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성공, 퍼블리셔의 선택이 중요하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1조 2천여억 정도로 성장하면서 이제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라 산업의 위치까지 성장했다. 예전 같았으면 경악할만한 수치인 '동시접속자 10만명'은 이제 인기 있는 게임의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으며, 회사가 사활을 걸고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할 때 사용되던 '제작기간 3년' '총 비용 100억' 역시 대작 게임이라면 당연한 수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게임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홍보의 중요성이 커졌다. 너무나도 많은 양질의 게임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다보니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게임의 이름을 널리 알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몇 명의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 이제는 아이디어와 자본력이 결합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지금도 수많은 개발사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들고 투자를 해줄 퍼블리셔를 찾고 있으며, 실제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뭐 여러 가지 게임이 있겠지만 2005년을 화려하게 보낸 KRG소프트와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이나 국내 FPS 장르를 대표하는 드래곤플라이와 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 그리고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CJ인터넷과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네오위즈와 EA의 '피파 온라인'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꼭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도 성공하기 힘든 판에 서로 불협화음을 내며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좋은 게임이 망가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퍼블리셔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발전적인 미래상을 보여주며 감언이설로 꾀다가 막상 계약이 끝난 뒤에는 조금 어렵다싶으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마케팅을 지지부진하게 해 개발사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은 물론 좋은 게임을 서비스 불가능 상태로 몰아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사태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이젠의 '데코온라인'이라는 롤플레잉 게임. 이 게임을 퍼블리싱하기로 한 이젠은 게임의 운영 전반을 담당하겠다고 주장해 운영권 전반과 서버를 가져갔다. '데코온라인'을 개발한 락소프트는 이젠이 그전까지 퍼블리싱 경험이 전혀 없어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젠의 의욕적인 모습과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겨줬다고 한다. 하지만 락소프트의 걱정은 가장 최악의 형태로 실현됐다.

1월 경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인해 데이터가 손실된 것. 때문에 데이터 부분복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데이터 백업을 이젠에서 하기로 했는데 이젠에서 무려 2달 동안 데이터 백업을 하지 않아 결국 데이터 복구를 2달 전 상태로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인해 '데코온라인'을 즐기던 게이머들은 몽땅 떠나가 버렸으며 얼마 남지 않은 유료화를 위해 한참 개발에 매진하고 있던 락소프트는 급감한 게이머 수를 보며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떠한 보상이나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그 뒤로 이 게임에 대한 홍보도 포기한 채 그냥 방치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대표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6년 회사의 미래를 설명하면서 '데코온라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락소프트 관계자들을 어이없게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야후코리아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스마일게이트의 '헤드샷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스마일게이트는 야후가 세계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야후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기대하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의 기대는 야후가 갑자기 게임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야후는 게임사업을 철수하면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개발사와는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고 게임사업 전체를 신생 퍼블리셔인 아보카드에게 모두 넘겨버렸다. 야후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생각하고 계약을 체결한 스마일게이트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 스마일게이트는 지금까지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하고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아보카드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자체 서비스를 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야후는 스마일게이트의 계약 해지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아보카드와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만 계약을 해지해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연히 스마일게이트는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위약금을 물고서야 겨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으며 '헤드샷 온라인'는 그동안 마케팅과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게이머 수가 급감했다.

스마일게이트의 한 관계자는 "사람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결국 그 사람들이 전부 나가고 남은 건 계약서뿐이었다"라며 야후코리아의 상도의에 어긋나는 무책임한 행동에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는 '헤드샷 온라인'의 현 상황으로는 다른 게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차기작 개발을 고려중이다. 결국 돈이 될 것 같아서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니 손을 털어버린 퍼블리셔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게임 하나가 망가져버린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게임산업이 커져서 성공하려면 다른 산업처럼 좋은 아이디어와 자본력이 결합해야 한다"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싸우는 불미스러운 모습보다는 서로 최선을 다해 윈-윈하는 모습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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