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PC 온라인 게임은 비디오게임처럼 못 만드나?

국내 PC 온라인 게임 광고를 보다 보면 심심치않게 '비디오 게임 같은 화려함'이나 '콘솔 급 퀄리티' 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런 문구는 국내의 PC 온라인 게임들이 아직까지도 Xbox360이나 PS3 등 전문 비디오 게임 보다 액션성 등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예전부터 콘솔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 중에서는 아직까지 정적인 PC 온라인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콘솔 게임만 고집하는 부류가 있을 정도다. 또 PC 온라인 게이머 중에서도 콘솔 게임을 보며 '왜 PC에서는 저렇게 안되지?' 하고 부러워하는 게이머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기술력을 가진 국내 PC 온라인 개발사가 왜 해외 게임기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으며, 또 온라인 게임을 그정도 퀄리티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게임동아에서는 국내 주요 개발사들의 개발자들을 만나 그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국내 개발사의 상대적으로 약한 개발 노하우>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콘솔 게임의 퀄리티를 쫓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짧은 기간 동안의 개발 노하우'를 꼽았다.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는 20년이 넘게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축척되어 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10년도 채 안되었다는 것.

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타크래프트'의 범 국민적인 인기로 PC방이 대거 등장한 98년도 이후부터야 게임 개발이 활성화되고, 2000년도에 이르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게임 개발 노하우가 아직까지 해외에 비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발 프로세스 부분. 수십 개 나라에 게임을 수출한 게임 개발사의 한 직원은 "각자 자기 파트의 일은 열심히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업무 분야에 무관심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직원은 "원화는 그냥 자기취향의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고, 3D쪽은 기획과 원화가 시키는 대로 작업하고, 기획자는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심없이 엄한 시나리오만 쓰고, 결국 그걸 갖고 게임을 조립하는 건 프로그래머"라고 말하면서 "해외의 경우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고 업무의 분업화 라든가 제작 프로세스의 정립 부분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선진화 되어있다"고 말했다.

< 맨 파워의 문제 : 적은 리소스 활용의 부족>

또 하나의 문제로 개발자들은 '최적화 능력 부족'을 다음 문제로 꼽았다. 콘솔에 비해 화려한 넉넉한 스펙의 PC기반으로 게임개발 공부를 했던 국내 PC게임 개발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를 갖고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콘솔게임 개발'을 해왔던 해외 개발자들에 비해 최적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예를 들어 PC에서는 256메가 정도의 메모리를 사용해 개발하면 될 것을 PS2로는 32메가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개발 스펙만 보고도 기겁을 하는 국내 개발사들이 많다는 게 정론이다. 따라서 같은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최적화 능력의 차이로 해외 개발사들이 더 적은 용량과 퍼포먼스를 가지고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하우를 축척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현재 대부분 관리자로 빠져있는 것도 '저 퀄리티의 원인'이 되고 있다. DOS 시절부터 꾸준히 게임개발을 해왔던 1세대 개발자들의 경우 탁월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현재 관리자로 빠져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이유로 국내 개발사 중에서는 판타그램, 엔씨소프트 등 몇몇 제작사 외에는 해외 유력 게임제작사와 같은 퀄리티의 게임을 낼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았다.

< PC의 퍼포먼스 부족의 문제>

원론적인 문제로 개발자들은 PC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콘솔 게임기보다 높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콘솔은 원래 게임전용이기 때문에 모든 PC 하드웨어 및 OS 리소스가 게임 쪽에 최적화되어있는 반면, PC의 경우 인터넷, 메신저 ,사무용도 등등 모든 경우를 고려해서 하드웨어 및 OS 리소스가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같은 기능을 써도 느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PC용으로 개발을 할 때에도 여러 게이머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접속을 해야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고의 사양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높은 퀄리티를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약 3-4년 전에 나온 그래픽 카드를 최적사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 빠른 세계적 흐름에 유연히 대처해야>

질문에 참여한 한 개발자들은 위의 세 가지 문제를 들면서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의 차이를 말했고, 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콘솔 게임기로 게임을 제작하지 못하는 이유도 함께 논의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세계적으로 PS3와 Xbox360 등 '콘솔의 온라인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의 개발사들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게임 관계자는 "개발 노하우가 뛰어난 많은 해외 제작사들이 PC 및 콘솔로 온라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 개발사도 한층 강화된 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또 콘솔과 PC 온라인 게임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는 만큼 국내 개발사들도 세계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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