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거래, 8년간 쌓아올린 1조원 규모의 계륵

그동안 게임동아에서는 아이템 현금 거래와 관련해서 지난 8년여 동안에 일어난 아이템 현금거래의 모습과 현재 각층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의 모습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지금도 아이템 현금거래의 불법이냐 합법이냐에 대해 각층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다보니 쉽게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이 되면 생기는 문제 그리고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생기는 문제를 진단하면서 이 결정이 왜 8년간 미루어져 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의 불법 규정은 가능한가?

우선 현금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문제, 이 부분은 여러 법조계에 계시는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한 결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일단 간단한 부분만 지적을 하고 넘어가 본다면 우선 국내의 입법 절차는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법을 만들려면, 정책내용, 시행효과 및 재정요소, 부수적 문제점, 선택가능한 대안과 관련분야에 관한 현행 법제도에 대한 영향, 분석과 전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만약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규제하고자 하는 법을 만든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정책내용, 시행 효과,재정요소, 부수적 문제점, 선택 가능한 대안, 관련 분야에 대한 현행 법 제도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즉 법안을 하나 만들어 시행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통계자료와 분석 자료가 요구 된다는 의미다. 더불어 게임내에서 발생하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왜 문제가 되는지 또 그 문제가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정확한 자료도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무조건 법을 만들기 위해 뛰어 든다면 결국 말도 안되는 법안이 만들어 지게 된다. 그래서 쉽게 불법이라는 입법안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전반에 대한 분석과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고 충분한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자료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정확한 시장규모 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현실에 현금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법을 가져와 적당히 붙이는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청이 '업무방해죄'를 근거로 현금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만약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금지한다면?

자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현금거래를 금지한다고 가정해본다. 그럼 아이템 현금 거래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MMORPG(다중접속 역활분담 수행게임)를 어느 정도 즐겨본 게이머라면 익히 잘 알고 있겠지만 아이템 현금거래의 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뿐 음지로 사라지게 된다. 이 이유에 대해선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연재 2부에 이미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객은 아이템 거래를 결국은 하게 된다.

문제는 음성적으로 사라지는 아이템 현금 거래가 아니다. 아이템 현금거래를 불법으로 규정지을 경우 1조원으로 추산되는 현금거래 시장 자체를 해외로 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해외의 글로벌 회사가 국내 유명 아이템 거래 사이트들을 인수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각종 뉴스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글로벌기업에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계속 할 것이다. 국제법인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영업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어떻게 막을 수도 없다.

*현금거래를 전면 허용한다면?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현금거래를 허용해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또한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당장 현금거래를 합법화 하게 되면 게임은 콘텐츠 산업, 즉 서비스업이 아니게 된다. 일단 고객이 즐기는 게임 내 아이템과 캐릭터를 자신의 소유로 인정받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되면 또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온라인 게임은 특성상 게이머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리고 게임의 생명력을 늘리기 위해 많은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문제는 여기서 업데이트를 할 경우 게임내 캐릭터 그리고 아이템의 가격이 변동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게이머들의 손해를 게임서비스사가 모두 책임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회사가 어려워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해야 할 경우 게임사는 소비자들에게 그 간 제공해 왔던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가치에 대해 배상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템 현금거래의 합법화는 전체적으로 게임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게임이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이란 콘텐츠를 통해서 여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속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화도 나지만 무미 건조한 현대사회에서 게임이란 콘텐츠는 상당히 진솔한 속내를 드러내고 때로는 극히 본능적인 행동을 함으로 욕구불만을 해소 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아이템 현금 거래의 합법화로 인해 게임이 더 이상 즐기는 도구로 인정받기 어려워 지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게임을 통해서 아이템 현금 거래라는 또 하나의 부가가치 사업이 생기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급적 돈이 되는 게임을 더욱 노골적으로 즐기려 할 것이고 게임 개발사 역시 이런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즉 얼마나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얼마만큼 고민해야 아이템 가격이 높아지게 되고 거래가 왕성해질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의미다. 아마도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은 국내에서만 왕성해지던가 아니면 색다른 콘텐츠로 무장한 해외 게임들에 의해 모든 시장을 뺏기게 될 지도 모른다.

또한 게임개발사들은 업데이트를 단행할 때 게임내 밸런스와 콘텐츠 위주가 아니라 아이템 가격을 조율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까지만 떠올려도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는 무척 어두워 보인다.

얼마 전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던 '바다이야기'가 아케이드 게임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에 작업장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실제로 작업장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예전에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접 거래를 하던 것에서 이제 2~4단계까지 중계인이 개입하면서 아이템 거래시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게임으로 버는 돈은 노동을 통해 버는 돈과 다르다. 게임은 즐기는 것이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템 현금거래 역시 사행심을 조장하는 요소가 존재하고 이것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건전한 산업으로서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현금거래 사이트가 사회적인 기여도가 높은 것과는 별개다. 현금거래 사이트나 작업장이 기업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기업의 규모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기업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에 충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템 현금거래가 산업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과 무관한 일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그것을 부가적인 가치 창출이라 보기는 어렵다. 현금거래를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것은 이처럼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 허용도 금지도 아닌 대책을 찾아야…


허용도 안 되고 금지도 안 된다. 지난 8년 동안 게이머와 게임사의 대립으로 그려진 현거래 시장의 이면에는 제도적인 장치로 해결 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한국게임사 30년에 게임에 대한 인프라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현실. 그리고 현금거래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불어오는 게임 사행성의 역풍은 업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지난 4월 발표된 게임 산업 진흥법은 시행령은커녕 관계 관련 기관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금거래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할까? 다음 연재에서는 현금거래가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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