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동아가 밝히는 도쿄게임쇼2006의 숨은 이야기

올해로 딱 10주년을 맞이하는 도쿄게임쇼2006. PS3와 Xbox360 간의 차세대기 대결, 각 콘솔 업체의 최신 게임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거친 도전이 이어지면서 19만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직접 행사장에 가볼 수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궁금하신 점들이 많으셨을텐데요, 저와 함께 간략하게나마 도쿄게임쇼2006 현장을 둘러보시죠.

* 세계 최대 게임쇼답게 뜨거운 취재 열기

사실 이번에 도쿄게임쇼는 처음 취재를 가봅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게임보다는 콘솔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콘솔 게임을 비중있게 다루는 도쿄게임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아침 일찍 행사장으로 향했죠. 하지만 이게 웬일, 입장전부터 해외 각 국에서 온 기자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국제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입장이 시작되자 카메라, 노트북 등을 둘러맨 기자들이 우루루 어디론가 달려갔습니다. 저도 열심히 쫒아가서 도착한 곳은 행사장 뒷편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겨우 자리를 맡아서 좋아했는데 랜선이 없더군요. 힘들게 자리를 맡았는데 랜선이 없으면 인터넷을 통한 작업을 전혀 할 수 없는데... 좌절하고 있는 순간 게임동아 일본 특파원이 다른 프레스센터를 알려주셔서 겨우 그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나 각종 소식들을 빠르게 기사화할 수 있었답니다.

행사 내내 프레스센터에서는 세계에서 온 각 기자들의 열띤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각 국에서 온 기자들이 정말 귀신 같은 형상으로 기사를 올리고 있더군요. 현장에서 직접 동영상을 코딩해서 올리는 기자들도 있었고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중국어, 영어, 불어 등이 난무하는 프레스센터의 소음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프레스센터의 네트워크 환경이 과부하로 인해서 멈추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평소 듣던데로 도쿄게임쇼 취재가 역시 힘들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정신없는 행사장,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첫째 날에는 열심히 각 부스들을 돌아다니면서 행사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이번 도쿄게임쇼2006은 크게 3개 구역을 사용했는데 한 곳에 소니, 코나미, 세가, 스퀘어에닉스, 캡콤, 반다이남코 등 내놓으라 하는 콘솔 업체들이 몰려있어서 대략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PS3에 관련된 업체들이기 때문에 소니와 함께 연합라인을 구축한 느낌이랄까...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니 부스에서는 다양한 게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데빌메이크라이4' '그란투리스모 HD' '릿지레이서 7' '버추어파이터5' 등 내놓으라 하는 킬러 타이틀을 직접 즐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죠. 아쉽게도 취재가 바빠서 직접 게임을 해보지는 못하고 지나가면서 구경만 해야했답니다. 하지만 한 눈으로 봐도 PS3가 보여주는 그래픽은 압권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행사에서 PS3는 대부분 HD TV를 통해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만큼 화질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또한 앞으로 HD TV의 보급율이 점차 높아질 것을 생각한다면 소니가 한 수 앞서 나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MS는 소니와 연합군(?)을 의식해서 인지 다른 홀에 부스를 냈더군요. 도쿄게임쇼 이전에 개최한 MS 컨퍼런스를 통해서 '인기 소프트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인정 받겠다'라고 호언장담을 한 만큼 다양한 타이틀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참여한 '블루드래곤'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해보기 위한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운 좋게도 저는 MS에서 별도로 개최한 행사에서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느낌은 간단하게 요약하면 '드래곤볼'로 잘 알려진 토리야마 아키라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파이널판타지'랄까... (일부에서는 '드래곤 퀘스트'라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기본적인 게임성은 굉장히 탄탄해보였고 MS측에서는 XBOX360의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타이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행사에서 '블루드래곤' 플레이를 마친 사람에게는 특별 피규어가 증정됐고 행사장 주변에도 '블루드래곤' 광고가 도배될 정도로 MS의 굳건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MS의 부스걸들은 지하철역까지 나와서 '블루드래곤' 가방을 나눠줄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라면 MS가 '블루드래곤'에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겠죠?

이 외에 세가, 코나미, 코에이, 캡콤 등... 하나 같이 중요한 업체들이라서 둘러보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임은 많은데 일일히 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적다 보니 눈물을 머금고 그냥 지나쳐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정말 해보고 싶었던 '버추어 파이터5'와 몇몇 게임들을 간단하게 해볼 수 있었던 걸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수밖에요. 참고로 '버추어 파이터5'는 그야말로 완전이식! 나중에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식률에는 자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아케이드 버전의 발매가 힘들기 때문에 아마 PS3와 함께 반드시 구입할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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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게이머들의 온라인 게임에 대한 호기심

이번 행사에 온라인 게임은 싸이칸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재팬, NHN재팬, 넷타임소프트 등이 참가했습니다. 그동안 도쿄게임쇼는 콘솔 게임의 잔치라고 불리울 정도로 콘솔 게임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올해에도 온라인 게임은 부진하지 않겠냐고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행사 내내 많은 일본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콘솔 게임 관련 부스만큼 사람이 북적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보는 인원이 꾸준히 있었거든요. 그냥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플레이 해보는 게이머가 많은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봅니다. 또한 참여 업체들 역시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피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구요. 아무래도 국산 온라인 게임들의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진데다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게임들이 출품 되면서 일본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 국내에는 이렇다할 온라인 게임들이 많지 않고 완성도도 한국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에 국산 온라인 게임을 신기해하면서도 새로운 재미에 흡족해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일본 온라인 시장을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에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끝임없는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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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의 노하우가 빛나는 행사

정신 없이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도쿄게임쇼를 하나의 문화 행사로 즐기는 일본인들의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꼬마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까지 가족 단위로 손을 잡고 오는 사람부터 친구 혹은 연인끼리 행사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개성을 코스프레로 표현하면서 행사장을 누비는 게이머들도 있었구요. 아직까지는 게임쇼라고 하면 그저 어린애들이나 마니아들이나 몰리는 행사로 비춰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쇼라는 점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 다음은 19만이라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하나 없이 진행된 깔끔한 행사 진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내원들은 게이머들과 기자들을 상대로 싫은 내색 하나 보이지 않고 친절한 안내로 원할한 행사를 도왔고, 관람객들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줄을 서서 천천히 기다리는 등 선진국 시민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10년이나 행사를 치뤄온 덕분인지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매력에 세계 각지에서 관람객들과 취재진이 몰려들고 그만큼 주목 받는 행사가 바로 도쿄게임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스타라는 거대한 규모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지만 도쿄게임쇼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지스타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긴 했지만 업체별로 난무하는 소음과 행사장 안을 뒤덮은 쓰레기, 건물 구석 곳곳에서 일어난 흡연 사건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죠. 또한 이번 도쿄게임쇼에 지스타조직위원회 부스가 있었지만 눈에 띠는 규모도 아니었고, 관람객들과 업계 관계자들도 이렇다할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지스타가 세계적인 게임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난관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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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도 도쿄게임쇼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도쿄게임쇼는 내년부터 '동경 국제 애니메이션 페어' '동경 국제 영화제'와 함께 '국제콘텐츠 카니발'이라는 통합된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2007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행사 규모나 장소 이전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었는지 내년에도 단독 게임쇼로 개최가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점점 세계적인 게임쇼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에는 차세대기의 본격적인 대결과 온라인 게임의 분전으로 역대 최다 관람객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만큼 내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저 또한 이번 도쿄게임쇼를 즐겁게 취재한만큼(비록 그만큼 힘은 들었지만요)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내년 도쿄게임쇼2007을 기대하면서 기행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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