져 버렸다. 게임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자유도를 중시한 게임과는 대조적인 것인데<페이블>이 원하는 선악에 대한 질문을 정확하게 플레이어에게 던지기 위해서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언제나 게임 안에서 빠르게 반응한다. 선한 일을 했을 경우에는 자부심과 환호를 악한 일을 했을 때는 악명과 그에 상응하는 실리를 얻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런 플레이어의 선택이<페이블>이 가지는 스토리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스토리가 던질 다음 질문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 나간다는 자유도를<페이블>은 버려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페이블>이 가지는 질문들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잣대에 그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단순히 게임의 잔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페이블>의 질문과 플레이어의 선택은 한사람의 인생과 어울리며 그 의미를 갖는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영웅의 삶과 더불어 독특하고도 이질적인 약간은 철학적인 매력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페이블>에서 표현하고 싶은 영웅은 지금까지의 서양영웅물과는 다르다. 착한 일만 해대는 영웅의 외적인 면을 표현하기 보다는 현실과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고 명예와 실리 사이에서 주저하는 힘 있는 자의 내적인 모순을 그리고자 해서다.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한 자가 힘을 가졌을 때 능력을 과시하고 분노를 표출할 만한 적당한 이벤트를 던지는 것이<페이블>스토리라면 모든 것을 이루었을 때 마치 인생처럼 선택한 길을 되돌아보는 것도 플레이어의 역할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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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의 대화는 플레이어가 한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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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해도 게임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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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행했던 선택은 마지막 운명의 방에서 그림으로 남는다.


페이블의 전체적인 느낌
<페이블>의 의도야 어찌 되었던 결과는 퓨전물이 되어 버렸다. 플레이어에게 의도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고정된 스토리를 선택하고 유저의 선택에 빠른 응답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고정됐다는 것은 언제나 게임이 플레이어의 갈 길을 알려준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페이블>은 게임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퓨전RPG가 그러하듯이 짧은 시간 내에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여전하다. 할 것(퀘스트)이 정해져 있는 탓에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플레이 한 만큼의 재미를 얻어 낼 수 있어서다. 덕분에 자유도가 가지는 여러 재미들을 놓치게 되었지만 말이다. 물론 플레이어를 무시한 체 고정된 길만을 고집하는 게임과는 그 맛이 다르다.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직업을 가지는 등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자유도를 중시한 RPG의 그것처럼 잔재미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식의 고정된 스토리를 채용하고도 스토리를 음미하는 맛을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페이블>이 꾸려 나가는 이야기에는 복수라는 주제가 가지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극복할만한 그 무엇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이야기의 반전이라는 것도 들어 있지만 부실한<페이블>의 스토리를 매워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블록 형식으로 이루어진 퀘스트를 원하는 것만 빼어내어 수행한다는 것이 그나마 빈약한 게임스토리를 조각 조각 끊어내는 탓에 더하다. 게임의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눈에 보이는 순간적인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RPG의 추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불어<페이블>또한 서양게임이어서인지 어여쁘다 느낄 정도의 캐릭터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는 탓에 캐릭터에 정 붙이기가 어렵다는 것도 이야기를 느낀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흘릴 수만은 없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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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줄기가 되는 퀘스트는
쉽게 길드 테이블에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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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집을 사는 등의 잔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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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의 원수를 갚는다는 식상한 스토리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은 뛰어나다.
자유도 때문에 이래저래 말 많은<페이블>의 시스템이지만 게임의 골격은 잘 만들어져 있다. 액션RPG가 만들어 내는 원초적인 재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페이블>의 골격은 육성과 전투 그리고 이것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RPG와 같이<페이블>의 캐릭터 육성은 전투를 통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행해진다. 전투의 재미와 육성을 연결시키는 고리로 경험치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전투와 육성 둘 중 하나만 부실해도 게임 전체가 재미없어 지기 마련. 이런 것을 염두해두었는지<페이블>의 육성과 전투는 상호 보완적인 면이 뛰어나다. 게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전투인 탓에 자칫 지겨워 지기 쉽지만 편하면서 유저의 의사를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육성이 이를 뒷받침 해줘서다. 유저의 선택대로 선악에 반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사와 마법사 사이에서 유저의 임의대로 적당한 능력치를 꺼내고 그것을 활용해서 전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페이블>이 만드는 전투 또한 능력치의 숫자대로 칼질만 해대는 것과는 다르다. 액션성이 강하기 때문인데<데몬스톤>이나<반지의 전쟁>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느 정도 레벨 차이는 유저의 컨트롤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칼을 휘두르고 적의 공격을 막는다는 기본적인 액션의 요소 외에 구르기라는 기술이 첨가되어 있다. 구르기는 전투에 빠지기 쉬운 속도감과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구르기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데다 무적은 아니지만 회피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탓이다. 구르기로 필드 이곳 저곳을 누비며 많은 수의 적을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면 액션게임으로 착각할 정도다. 물론 이런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적을 한 방향으로 몰아서 상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좁은 길목에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좋다 는 액션의 룰을 잘 살려 냈기 때문일 것이다. 플레이어가 키워낸 마법 등의 특수 능력으로 전투에 양념을 더하는 것도<페이블>은 잊지 않았다. 힐이나 바서커 등의 서양식RPG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인데 단순히 치고 막고 빠지는 재미에 양념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수기 만으로 전투를 재미있게 치룰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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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르는 기본적인 재미는 흠 잡을 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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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육성 역시 쉽고도 플레이어의
의사를 잘 반영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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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나 마법을 사용하는 원거리 전투 역시 액션의 양념 이상의 역할을 한다.


쉽고 망설임 없이 게임을 시작해라.
선악의 관념이 게임 스토리의 주제라면<페이블>의 시스템 적인 주제는 "망설임 없이 게임의 진행하자"다. 그래서 게임내내 시종일관 허허벌판에 떨어진 막막한 느낌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페이블>의 특징. 하나 둘씩 모이면 게임의 전체 스토리가 되는 퀘스트를 손쉽게 얻고 클리어 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을 헤매며 대화를 통해 어렵게 얻는 것이 아니라 주된 퀘스트는 길드 테이블에서 부여 받을 수 있게 되어서다. 맵 시스템 또한 패드를 잡은 시간만큼 재미를 얻어가자는<페이블>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퀘스트를 얻어 맵의 노란 점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마을 마다 게임 진행과 관계되는 NPC들은 맵상의 녹색 점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마을을 헤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게임의 의도가 게임의 난이도마저 떨어트린 것은 아쉬운 대목. 너무 세심한 안내 때문인지 게임이 보여주는 길로만 따라가는 탓에 타성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어떠한 선택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던지 전투를 치룰 수 있게 배려한 대목도 전투가 너무 쉬워진다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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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확인하며 게임을 진행하면 전혀
헤매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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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게임의 배려 탓인지 전투의 난이도가
너무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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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과 조작감은 수준급. 그러나 로딩의 문제는!
<페이블>의 조각감은 패드의 버튼들을 방향키처럼 활용해 화면의 작은 메뉴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복잡하게 메뉴를 열고 항목을 기억해야 할 필요 없이 많은 명령을 손쉽게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키보드가 아닌 버튼태생의 한계 탓에 원하는 명령을 딜레이 없이 빨리 내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날로그 스틱으로는 움직임 버튼과 십자 버튼으로는 메뉴와 마법을 활용한다는 점도 깔끔하다. 그래서<페이블>이 만들어 내는 액션을 위화감 없이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우울한 듯 하면서 서정적인 BGM 역시 귀를 즐겁게 하는데 게임과 따로 놓고 들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특징 없는 화면에 비해 낮은 프레임은 아쉬운 대목이다. 쉐이더를 사용해 약간의 특수효과를 화면에 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한 점이 없는데도 움직임이 거칠기 때문이다. 화면의 움직임이 많은 전투시에는 30프레임 이하의 화면을 보여주는 탓에 눈이 아프기도 하다. 물론 예쁘지 않은 캐릭터들이 눈이 즐겁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지만 말이다.
<페이블>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로딩의 문제다. 마을이나 특정 건물을 들어 갈 때 마다 디스크를 읽어서 인데 그 시간이 짧지가 않다. 게다가<페이블>은 마을과 거리를 짧게 나누어 놓은 탓에 퀘스트를 해결하려 움직이면 자주 로딩을 해야 한다. 물론 근본 적인 이유는 64메가라는 많지 않은 메인 메모리와 Xbox의 하드웨어적인 제약 탓일 것이다. 여러 가지 할 것을 마을에 구현해 놓았기 때문인데 덕분에 커져버린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마을과 거리를 짧게 끊어 만들어 놓아 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젝트 에고라는 계획에 비해 작은 볼륨으로 탄생한<페이블>역시 이런 하드웨어적인 제약과 상관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페이블>완성도가 만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Xbox니 이정도 라도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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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방향키처럼 활용한 조작감은 어느 정도 패드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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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멋진 그래픽은 아니건만 생각 보다 버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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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짧게 끊어진 필드 때문에 로딩화면과 생각보다 친해(?)진다.


<페이블>은 게임의 재미를 이루어내는 골격은 뛰어나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기대 했던 자유도라는 것에 비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지만 기본 이상의 재미는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상호 보완되는 육성과 전투하며 패드를 잡고 놓는 순간까지 진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친절한 메뉴까지 헤매임과 망설임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어서다. 그러나 정작<페이블>에서 피터 몰리뉴가 말하고 싶던 선악에 대한 질문이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자유도라는 보장된 재미를 버리고 분노를 바탕으로 선악에 대한 질문을 플레이어에게 던졌지만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션성에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전투의 숫자를 게임에서 제한했지만 퀘스트 위주의 게임진행과 퀘스트=전투라는 공식과 가려져 효과를 얻지 못했다.<페이블>의 장점 중 하나인 빠른 게임의 반응과 대답 또한 적어도 한국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플레이어의 선과 악의 선택에 반응하는 NPC의 대사가 한글화 대지 않아서다.<페이블>의 한글화는 게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제한된 반쪽짜리인 탓이다. 영웅의 외적인 행동보다는 무소불능의 힘을 가진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내적인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던<페이블>. 극한의 자유도를 추구하기 보다는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인생을 뒤돌아보는 재미가<페이블>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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