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지 못할거면 차라리 성형이라도 해라!

요즘 연예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성형과 쌩얼(화장을 안한 맨 얼굴을 칭하는 인터넷 용어)이라고 할 수 있다. 심심하면 어떤 스타의 깜짝 성형 고백이 터지고 아니면 기초화장도 안한 맨얼굴이 본의 아니게 공개돼 네티즌들을 놀라게 하거나 혹은 경악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것과 관련된 유머도 많이 생기고 성형을 안하거나 맨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 미모를 잃지 않는 자연 미인들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좋아진 상태다. 예전처럼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형임을 당당히 고백하고 예전보다 훨씬 멋진 모습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이런 현상은 게임 쪽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게임성이 다 거기서 거기다보니 예전에 인기 있었던 게임을 그래픽 부분만 성형(리메이크)해서 다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물론 게임이라는 게 그래픽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예전의 멋진 추억을 참혹하게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은 완벽한 성형으로 예전의 추억을 120% 살려주기도 한다.

* 환골탈태. 이정도면 성형 할만하네~~

리메이크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을 떠올리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스퀘어에닉스(정확히는 에닉스)의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다. 이들은 최신작을 하나 발표한 뒤 그 엔진을 바탕으로 예전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보통 리메이크 작품들이 동영상이나 던전, 혹은 이벤트 정도 추가하는데 그치는데 반해 완전히 다시 만드는 수준이기 때문에 대단히 높은 판매량을 보여줬다. 보통 대박 게임의 판단 기준이 100만장 정도인데 '드래곤퀘스트5' 리메이크는 일본에서만 150만장을 넘겼으니 그 인기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스퀘어와 에닉스가 합병이 됐기 때문인지 '파이널 판타지3'도 NDS로 플랫폼을 옮겨 완전 다른 그래픽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까지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기종을 바꾸면서도 거의 그대로 이식만 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완전 3D로 다시 만들어져 물량이 없어 팔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 외에도 '바이오하자드' 1편을 다시 만든 '바이오하자드 리버스', '이스' 1, 2편을 다시 리메이크한 '이스 이터널' 1, 2 등이 잘된 리메이크 작품으로 꼽힌다. 그리고 GBA용 '슈퍼로봇대전OG'를 PS2로 리메이크한 '슈퍼로봇대전OGs', PS용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를 PS2로 리메이크한 동명의 작품도 뛰어난 그래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이 있겠지만 이 정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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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왜 했니? 아니 하긴 한거니?

많은 팬들을 양산시킨 훌륭한 게임성과 최신 그래픽 기술이 만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좋은 판매량을 보여주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리메이크가 이뤄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그래픽 리메이크의 경우에는 거의 신작을 만드는 것과 같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되다보니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괜히 잘못 만들었다가는 원작 팬들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 그래서인지 리메이크보다는 안전하게 원작 그대로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기는 완전 이식이 더 많은 편인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이번 3편의 경우에는 에닉스의 합병으로 인해 정신을 차렸는지 완전 이식을 했는데 그래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특히 7편의 리메이크 요구가 대단히 많아지고 있다. 그럼 리메이크를 해서 실패한 작품은 없을까? 물론 있다. 아니 많은 편이다. 요즘 PSP로 리메이크된 작품들은 PSP의 엄청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성의 없이 가로폭만 늘리는 등 원작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그래픽이 향상되더라도 어이없는 로딩 타임을 선보여 대부분 좋은 판매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테일즈 오브 이터니아'가 체면치례를 했다) 그리고 '이스3'의 리메이크 작품도 리메이크의 대표적인 실패작이라고 볼 수 있다. PC판인 '페르가나의 맹세'는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PS2로 이식된 작품인 '원더러즈 프롬 이스'의 경우에는 일본 유명 잡지인 패미통에서 40점 만점에 19점이라는 인상적인 점수를 받았다. 이렇게 점수가 낮은 것은 볼륨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 정도라면 옛날 추억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이 외에도 '삼국지' 1편을 리메이크한 '삼국지 리턴즈'도 유명한 실패 사례. 리메이크를 하려던 다 할 것이지 인물 사진만 3D로 바꾸는 어설픈 리메이크로 삼국지 시리즈답지 않게 참혹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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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 하면 대박일 것 같은 게임들?

제작사 쪽에서는 잘하면 중간, 못하면 쪽박에다 그동안 좋았던 원작의 명성에 까지 영향을 주니 리메이크를 꺼려 하지만 특색 없는 요즘 신작들에 지친 게이머들은 과거의 명작을 부활시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게임동아에서는 그 중 대표적인 몇 개 작품을 뽑아봤다. 여기서 선정된 작품들은 각종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해 기자 마음대로 선정한 작품들이다.

<파이널 판타지 7>

아마 인터넷에서 리메이크 관련 검색을 해보면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7'일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성도 대단하지만 소니와 닌텐도의 게임기 시장 전쟁에서 소니가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도록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난 E3 2005에서 공개됐던 PS3의 성능 과시를 위한 기술 데모 동영상이다. PS3의 성능을 구경하러 갔던 게이머들은 영화와 버금가는 8등신으로 되살아난 에어리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스퀘어에닉스에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를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다. 스퀘어에닉스 측에서는 아직 입장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창세기전2>

'창세기전2' 역시 '파이널 판타지7'과 거의 비슷한, 아니 국내 쪽만 따지면 더 많이 리메이크를 바라고 있는 타이틀이다. 지금은 소프트맥스가 '마그나카르타' 쪽에 올인을 하고 있지만 소프트맥스라는 이름을 게이머들의 뇌리 속에 각인시킨 것은 바로 이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쯤 소프트맥스가 '창세기전2'를 리메이크 못하는 이유가 판권을 다른 회사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게이머들이 얼마나 '창세기전2'의 리메이크를 바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크로노 트리거>

역시 롤플레잉 게임의 명가답게 스퀘어에닉스 작품이 두 개나 선정됐다. '크로노 트리거'는 슈퍼패미콤으로 등장한 게임으로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잊지 못할 작품일 것이다. 지금이야 합병을 했지만 당시 라이벌이었던 스퀘어와 에닉스가 힘을 합쳐 '파이널 판타지'의 사카구치 히로노부, '드래곤 퀘스트'의 호리이 유지,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라는 그야말로 드림팀이 구성돼 만들어진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PS로 '크로노 크로스'라는 후속작이 만들어져 이것 역시 대박을 터트렸는데 '크로노 크로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후속작이 없어 팬들이 '크로노 트리거'를 3D로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작업은 스퀘어에닉스 측의 항의로 인해 중단됐는데 이것을 보면 스퀘어에닉스가 리메이크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이트데이>

리메이크하면 손노리의 '화이트데이'도 빠지지 않는다. 와레즈로 인해 완전히 망한 타이틀이긴 하지만 해외까지 다 치더라도 이만큼 무서운 공포 게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을 항상 쫓아오는 수위는 '바이오하자드3'의 추격자(네메시스)보다 더 무서워 '임산부와 어린이는 이 게임을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손노리가 그동안의 배신감 때문인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이외에는 리메이크를 하지 않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리메이크가 됐으면 하는 팬들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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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신하게 만들지 못할 거면 차라리 리메이크를 제대로 해라!

이 외에도 조조전으로 맥락이 끊긴 '삼국지 영걸전' 시리즈, 아직도 고전 게임 사이트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퍼스트퀸4', 팬들에 의해서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는 롤플레잉 게임의 교과서 '울티마' 시리즈, 전략과 경영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마약 이상의 중독성을 보여줬던 'X-COM' 등 리메이크 됐으면 하는 타이틀은 굉장히 많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작들이 나온다면 그것이 가장 최고이겠지만 대부분의 신작들이 판매량 때문인지 모험을 하지 않고 비슷비슷한 모습만을 보여줘 차라리 옛날 게임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리메이크가 됐으면 하는 타이틀의 대부분은 제작사가 없어졌거나, 재정문제, 아니면 판매량 등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이유로 인해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을 다시 찾아보면서 예전에 얼마나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는지를 추억한다면 비록 리메이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즐거운 게임 라이프를 위한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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