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게임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카트라이더'에서 시작된 캐주얼 게임의 열풍이 점차 사그러들면서 캐주얼 게임의 위기론이 계속 되고 있다. '카트라이더'의 성공 이후에 많은 개발사들이 캐주얼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고, 캐주얼 게임은 MMORPG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 받으면서 수많은 캐주얼 게임들이 쏟아져나왔다. 캐주얼 게임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5년과 2006년을 지나면서 유료화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 유료화는 커녕 오픈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사라진 게임들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캐주얼 게임의 위기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캐주얼 게임이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잡기에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일까?

*너도 나도 똑같은 게임, 게이머들은 괴롭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게임이 너무 많이 발매되었다는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인기를 끌자 수많은 레이싱 게임들이 발매 되었고 이후에는 대전 액션, 스포츠 게임을 위주로 다양한 게임들이 발매되었다. 게임계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시기에 편승해 게임을 내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 선발 주자와 후발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좀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고 그만큼 더 게임 시장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과열된 캐주얼 게임 시장은 양적으로만 늘어날 뿐 질적 발전은 하지 못 했다. 캐릭터와 세계관만 다를 뿐 기본적인 게임틀은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게이머들은 여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캐주얼 게임을 외면했다. 비슷한 장르라고 해도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게임은 드물고 가지수만 늘어났기 때문에 염증을 느낀 게이머들이 캐주얼 게임을 떠난 것이다.

가장 큰 예시로 작년에 나름 주목을 받았던 테니스 게임을 손꼽을 수 있다. 약 5종 이상의 테니스 게임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운 캐주얼 게임 열풍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참패하면서 유료화는 커녕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판타지 세계, 롤플레잉 요소 등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했다고 주장하는 게임들이었지만 게이머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기본적인 테니스 게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기존의 콘솔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에 비교하면 캐릭터만 이쁠 뿐 정작 테니스의 묘미는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게임들이 대다수였다. 결국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렇다할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지 못해 게이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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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주얼 게임이 그렇게 쉽게 보였나?

이렇게 편향된 분야로 많은 게임들이 발매되면서 게임의 독창성마저 떨어져 가뜩이나 게이머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캐주얼 게임을 너무 쉽게 생각한 개발사들의 자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공 키워드였던 MMORPG에 비해서 개발 비용도 적고 제작 기간이 짧게 걸리다 보니 간단한 기획을 바탕으로 '후다닥'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난히 많은 게임이 발매됐던 2006년의 경우 한 달에 최소 5개에서 10가지 정도의 게임이 새로 발매될 정도로 캐주얼 게임이 난무한 시기였다. 하지만 게이머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캐주얼 게임은 쉽다'라는 착각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이미 까다로워질대로 까다로워진 게이머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게임의 성공 보다는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한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그저 '구색 맞추기'로 게임을 서비스 하는 경우도 있어 캐주얼 게임의 무분별한 범람을 초래하기도 했다.

* 단순한 캐주얼이 아닌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캐주얼 게임의 문제에는 답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러한 캐주얼 게임의 부진 속에서도 살아남은 게임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예시를 뽑으라면 '오디션'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디션'은 예당온라인이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벅스와 통합 서비스를 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미래가 불투명한' 게임이었다. 지금처럼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아니었고 국내에서조차 비주류의 분류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은 게이머들의 입맛을 맞춘 꾸준한 음원을 제공했고 주 타겟층인 10~20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전용 티비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게이머들이 인기 스타들과 함께 직접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제공했으며, 음원을 제공한 가수들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오디션'은 200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오디션'이 단순히 댄스 게임이라는 인기에 편승해 서비스를 진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물론 어느 정도 댄스 게임 마니아들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 했을 것이다. 끝임없이 게이머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콘텐츠 개발, 그리고 주고객층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 등 차별화된 준비가 '오디션'의 성공 비결일 것이다.


이미 캐주얼 게임 시장의 규모는 무시할 수 없을만큼 커져버렸다. 그리고 2007년에도 새로운 게임들이 계속해서 공개될 것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근래에는 2006년의 화두였던 FPS의 인기를 반영했는지 캐주얼 FPS 게임들이 대거 등장할 분위기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들이 화면을 누비면서 총을 쏘는 게임이라면 게이머들의 냉혹한 시선만이 남겨질 것이다. 게이머들에게는 좀 더 제대로 된 FPS를 즐길 수 있는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귀엽고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 캐주얼 게임의 비결은 아니다. 하나의 게임으로서 차별화 된 게임성과 비전을 갖고 있을 때 캐주얼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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