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기준에서는...

액션게임 EOE
요즘은 액션 장르의 게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얼핏 보면 하나같이 화려한 그래픽으로 중무장 하여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금세 질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액션'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한, 적을 해치우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큰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틀 안에서 얼마나 참신하고 개성적인 요소들이 장치되어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요즘의 액션게임들은 조금씩 차별화를 두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그것이 결실로 맺어지기보다는 노력선에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아 게이머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평작으로 전락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너도 나도 게임이 히트하면 후속작을 만들어 안정적인 판매를 꾀하고 있다보니 게이머들이 늘 익숙한 재미에 물들어버려서 취향이 굳혀져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쏟아지는 액션게임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참신한 재미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게임들이 있다. 대표적인 액션게임으로 '갓 오브 워'를 들 수 있겠다. 이미 한글화가 되어 국내에 출시된 만큼, 즐겨본 게이머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액션게임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성인취향의 화끈한 액션과 거대한 스케일로 많은 해외 웹진에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게임 중 하나다. '닌자 가이덴' 역시도 대표 액션게임라 할 만하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기본이요, 늘 때려 부수고 도륙하는 평범한 액션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뛰어난 인공지능의 적들을 등장시켜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전투를 즐겨볼 수 있다. 거기에 XBOX Live를 활용한 지속적인 업데이트(허리케인팩)로 웬만한 액션게임에 지쳐버린 게이머들에게 또 다시 패드를 잡게 하는 마력을 뿜고 있다.
아무튼, 이런 작품들로 입맛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필자에게 조금은 오래 되버린 게임 Eve Of Extinction(이하 EOE)이 주어졌다.(플스2 초창기에 출시된 게임이다--;)조금 생소한 게임이지만 '유크스'라는 제작사에 한번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음성 자막 완전 한글화라는 문구에 또 한 번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음성까지 한글화 됐다면 대단한 정성이 아닌가. 게다가 음성/자막 완전 한글화는 스토리를 즐기는데 있어, 방해될 것도 없이 곧바로 머릿속에 흡수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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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둘이 EOE를 이끌어간다.


EOE의 핵심! 레거시
EOE를 즐기는데 있어 가장 큰 핵심은 바로 '레거시'이다. 레거시(Legacy)는 사전적으로 '유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EOE에서는 간단하게 무기라고 할 수 있다. EOE의 세계에서 '레거시'는 어떠한 힘의 결정체이고, 무기의 형태를 띠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레가시는 레이시드 라는 두 가지의 원천과 결합해야만 완전체가 될 수 있다. 완전체가 된 레거시는 레거시 드라이브(쉽게 말하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조쉬에게 주어지는 레거시는 블레이드와 로드 2가지이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보스를 쓰러뜨리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레거시를 획득해서 지니게 된다. 이 레거시들은 총 10가지가 등장하며, 각각이 지닌 특유의 레거시 드라이브와 함께 다른 타입의 공격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레거시들은 적들의 공격뿐만 아니라, 지형에 따른 장애물의 통과, 퍼즐해결 등에 적절하게 사용하게 되어 있다. 무기의 능력을 이용하여 퍼즐을 해결하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것은 이미 레거시 오브 케인시리즈의 최신작인 디파이언스에서 선보였던 것이라, 지금 EOE를 플레이하면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EOE가 디파이언스보다 일찍 출시가 되었지만, 필자가 EOE를 접한 시점에서는 이미 디파이언스를 플레이 해보았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물론 EOE가 출시된 2002년의 시점에서는 조금 신선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레거시는 스토리적인 설정에 따른 것인지, 매번 획득할 때마다 2개의 레이시드를 찾아서 장착해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귀찮아서 개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레이시드가 후반부를 제외하면 늘 2개가 따로 떨어져 있는데다, 험난한(?)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길 찾기, 시점문제와 겹쳐서 플레이어의 짜증을 유발하는 것이다.(후반부에 자동적으로 얻는 레이븐의 레거시 '돈파'가 얻을 때부터 완전체여서 얼마나 감사했는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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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카타르. 적을 띄울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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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투핸디드소드. 리치가 길고 공격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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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본연에 충실합시다.
그것이 어떤 장르든, 어떤 제작사든, '게임'이라면 가장 기본중의 기본인 '재미'라는 본연에 충실해야한다. 사실 EOE는 어떻게 보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려고 한것 같다. 레거시시스템(시스템이라고 칭하기에도 조금 이상하지만..)을 간판격으로 새로운 무기의 획득과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적들을 쓰러뜨리고 보스를 상대하는 재미는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엉성한 스토리, 떨어지는 연출과 맞물려 전체적으론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EOE의 문제점의 첫 번째로는 너무나 떨어지는 타격감이다. 뭔가 묵직한 느낌보다는 톡톡 치는 듯한 가벼운 효과음이 게이머를 맥 빠지게 한다. 액션게임의 가장 기본이 되고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전투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떨어지는 타격감으로는 아무리 거창하게 10종류가 넘는 레거시로 적들을 쓰러뜨린다! 라고 포장해도 결국 플레이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없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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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인데도 느낌이 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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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붕붕 뜨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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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레거시마다 레벨이 있어서, 그 레벨을 일정이상 올리지 않으면 적을 상대로 쓰는 콤보도 극히 제한 되버린다는 것이다. 레벨이 잘 오른다면야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3레벨쯤만 가도 콤보라고 해봐야 3연타 아니면 강공격을 섞는 간단한 콤보가 전부일 뿐이고, 거기에 설상가상 격으로 레벨업 또한 상당히 더디기 때문에 10가지가 넘는 레거시를 일일이 레벨업 시켜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물론 2,3회차 플레이를 하면 가능할지 모르지만.)차라리 레거시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모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 번째는 너무나 엉성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라인이다. 크게 레거시를 둘러싼 조쉬와 위즈덤이라는 회사와의 갈등인데, 너무나 유치하기 짝이 없다. 무슨 70~80년대 영화도 아니고.. 스토리 기반이 떨어지다 보니 연출 또한 보는 맛이 없어져 버렸다. 레이븐이 배신하는 것도 너무나 스토리적인 장치가 없이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무엇보다 '세계정복'이라는 위즈덤의 목적이 사실은 변명거리에 불과하다는 레이븐의 한마디는 결국 세계정복이 아닌 대멸망을 보고 싶어하는 위즈덤 사장의 인간적인 호기심(--)이었다는 허무한 결과가 나와 버린다.(세계정복이나 대멸망이나--;;)그리고 EOE에 등장하는 보스들은 모두 위즈덤의 간부급들인데, 이들을 단순한 보스만으로 활용했다는게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아무나 사용할수 없는 레거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들인 만큼, 뭔가 스토리라인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으면 꽤 괜찮았을것 같지만, 그것이 안되있으니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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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바이퍼. 그냥 만나서 말없이 싸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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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치한거 아닙니까. 회장이나 되시는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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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문제점
너무나 고질적인 시점의 문제가 EOE에서 또한 드러난다. 당황스럽게도 시점변환이 불가능하며, R2키를 여러 번 눌러서 조쉬가 향하는 방향으로 시점을 조절해주기는 하나, 닌자가이덴처럼 한번 눌러서 편리하게 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심히 번거롭다. 놀고만 있는 오른쪽 스틱을 시점전환에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레거시 드라이브를 사용할 때, 오른쪽 스틱을 이용해서 문자를 그려서 사용하는 것인데, 이게 이상하게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때문에 돈파의 Z모양이나 체인스워드의 네모모양은 입력이 힘들어서 사용하기에 껄끄러워진다. 또 록온이 가드와 같은 키로 설정되어있어서 혼란스럽다. 가드를 하려고 키를 누르면 록온이 되어 시점이 변환되기 때문에 다른 적들을 상대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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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안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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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는 어떻게 하라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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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어렵다.
사실 EOE가 출시된 지 4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게임을 평가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지금이야 닌자 가이덴, 갓 오브 워 처럼 정말 수준 높은 액션게임들이 인기를 얻는 시점이다보니 너무나 부족한 것들이 많다. EOE에서 자랑스럽게 선보인 레거시 시스템은 닌자가이덴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특성 있는 무기들과 화려한 콤보에 비하면 너무나 볼품없고, 그렇다고 적들을 깨부수고 보스를 쓰러뜨리는 재미 또한 갓 오브 워와 비교하자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실제 필자가 EOE를 플레이 하면서 느낀 것들은 그냥 무난하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있었고, 또한 너무나 잘 되어있는 한글화도 만족스러웠다. 2002년으로 회귀한다면 유크스의 EOE는 그래도 꽤 잘 만들어진 게임이 아닐까....( 이렇게 오래된 게임을 리뷰하는 이유가 뭘까? 그냥 게임이 있고, 리뷰가 없기 때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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