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만 좋아선 'NO', '게임성'으로 승부하라

인간의 오감(五感)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시각이다. 길거리에 예쁜 아가씨가 지나간다면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가는 것처럼 인간은 시각적인 자극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게임 역시 이러한 시각적인 면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게이머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전달 해주느냐에 따라 게임의 내용을 보다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할 때 가장 주체가 되는 것은 그래픽적인 부분이었다. 흑백의 점들로 이루어져 형태만 겨우 구분할 수 있었던 캐릭터에서 칼라 도트로 이루어진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그리고 이제는 실제 사람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꾸며진 '얼짱' 캐릭터들이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게임업계는 게임이 완성되기도 전에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을 공개해 게이머들에게 시각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고, 그러한 것들이 일반화되어 거대한 게임쇼에서 공개되는 짤막한 동영상 하나에 울고 웃는 게이머들 또한 생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픽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국내 게임업계 내에서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발매되는 게임들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그래픽만으로는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리니지2'가 발매될 때만 해도 '리니지2'의 화려한 그래픽 때문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였으며, 웹젠에서 선보인 'SUN' 역시 첫 공개 회장에서는 '콘솔 게임을 뛰어넘는 그래픽'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높은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이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웬만한 규모의 MMORPG는 'SUN' '제라' 정도의 그래픽 퀄리티를 갖추게 됐고,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고사양을 바탕으로한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소수의 게임들이 게이머의 눈을 만족 시키는 시대는 지나가버린 것이다. 얼마 전에 개최된 '지스타 2006'의 경우 '아이온'과 '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대작들이 기선을 제압하긴 했지만, 그 외의 온라인 게임들도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선보여 더 이상 그래픽만으로는 승부하기 힘들다는 흐름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까다로워진 게이머들의 취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선택할 때 화려한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가 제일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기획력과 게임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최신 그래픽 기술로 무장한 '그라나도 에스파다' 'SUN' '제라'가 전부 실패를 거두고 2003년, 2005년에 출시됐지만 철저한 기획력과 게임성을 갖춘 '리니지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아직도 국내 MMORPG을 이끌고 있는 현실은 이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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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 역시 온라인 게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충격적인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을 열광시킨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는 7편부터 3D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다. 특히 8편의 경우 많은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무도회 댄스 장면, 10편에서는 티더와 유우나의 애절한 영상, 10-2에서는 세 여주인공들의 화려한 모습으로 게이머들을 흡족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판매량은 9편 이후로 점점 줄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 8편이 400만장(각각 380만, 400만장)에 가까운 대기록을 세운 반면 9, 10은 290만장, 320만장을 기록했고 최신작인 12편은 200만장을 기록하면서 뛰어난 그래픽에 비교해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물론 일본 내 콘솔 게임 시장의 불황 여파도 있겠지만 그래픽만 화려해지고 게임성 자체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며 구매를 꺼리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과거의 명작 3편과 5편을 휴대용으로 이식한 작품이 각각 50만장, 2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게이머는 "2D 그래픽이지만 최근 작품들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게임성을 갖추고 있다보니 리메이크가 되도 다시 플레이 하게 된다.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 보다는 게임 자체가 지닌 매력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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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게임 시장 속에서 더 이상 '그래픽만' 뛰어난 게임이 살아남기는 어렵게 됐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경쟁작들이 있는데다가 이제는 그래픽보다 철저한 기획력과 독특한 게임성을 갖춘 게임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그래픽'도' 뛰어나고 게임성도 갖춘 게임들만이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해외 개발사들의 노하우와 튼튼한 개발력을 바탕으로한 게임들이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고, 일본 역시 콘솔 게임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에 뛰어들 태세다. 이러한 게임들이 하나 둘씩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면 외관만 하려한 국내 게임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게이머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래픽만으로는 어렵다. 그래픽은 물론 차별화된 게임성을 갖춰야만 험난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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