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07-2 여야 하지 않았을까..?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바르셀로나의 탈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AS 로마 7:1 대파, 프리미어 리그 3개 클럽 4강 안착, 트레블을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동반 탈락, 리버풀과 AC밀란의 결승전 등 다양한 볼거리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챔피언스 리그가 게임으로도 나왔습니다. 'UEFA Champions League 2006 - 2007'(이하 챔스)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 게임을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시뮬레이션도 돌려볼 겸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챔스에 한번 빠져 보시겄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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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


양날의 칼 그래픽

챔스는 두개의 그래픽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반 플레이에선 답답하게 느껴지는 플레이 화면과 리플레이에선 세밀하고 현실감 넘치는 모션. 리플레이 장면만 보면 현실적인 잔디 묘사와 선수들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박진감 넘치는 동작 등 TV 중계보다 더 생생한 화면에 저절로 감탄하게 되지만 실제 경기 장면에서는 리플레이 장면에서 생긴 감동이 싹 사라집니다. 물론 차세대 게임기라고 하는 Xbox360이니만큼 일반 플레이 장면도 기존 게임의 그래픽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솔직히 이전에 나온 XBOX360용 축구 게임인 위닝일레븐X와도 비교가 안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느리다는 것. 선수들의 움직임을 현실과 비슷하게 묘사하기 위해 세부 동작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경기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 한창일 때, 시뮬레이션을 경기당 20경기씩 돌려봤는데, 하염없이 졸았습니다. 새벽 2, 3시에도 거뜬하게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열혈 축구팬인 제가요. -_-;; 물론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간이 보여주는 리플레이 시에나 세세하게 묘사된 모션을 보여주어 보는 맛을 즐겁게 해주었을 뿐, 대부분의 플레이는 눈꺼풀을 무겁게 했습니다. 확대해서 볼 때의 모션은 잘 돼있어서 드리블 때나 공중볼을 다툴 때, 몸의 중심 이동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각 관절들에 대한 모션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2명의 수비수가 막아서자 그 틈으로 흘러간 공을 끝까지 어깨싸움하며 토킥(toe kick : 발끝, 발가락으로 차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모습, 자신에게 오는 공중볼을 접근하는 수비수 때문에 아웃 프런트(발 바깥쪽)로 수비수의 반대편으로 매끈하게 연결하는 모습 등 실제 경기에서 있음직한 모션들이 게임 속에서도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러한 모션은 리플레이시나 카메라 확대 시에만 볼 수 있고, 리플레이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를 선수에 맞춰 확대하면 경기에 지장이 있으니 쿼터뷰 정도로 플레이를 하면 너무 많은 모션에서 생기는 프레임을 처리하지 못하는 Xbox360 스펙의 한계로 경기가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챔스의 참 재미는 경기 후 리플레이로 전 경기를 돌려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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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플레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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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링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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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찬 후의 다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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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찬 선수는 물론 수비수까지 모션은 모두 좋다

얼티밋 모드

스포츠 게임에서의 큰 재미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축구 게임의 경우엔 이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스페인의 프리메 라 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등 세계 빅 3라고 부르는 해외의 프로 리그나 월드컵, 챔피언스 리그 등에서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슈퍼스타들을 내가 조종하며 경기를 치룰 수 있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재미는 금방 질리기 마련입니다. 몇 경기 뛰어보면 간접 체험에서 오는 대리만족도 많이 수그러들죠. 그래서 나만의 선수나 팀을 만들어 세계의 강호들과 경기를 벌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겁니다. 챔스엔 그러한 요소가 상당히 잘 들어가 있습니다. 얼티밋 모드를 통해 나만의 팀을 생성하여 다양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플레이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나만의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매력이 없습니다. 무분별한 반복 플레이만을 강요하는 모드라면 없느니만 못하죠. 하지만 얼티밋 모드는 계속적으로 플레이 할 요소를 잘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선 얼티밋 모드를 통해 팀을 생성하면 게이머에게 레벨이 주어집니다. 경기를 플레이하며 승리를 할 때면 경험치가 쌓이며 레벨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 레벨은 선수, 감독, 코치, 아이템 등 카드로 이루어진 얼티밋 모드의 요소들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됩니다. 카드는 주머니에 들어있어 금, 은, 동의 3가지 주머니중 하나를 골라 무작위로 카드를 받게 되는데, 레벨에 따라 각 주머니의 제한이 풀리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금색의 주머니에 좋은 카드들이 들어있기에 레벨을 올려야 하는 당위성까지 제공해줍니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얼티밋 모드를 칭찬하고 싶은 점은 얼티밋 모드에서 생성한 팀으로 하는 모든 경기가 그 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싱글 플레이로 하는 얼티밋 모드는 물론이요, Xbox Live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 경기를 해도 영향을 받습니다. 피로도, 부상, 승패 결과 등이 그대로 저장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만의 팀을 만들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나만의 팀으로 하는 모든 플레이가 저장이 된다는 요소는 어쩌면 앞으로의 스포츠 게임들에 들어갈 나만의 팀 모드가 향해야 할 지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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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이루어진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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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얻은 포인트로 구입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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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 느리다고!

게임 자체는 Xbox360에 잘 컨버전 되어 뛰어난 적응성을 자랑합니다. 로딩도 딱히 길다고 생각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경기 시작 시나 경기 중 선수 교체, 리플레이 등의 화면 전환에 있어 쓸데없는 화면이 많이 들어가 지루함을 느끼게 합니다. 챔스에선 화면 전환이 있을 때면, 까만 바탕에 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화면 전환이 이루어지죠. 화면이 휙휙~ 전환된다면 게이머에게 어지러움을 주어 나름 배려를 한 것일 수도 있으나, 필자 생각엔 쓸데없는 배려인 것 같습니다. 모델링은 형편없이 해놓고, 무슨 선수를 그렇게 보여주려 노력하는지.... 적어도 S 클래스의 선수들은 척! 하면 딱! 알아볼 수 있게 해놓고 보여주든가!! 화면 전환이 너무 많아 전체적인 플레이 흐름이 느리게 느껴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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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화면 1 나가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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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화면 2 관중석 한번 보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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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화면 3 들어오는 선수

엥, 왠 PS3 광고..?

실제 축구 경기장에 가거나 중계를 보면 축구장의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광고판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팀이나 협회에 후원하는 업체들의 광고죠. 챔스 역시 이러한 요소를 잘 살려 다양한 광고판을 게임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웃기는 것은 챔스 게임 내에서 플레이스테이션3의 광고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제작사가 너무 무신경한 것일까요? 아님 MS의 여유일까요?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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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판넬에 보이는 PS3 광고판


피파 07 - 2였어야 했다

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경기를 돌렸었다는 얘기했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공식 게임인 만큼 실제의 챔피언스리그의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60여 경기를 시뮬레이션 돌려봤으나.. 참 재미도 없고.. 너무도 뻔하게 가더군요. 팀 별 수치를 보면 AC밀란과 맨체스터 사이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첼시와 리버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만큼 경기는 상당히 팽팽하게 진행이 되는데 긴장의 끈은 계속 놓은 채 팽팽하게 진행돼 문제입니다. 어떤 의외의 상황도 없이.. 참으로 뻔하게 가더군요. 그리고 데이터도 황당합니다. 꽤 오랜 시간을 하강세 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 사하가 전체 20 경기 중 득점왕을 차지하는가 하면, 루니는 20 경기 중 2골에 그쳤습니다. AC밀란에서도 스트라이커의 역할 못한다고 핀잔을 듣는 질라르디노가 3골로 팀 내 득점왕을 차지했고, 밀란의 키플레이어 카카는 플레이 자체도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골도 1골이 전부였습니다. 첼시와 리버풀의 경기도 쉐브첸코가 5골로 득점왕, 드록바나 죠 콜, 람파드는 그저 그런 플레이로 일관할 뿐... 리버풀 역시 제라드나 크라우치가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대부분의 경기를 첼시에 끌려다녔습니다. 스포츠 중 가장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종목은 야구입니다. 야구팬들은 기록 분석하는 재미를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하죠. 축구도 어느 정도는 기록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보다는 의외성에 의한 승부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챔스에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60 경기 중 의외의 상황이었던 것은 단 한번. 피를로의 프리킥 골 뿐. 이런식으로 모든 경기가 치러진다면 축구팬으로서 챔스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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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락이 싫은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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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키 플레이어가 발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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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챔스는 그렇게 못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그래픽은 단연 지금까지 등장한 축구 게임 중에서 가장 세밀하고, 얼티밋 모드 등 게임 플레이 자체도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XBOX360으로 등장한 최고의 축구 게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요. 특히 챔피언스리그 공식 게임이라는 이름은 좀... 필자가 빠른 템포의 축구 게임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느린 템포의 경기도 마음에 들지 않고, 어째서 공식 게임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어이없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게임의 재미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니 게임에 대한 평가는 이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필자와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구입하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후속작은 좋아지길 바라며 이상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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