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진격하는 닌텐도, 'NDSL 성공할까'

2007년 1월18일 닌텐도 NDSL 정식 발매, '비디오 게임의 불모지'라고 불리 우는 한국의 '잠재된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닌텐도가 실력행사를 시작했다.

지난 9일 서울 W호텔에서 열린 '런칭 컨퍼런스'는 닌텐도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한번에 알 수 있는 행사였다. 코다 한국닌텐도 대표는 '현지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유명 게임의 '한글화'에 대해 강조했으며, 국내 개발사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한국 오리지널' 게임 개발을 돕겠다고 말했다. 특히 코다 대표는 '지난 5년간 한국 시장을 계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며 국내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코다 대표가 말한 대로 한국 개발사들 중 NDSL을 선택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고, TV나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 '장동건 CF'가 나오면서 NDSL을 조금씩 알아가는 사람들이 느는 것도 체감할 수 있다. 한글화 타이틀 가격도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 초반으로 잡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러한 닌텐도의 적극적인 모습은 과거의 전례를 볼 때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닌텐도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시장에 대해 조금의 특혜도 주지 않았다. 게임 타이틀의 가격은 보통 5만원이 넘어갔고, 한글화 타이틀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닌텐도의 모습에 분개하는 게이머들도 많았지만, '게임 타이틀이 1천장도 판매되기 어려운 시장이 한국인데, 어떻게 하겠냐'며 이해한다는 게이머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닌텐도는 기지개를 펴고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한국닌텐도가 설립되고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잡히고 있다.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지만 소니의 PS2 조차 고전하고 있는 한국의 게임시장, 과연 닌텐도가 내놓은 NDSL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 닌텐도의 전략, 게임 인구의 확대>

'연령과 성별, 게임의 지식유무를 불문하는 게임을 내겠다'는 닌텐도의 전략은 일본 및 전 세계에서 이미 확고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NDS(L)은 소니사의 PSP를 누르고 전세계 3천3백만 대 판매가 이루어졌고, '뇌단련' 타이틀의 경우 1천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그 외에 '드래곤 퀘스트9' 등 유명 게임 타이틀이 잇따라 NDSL로의 출시를 발표하면서 NDSL의 입지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닌텐도의 코다 대표 또한 컨퍼런스에서 '게임 인구의 확대'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일본내 자사 회원들을 조사해봤을 때 30%까지 여성의 비율이 올라갔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코다 대표는 3-40대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그러한 닌텐도의 전략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져갈 전망이다. 결국 타겟은 닌텐도에 충성하고 있는 국내 마니아층이 아니라 '아직 게임을 즐기지 않는 층'일 것. 첫 출시 타이틀이 '뇌단련'과 '영어 삼매경'으로 교육용 타이틀인 것도, 장동건 CF도 다 그런 점에서 바라보면 일맥상통한다. NDSL의 컴팩트한 디자인과 저가격, 여기에 인기 연예인을 접목시키고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자극한다는 것이 닌텐도가 행하고 있는 한국시장 진입의 첫 번째 작전인 것이다.

|

---|---

< NDSL 온라인 게임의 성공, 한국 시장의 재발견>

그렇다면 이렇게 진입작전을 시작한 후 닌텐도의 다음 작전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흡수일 것이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네트워크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고, 생활 속에 온라인 게임이 녹아있는 한국의 시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닌텐도가 그러한 점을 간과할리가 없다.

닌텐도는 이미 국내의 제작사인 넥슨과 '메이플 스토리DS' 계약을 함으로써 그 첫 번째 물꼬를 텄다. '메이플 스토리'는 전세계 5천만 명이 즐기고 있는 어린이용 온라인 MMORPG로 NDSL로도 큰 판매 성과가 예상되는 타이틀. 관계자들은 넥슨을 비롯해 더 많은 국내 온라인 게임사가 닌텐도와 계약을 맺고 NDSL 용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관계자들이 이렇게 관측하는 이유는 이미 닌텐도가 2005년 7월부터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함께 '차세대 휴대게임개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내 개발사들에게 손을 벌려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닌텐도 서드파티가 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왜 한국의 업체들에게 이렇게 닌텐도가 관대한 것일까.

이는 일본에서 NDSL용으로 발매된 '동물의 숲'이나 '마리오 카트' 등 멀티 플레이 가능 게임들이 발매 첫 주에 30만장이 넘게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점과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탁월한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운영 노하우 때문이다. 즉, 닌텐도는 한국 개발사들이 더 '온라인에 적합한' 게임을 NDSL로 개발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 국내 온라인 시장 진입과 세계로의 진출>

한국닌텐도는 컨퍼런스에서 국내 개발사들이 게임을 개발하면 자신들이 직접 본사(닌텐도)를 통해 해외로 마케팅 및 판매를 전담한다고 발표했다. '메이플스토리D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근거리 통신 밖에 되지 않는 NDSL로 어떻게 원거리 온라인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것일까? 일본의 경우 닌텐도는 3800엔 가격의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를 출시했다. 이 어댑터를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PC에 꼽기만 하면 NDSL의 WIFI 신호를 타고 전세계 게이머들과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어댑터가 없더라도 무선랜 공유기 중에 NDSL과 호환되는 공유기가 있으면 설정을 해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한국닌텐도는 '세계에서 약 200만 명의 게이머들이 온라인으로 원거리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도 이와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넥슨의 한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DS'를 원거리 온라인 게임으로 즐기려면 SKT나 KTF 등 무선 이동통신사에서 제작한 별도의 칩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즉, 한국에서도 별도의 무선랜 공유기나 아니면 SKT나 KTF에서 제작한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생각하면 SKT의 T로그인이 NDSL에 접목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T로그인과 호환된다면 진정으로 거리에서 자유롭게 NDSL을 들고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러한 '메이플스토리DS' 등의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 국내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세계로 나아갈 계획이다. 한국은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NDSL 온라인 게임의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얘기가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

|

---|---

< 리테일러들 환영, 과연 성공할까>

장동건 CF 등 현재까지 보이는 한국닌텐도의 행보는 매우 계획적이고 인상 깊다. 무엇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한글화에 신경을 쓴다는 점도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섭렵하기에 충분하다. 용산 등지의 리테일러들도 'NDSL이 꾸준히 잘 팔릴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내 10만대의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들이 연거푸 개발되면 틀림없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맹점도 있다. 역시나 한국 게임시장이 '비디오 게임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척박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많이 근절됐지만 불법복제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고, 중고 문제도 완전히 근절되진 않은 상태. 결국 관건은 하드웨어를 얼마나 보급하고 소프트웨어를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팔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발매해도 채 1천장 판매를 확답하기 어려운 시장' 한국, 한국닌텐도의 선전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에 변화가 일어 1만장 이상씩 '뻥뻥' 판매되는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조용히 기대해본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