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토의 네번째 고전 게임 모음집

타이토에서 발매한 또다른 고전 게임 모음집
작년에 PS2용으로 발매된 '타이토 메모리즈' 두 편과 올해 초에 발매된 PSP용 '타이토 메모리즈 포켓'에 이어 아케이드 게임의 명가, 타이토의 네 번째 고전 게임 모음집이 '타이토 레전드'란 이름으로 또 다시 찾아왔다. 타이토 메모리즈와 타이토 레전드는 과거 오락실에서 인기 있었던 타이토의 고전 게임들을 모아 모아서 한 곳에 담고 있다는 점에선 기본적으로 같지만, 타이토 메모리즈는 일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통해 수록 게임들을 결정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일본 게이머들을 위한 타이틀이었고, 이번에 발매된 타이토 레전드는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높았던 고전 게임들을 위주로 선별해 담고 있기 때문에 수록된 게임들의 구성 면에선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타이토 레전드는 타이토 메모리즈와는 어떤 다른 고전 게임들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그래픽과 사운드에 대한 평가는 열외!
타이토 레전드는 적게는 13년, 많게는 28년도 더 된 고전 게임들을 종합 선물 세트 형식으로 담고 있는 게임 모음집인 만큼 지금 이 시점에서 그래픽과 사운드를 논하고 평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높아져버린 지금의 눈으로 과거의 고전 게임들을 본다면 당연히 그래픽이고 사운드고 초라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PSP용 타이토 메모리즈 포켓의 '크레이지 벌룬 2005'처럼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로 조금이라도 리뉴얼된 게임이 몇 가지라도 끼어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타이토 레전드에 수록되어 있는 고전 게임들은 일체의 손질 없이 모두 그 옛날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그래픽과 사운드는 본 리뷰에서 평가 열외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순수하게 수록된 게임들의 재미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다. 어차피 이 타이틀을 구입하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코흘리개 시절, 오락실에서 즐겼던 그 당시 고전 게임들의 향수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픽과 사운드가 아무런 변화 없이 고스란히 타이틀에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굳이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단점이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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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게임, '콜로니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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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게임, '엘리베이터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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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게임, '레인보우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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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게임, '스페이스 건'

압도적인 게임 볼륨!! 하지만 생소하다
타이토 레전드에 수록되어 있는 고전 게임의 수는 총 29가지로 지금까지 발매된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게임들을 담고 있다. 이는 38,000원이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좀 더 많은 게임을 즐기며, 좀 더 오랜 시간 그 때 그 시절의 추억과 행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게이머 입장에선 이득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타이토 레전드는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타이틀이다. 먼저 타이토 레전드에 수록되어 있는 29개의 고전 게임 목록을 한 번 살펴보자.

1978 SPACE INVADERS / 스페이스 인베이더
1979 SPACE INVADERS PART 2 / 스페이스 인베이더 파트2
1980 PHEONIX / 피닉스
1981 COLONY 7 / 콜로니 7
1981 ELECTRIC YO-YO / 일렉트릭 요요
1982 JUNGLE HUNT / 정글 헌트
1982 ZOO KEEPER / 주 키퍼
1983 ELEVATOR ACTION / 엘리베이터 액션
1984 GREAT SWORDMAN / 그레이트 소드맨
1985 RETURN OF THE INVADERS / 리턴 오브 더 인베이더
1986 BUBBLE BOBBLE / 버블 보블
1986 GLADIATOR / 글래디에이터 (일본명 : 황금성)
1986 TOKIO / 토키오
1987 EXZISUS / 이그지저스
1987 PLUMP POP / 플럼 팝
1987 RAINBOW ISLANDS / 레인보우 아일랜드
1987 RASTAN / 라스턴
1987 SUPER QIX / 슈퍼 퀵스
1987 OPERATION WOLF / 오퍼레이션 울프
1988 OPERATION THUNDERBOLT / 오퍼레이션 썬더볼트
1988 THE NEW ZEALAND STORY / 뉴질랜드 스토리
1989 BATTLE SHARK / 배틀 샤크
1989 CONTINENTAL CIRCUS / 컨티넨털 서커스
1989 PLOTTING / 플로팅
1989 VOLFIED / 볼피드
1990 SPACE GUN / 스페이스 건
1990 THE NINJA KIDS / 닌자 키즈
1990 THUNDERFOX / 썬더 폭스
1993 TUBE IT / 튜브 잇

.......자, 목록에서 익히 알고 있는 게임이 몇이나 되는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돈이 생겼다 하면 무조건 오락실로 제일 먼저 후다닥 뛰어갔던 필자도 생소하기만 한 게임이 은근히 많다. 이는 타이토 레전드에 수록되어 있는 게임들의 대부분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높았던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북미와 유럽보다는 일본과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사실 타이토 레전드의 수록 게임들은 타이토 메모리즈에 수록되어 있는 게임들보다 상대적으로 생소할 수밖에 없다. 목록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수록된 게임들 중에는 국내에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던 게임도 존재하고, 설령 들어왔었다고 하더라도 자주 볼 수 없었거나 문화적 차이와 취향 문제로 인해 큰 재미를 느끼긴 힘들었던 게임들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고전 게임 모음집이란 형식의 그 목적 자체가 게이머들의 지나간 과거를 향수로써 자극하는데 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이 고전 게임을 찾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때 그 시절의 즐거움과 행복을 새삼스레 추억해보기 위함이지, 결코 고전 게임 그 자체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함은 아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초라하기만 한 그래픽과 볼품없는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는 고전 게임을, 그 것도 단 한 번 본 적도 없는 고전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리 게임 그 자체가 재미있다 하더라도 20년에 달하는 세월의 벽을 넘기에는 고전 게임들의 면모가 너무 초라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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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게임일까? '이그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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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깨기와 비슷한 스타일의 '플럼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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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건슈팅 게임. '오퍼레이션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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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피닉스'

타이토 레전드가 시리즈를 통틀어 29개라는 가장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부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도 황금성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글래디에이터'나 파격적인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닌자 키드'처럼 북미와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게임들과 타이토 메모리즈 시리즈에도 이미 수록된 바 있는 '뉴질랜드 스토리'나 '버블보블' 등의 인기 절정 게임들이 타이토 레전드에도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과연 몇 안 되는 익숙한 고전 게임을 즐기기 위해 본 적도 없는 생소한 고전 게임들이 넘쳐나는 타이토 레전드를 구입할 게이머들이 몇이나 될까? 더더군다나 자신이 이미 타이토 메모리즈를 가지고 있다면? 인기 절정의 고전 게임들은 타이토 메모리즈에도 이미 수록된 바 있기 때문에 타이토 레전드를 구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북미와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몇몇 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뿐인데도 과연 그것을 위해 38,000원이란 가격을 감수하려고 할까? 이렇듯 타이토 레전드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타이틀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수록되어 있는 게임들의 구성 문제로 인해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타이토 메모리즈를 구입하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타이토 레전드가 인기 절정의 고전 게임들을 포함해 더 많은 고전 게임들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 덕분에 좋은 대안이, 일본보다는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높았던 게임들이 더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타이토 레전드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역시 전체를 보면 이런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타이토 레전드의 가치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익숙해야 할 고전 게임들이 익숙치 않다는 것, 이 것이 바로 타이토 레전드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것이고, 이로 인해 타이토 레전드는 타이토 메모리즈만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타이틀로 기억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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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글래디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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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연출이 돋보이는 '닌자 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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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병아리!! '뉴질랜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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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의 국민 게임!! '버블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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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의 명작!! '스페이스 인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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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배틀 샤크'

의미 있는 보너스 요소
타이토 레전드에는 보너스 요소로써 수록된 고전 게임들의 발매 당시 포스터와 게임 팁, 그리고 '버블보블'과 '레인보우 아일랜드' 등의 게임을 개발한 미쓰지 후키오와 '스페이스 인베이더' 시리즈를 개발한 니시카도 토모히로의 인터뷰 영상이 담겨 있다. 타이토 메모리즈 시리즈에는 별책부록으로 딸려 있던 보너스 요소들이 타이토 레전드에선 아예 DVD 속에 포함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게임 업계에선 전설로 통하는 두 개발자의 인터뷰 영상까지 보너스로 추가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비록 실질적인 게임의 재미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지만 발매 당시의 포스터와 게임 팁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좀 더 깊이 추억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과거 우리들을 열광하게 했던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게임의 개발 동기나 컨셉 등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은 그 때 그 시절, 우리가 왜, 무엇 때문에 그 게임에 열광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굳이 타이토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보너스 요소들은 게임 그 이상의 의미로써 게이머들에게 분명 깊은 만족감을 선사해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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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스토리'의 발매 당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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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보블'의 개발자 미쓰지 후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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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개발자 니시카도 토모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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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영어지만 타이토의 역사도 돌아볼 수 있다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세월이 흘러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게임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다. 10년이 흐르고, 또 10년이 흘렀다 하더라도 지금의 게임이 결코 그 옛날 그 시절의 게임보다 단호하게 재미있다고 말할 순 없다. 게임의 재미란, 화려한 그래픽이나 웅장한 사운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게임 그 자체의 재미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옛날 그 시절의 게임을 잊지 못하고 추억하는 이유는 철 없던 어린 시절,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었던 게임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토 레전드는 그런 의미에서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역시 값진 타이틀이 될 것이다. 수록된 게임들의 구성이 다소 생소할 순 있겠지만, 걔 중에는 분명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게임들도 존재하고, 생소하지만 그 시절에 이런 게임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을 선사하는 게임들도 분명 존재한다. 단지 이전에 발매된 타이토 메모리즈에 비해 그런 게임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리뷰를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 있다면, 타이토 레전드는 당신에게 그 때 그 시절의 즐거움과 행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줄 값진 타이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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