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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진정한 성인게임은 야한게임 아니다

김남규

죽은 이들을 위한 미사곡을 뜻하는 '레퀴엠'. 얼핏 들으면 평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단어를 제목으로 삼은 게임이 있다. 바로 성인용 하드코어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그라비티의 '레퀴엠'이다.

'레퀴엠'은 그라비티가 '라그나로크'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2003년에 개발을 시작한 게임으로 3년이라는 오랜 준비 기간을 드디어 마치고 2007년 초에 대중에게 첫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레퀴엠'의 개발을 총괄해온 그라비티 윤상진PD는 "그동안 국내에는 진정한 성인을 위한 온라인 게임은 없었다"며 "'레퀴엠'을 통해 진정으로 성인들이 원하는 게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 왜 성인 하드코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을 선택했나

게임을 즐기는 주된 연령층을 따져보면 성인층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국내 분위기상 게임은 아이들이나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 윤PD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성인 하드코어 롤플레잉 온라인 장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라비티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라비티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대부분 저 연령층이니 성인 시장도 공략해야죠"

윤PD의 말에 따르면 게임 컨셉을 잡을 때 그라비티의 주력 게임인 '라그나로크'와 '라그나로크2'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같은 회사 게임끼리의 경쟁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는 것.

윤PD는 2007년은 '라그나로크2'와 '레퀴엠'으로 전 연령층을 모두 공략하는 그라비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드코어의 개념을 잡는 것부터 어려웠다

레퀴엠의 개발 기간은 약 3년으로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오래 걸린 축에 속한다. 윤PD는 '레퀴엠'의 개발 기간이 길었던 것은 모든 것을 '무'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이기 때문에 참고할 자료도 없었고,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자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성인 하드코어 롤플레잉 온라인에 대한 팀원들의 생각을 통일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했죠"

윤PD는 보통 하드코어라는 단어는 성인비디오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팀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떠올려 '레퀴엠'만의 색깔을 확립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성인용 게임들은 대부분 성적인 요소를 많이 강조했지만 '레퀴엠'에서는 성적인 요소를 줄이고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더 강조하고 싶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만들었다가 지우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게 돼 결국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성적인 요소만 성인문화가 아니다

그럼 윤PD는 왜 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을까? 그는 그동안 성인 게임이라고 등장했던 게임들이 대부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바로 성적인 요소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명 성적인 요소가 성인문화의 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들이 더 관심 있는 것은 오히려 정치나 경제 같이 돈과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야한 거 만들면 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중고생들이 더 관심을 보이죠"

그는 성적인 요소는 '남녀노소' 중 '남'만 좋아하는 것이라며 전체 시장의 1/4만을 타켓으로 하는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레퀴엠'의 목표는 성인들의 감춰진 욕망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해주는 것이다. '쏘우' '스크림'처럼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얘기.

윤PD는 성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야한 게임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것

"하드코어의 핵심은 사실성입니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진짜 사실적이어야만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죠"

윤PD는 공포영화도 사실적이어야만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레퀴엠'의 핵심도 바로 사실성이라고 말했다.

이런 윤PD가 '레퀴엠'의 사실성을 위해 준비한 것은 바로 하복 엔진이다. 하복 엔진은 FPS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물리 엔진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레퀴엠'이 자랑하는 '사지절단' 시스템도 바로 하복 엔진의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이머가 몬스터로 변신할 수 있는 빙의수 시스템을 통해 대상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화끈하고 잔혹한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게임 내에 시간 개념이 존재해 시간에 따라 필드의 연출이 달라지고 몬스터의 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시간 개념은 NPC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면 농부NPC의 경우 아침에는 강으로 물을 길으러 갔다가 오전에 논으로 일을 하러 가고 밤에는 집에서 가서 잠을 자는 것. 때문에 NPC를 찾는 것에도 재미를 느끼게 되며 결과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레퀴엠' 세계에서 생활하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해 '레퀴엠'의 세계에서는 게이머가 주인공이 아니라 일부분인 것이다.

*심의 걱정을 많이 했었다

아무리 성인만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잔혹함은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 영화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게임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한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심의 걱정이야 당연히 했죠. 솔직히 과거 영등위 시절에는 영등위와 싸움까지 각오했습니다"

윤PD는 심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심의를 의식해 게임을 어중간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이런 장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PD의 귀가 솔깃할만한 소식이 최근 발표됐다. 영등위에서 게임위로 바뀌면서 그동안 폭력성 때문에 발매되지 못한 모탈컴뱃과 GTA에도 등급을 부여하겠다는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윤PD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며, 게임위의 입장 변화에 무척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7년에는 '라그나로크2'와 함께 전 연령층을 그라비티의 팬으로 만들겠다

"저연령층은 '라그나로크2', 성인은 '레퀴엠'. 2007년에는 두 게임이 게임 시장을 장악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2007년을 말하는 윤PD의 말투에는 힘이 넘쳤다.

윤PD의 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내년 초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연 '레퀴엠'이 2007년을 주도하는 게임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진정한 성인용 게임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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